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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장관·검찰총장 인선 오리무중…쓸 사람이 없다?
후보군 뛰어나지만 '개혁'의지 의문…"총장, 내부기용 가능성 희박"
유력 후보자 고사 움직임도…최종 인선·임명까지 상당 시간 걸릴 듯
2017-05-25 03:00:00 2017-05-25 20:49:0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검찰개혁을 향한 문재인 대통령의 진용 짜기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동안 무성하던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후보들의 하마평도 수그러든 분위기다. 그러나 지난 19일부터 이틀 간격으로 법무부와 검찰 요직에 대한 파격인사를 단행하던 청와대가 주춤하고 있는 속내는 ‘인력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한 법조인은 “장관이나 총장이나 마땅한 사람이 없어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무엇보다 법무행정과 검찰조직을 잘 이해하면서 검찰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 적임자가 나서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역시 현 정부와 가까운 또 다른 법조인은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참여정부 때 검찰 개혁에 한번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면서 “검찰개혁은 문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마중물이다. 이를 이끌 수장들로서, 문 대통령이나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의 눈에 드는 마땅한 인물은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대법관 후보자, 법무법인 덕수 근무
 
적임자 찾기가 만만치 않은 이유도 있지만 물망에 올랐던 유력 후보들이 고사하고 있는 것도 문 대통령의 고민인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장관의 경우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 이석태(사법연수원 14기·전 세월호특조위원장) 변호사는 최근 장관 물망에 오른 것을 다소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법무법인 덕수 대표 변호사 출신으로, 같은 법무법인에서 대표로 근무 중인 김형태 변호사가 최근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박병대 대법관 후임 후보로 올랐다. 이 변호사와 가까운 여러 변호사는 “이 변호사가 한 법무법인에서 장관 후보와 대법관 후보가 같이 나온 것을 두고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와 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법조인이 백승헌(연수원 15기)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이다. 7, 8대 민변 회장을 역임한 백 변호사는 대표적인 진보 성향의 재야법조인으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에 대한 연구를 오랫동안 해 온 인물이다. 그러나 백 변호사 역시 아내 정연순(연수원 23기) 변호사가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로 분류되면서 변수를 맞고 있다. 현재 민변회장을 맡고 있는 정 변호사는 법무법인 지향 대표변호사로, 남편 백 변호사와 함께 근무하고 있다.
 
위철환 전 변협회장 급부상
 
이런 가운데 후보들은 계속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법무부장관으로 거론된 박영선, 전해철(연수원 19기), 박범계(연수원 23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름이 꾸준하게 거론된다. 최근에는 위철환(연수원 18기)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유력 후보로 급부상 중이다. 위 전 회장은 전남 장흥 출신으로 법조계의 대표적인 흙수저다. 중학교를 마치고 혈혈단신 상경한 그는 2년 동안 용산역 일대에서 신문배달과 구두닦이를 하면서 야간고등학교를 다녔다. 서울교대를 졸업하고 교편을 잡았지만 다시 성균관대 법대 야간과정에 입학한 뒤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경기·수원지역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대한변협회장에 도전해 당선됐다. 첫 직선제 선출 변협회장으로 유일한 지방변호사회 출신이기도 하다. 19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법률지원단장으로 활약했으며, 이후 공명선거운동본부 공동선거본부장을 맡아 역할을 했다.
 
검찰총장 인선은 더욱 안개 속이다. 참여정부 사정비서관 출신인 신현수(연수원 16기) 변호사가 초반 가장 유력했으나, 공직을 떠난 뒤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12년 동안 근무한 이력이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진보적 성격의 서울 모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앤장도 사법개혁 대상인데, 김앤장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사람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이번 정부의 색깔과도 맞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정인창 전 부산지검장 물망에
 
검찰총장 후보들 중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사람으로는, 김경수(연수원 17기)전 대구고검장과 소병철(연수원 15기) 전 법무연수원장이 있다. 여기에 정인창(연수원 18기) 전 부산지검장이나 이건리(연수원 16기) 전 창원지검장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정 전 지검장은 법무부와 검찰 요직을 두루 거쳤다. 각종 수사는 물론 검찰행정에도 밝다. 부산지검장에서 퇴임할 때 시민들이 부산지검 앞에 '국민검사' 등이 적힌 현수막을 걸고 퇴임을 아쉬워 하는 퍼포먼스를 벌일 만큼 시민들의 신뢰를 얻었다. 검찰 내부에서도 후한 평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이 전 지검장도 청렴성이나 업무감각, 리더십, 조직 장악력에서 검찰 안팎으로부터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전 지검장은 또 전북 전주 출신으로, 지역 안배차원에서 고려할 만한 후보로 분류된다.
 
이처럼 총장 후보들이 계속 거론되고 있지만 청와대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아직 없다. ‘검찰총장 내부 기용설’이 최근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도 뚜렷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 현직 검사들의 지적이다. 청와대 인사들과 교류가 많은 한 중견 변호사는 “검사 후배들에게 물어봐도 인품이나 자기관리는 뛰어나지만 검찰개혁이라는 새정부의 핵심과제를 받들만한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고들 한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또 “참여정부 검찰개혁 때 송광수 총장처럼 ‘내 목을 쳐라’ 하고 덤비는 인사는 적절치 않다. 청와대도 과거의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 위해 더욱 고심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런 상황에서 총장 내부 기용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청와대, 시행착오 피하려 고심
 
장관과 총장 인선도 예상보다 늦어질 전망이다. 전 청와대 민정 출신 변호사는 “청와대가 법무부 차관과 대검 차장,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등을 신속히 임명한 것은 우선 검찰 조직을 안정시키고 장관과 총장 인선에 신중을 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통과 이후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와대 소식에 밝은 여러 법조인들도 같은 전망을 내놨다.
 
김수남(앞줄 왼쪽 여섯번째)검찰총장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찰총장 이임식'을 마친 뒤 대검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검찰총장은 현재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아 공석 상태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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