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재계의 목소리가 약해지고 있다. 새 정부가 '비즈니스 프렌들리' 대신 대기업 규제에 방점을 찍었음에도 주가는 연일 고공행진이다.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등 각종 지표도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경제민주화→기업 경쟁력 하락→경제침체 지속'이라는 논리로 정부 정책기조에 반대해온 재계 논리가 명분을 잃고 있다.
12일 종합주가지수(코스피)는 2357.87포인트에서 마감했다. 지난 9일 장 사상 최고치인 2381.69포인트에선 떨어졌지만, 지난달 10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당시 2270.12포인트와 비교하면 한달 새 87.75포인트(3.87%) 오른 수치다. 같은 기간 코스닥도 3.45% 올랐다. 주가는 각종 대내외 요인에 복합적인 영향을 받는데, 증권가에선 특히 새 정부 출범 후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많다.
문재인정부는 역대 정권과 달리 소득 중심 성장, '분수효과' 등의 경제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그 노선의 핵심은 중소기업 육성 정책이다. 여기에 불가분하게 대기업 규제를 통한 경제력 집중 완화가 병행된다. 통상 재계가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며 반대해온 정책이지만 시장은 다르게 반응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내고 있다. 상법개정안으로 재벌 기업집단의 지배구조도 뜯어고칠 태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재벌들의 부당내부거래를 파헤치고 있다. 새 정부의 노선이 재계와 정면 배치되지만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개별 기업에서도 평소 재계 논리와 대치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재벌 총수가 구속될 때면 경영차질이 불가피하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삼성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됐음에도 이날 삼성전자 주가가 226만9000원을 기록, 1년 새 61.3%나 올랐다. 이마트는 지난달 22일 정부의 일자리 기조에 발맞춰 이마트 위드미 소속 우수 가맹주를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평소 재계 주장대로면 고용부담이 우려됐지만 직후 주가는 3주간 7%대 증가했다. 또 삼성그룹주 펀드가 최근 한달간 7.9%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 이슈와 묶인 현대차·롯데 그룹주 등이 전반적인 강세였다.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기조가 오히려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 기업구조 개선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완화해주리라'는 기대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기조와 그에 따른 기업 경쟁력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경기전망에서도 드러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31일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6월 경기전망치는 99.1, 최근 13개월 내 가장 높았다. 각종 기관에서 내놓는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 5월17일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기존 2.5%(2016년 10월 기준)에서 2.8%로 0.3%포인트 올려 잡았다. 같은 날 우리금융경영연구소도 올해 전망치를 2.8%로 수정, 기존 전망치보다 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한국은행은 오는 7월에 기존 전망치를 수정·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4월 발표한 2.6%보다는 높일 방침이다.
한편, 이날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발표한 6월1주차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78.9%)는 80%에 육박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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