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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박근혜 9년간 '기술탈취' 극심해졌다
피해액 급증에 수법도 대담해져…새정부 "을의 눈물 닦겠다"
2017-06-15 18:29:09 2017-06-15 18:29:09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명박·박근혜정부 9년 동안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가 극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탈취는 단가 후려치기, 인력 빼가기 등과 함께 대기업의 '3대 갑질'로 꼽힌다. 하지만 기술 탈취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않고 지루한 법정다툼을 해야 하는 탓에 중소기업은 대응책을 찾지 못한 채 속만 앓기 일쑤다. 
 
15일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기술 탈취로 인한 중소기업의 평균 피해액은 34억5100만원으로 2008년 10억원과 비교 3배 이상 급증했다. 대기업과의 갑을 관계를 의식해 신고조차 못한 사례들을 더하면 피해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게 중소기업계의 설명이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기술 탈취 건수는 2009년 17.8%에서 꾸준히 줄었지만 핵심 기술이 유출되거나 빼앗기는 경우가 더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기술 탈취 방법도 대담해졌다. 참여연대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2011년 중소기업 O사에 기술 설명을 요구하며 확보한 자료를 그대로 복사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탈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화는 중소업체 S사와 설비제조 위탁계약을 맺어 제공받은 자료와 기술을 도용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으며, CJ CGV는 중소기업의 포토티켓 아이디어 상품을 무단으로 도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반면 해당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대응이 어려워 눈 뜨고 당하는 실정이다. 기술 탈취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특허 등 전문가의 도움이 필수적으로, 이는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지루한 법정다툼 속에 회사 경영도 어려워져 반강제적 합의에 이르는 경우도 다반사다. 소송으로 간다고 해도 대형 로펌을 선임하는 대기업에게는 속수무책이다. 특허청 등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특허소송에서 승소한 비율은 2015년 18.2%로, 20008년 55.5%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기술 탈취를 경험했던 한 중소기업 대표는 "보복이 두려워 소송은 꿈도 꿀 수 없었다"고 말했다.
 
처벌도 솜방망이 수준에 머물렀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중소기업의 기술 탈취와 관련해 시정명령 이상의 제재는 5건에 불과했으며, 과징금을 받은 대기업은 2015년 LG화학이 유일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에서 '규제 철폐'까지 지난 9년간 친재벌 정책이 이어지면서 중소기업의 눈물은 외면됐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기술 탈취 등 대기업 갑질에 대한 대대적 근절을 예고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4일 취임사에서 "하도급 중소기업과 가맹점주, 대리점사업자, 골목상권 등 '을의 눈물'을 닦겠다"고 강조했다. 조사국 부활 등을 통해 대중소 불공정거래 관리감독도 대폭 강화한다.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 권한 강화와 함께 중소벤처기업부 신설, 범정부 차원의 을지로위원회 설립 등을 통해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왜곡된 시장 질서를 바로 잡는다는 방침이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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