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1분기 10대그룹 신규일자리 1755개
고용계획, SK외 9곳 전무…'고용 없는 성장'만 지속
2017-06-27 18:20:25 2017-06-27 18:20:25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1분기 10대그룹(공정자산 기준)의 신규 일자리가 1755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1424개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에 비하면 고용이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총 1만3000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고용지표가 악화된 점을 고려하면, 신규채용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올해는 재계가 고용계획 발표도 주저,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27일 <뉴스토마토>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바탕으로 올 1분기 10대그룹 계열사 158곳의 인력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직원 수는 74만2729명으로 지난해 4분기 74만974명에 비해 1755명 증가했다. 그룹별로 고용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포스코로 1879명이 늘었고, LG와 삼성은 각각 1097개, 990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겨났다. 롯데와 한화, SK 역시 440명, 108명, 8명씩 고용이 늘었다. 
 
사진/뉴스토마토
 
반면 조선업황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현대중공업그룹은 2007명이 회사를 떠나, 10대그룹의 고용 증감을 통틀어 가장 큰 폭의 변동을 보였다. 1분기 현대중공업 직원은 3만888명으로, 2015년 1분기(3만7964명)와 대비하면 2년 새 18.6%나 줄었다. 이어 GS(-513명), 현대차그룹(-131명), 신세계(-97명)도 일자리가 감소했다.
 
계열사별로 보면, LG화학이 1860명을 새로 고용해 10대그룹 158개 회사 중 가장 많은 고용을 창출했다. 이어 삼성전자(1083명)와 포스코대우(913명), 포스코건설(839명), SK하이닉스(370명)도 '일자리가 가장 늘어난 기업'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1742개의 일자리를 줄여 고용이 가장 많이 감소했고, 현대차(-711명)와 LG이노텍(-695명), SK네트웍스(-468명), 서브원(-424명) 역시 일자리가 많이 줄었다.
 
정보통신기술(IT)과 전기·전자업종에서는 고용이 늘어났지만, 업황 부진과 경기침체로 수익성이 악화된 발전·중장비, 선박·플랜트, 석유화학 등 중후장대 업종에서 퇴직자가 잇따랐다. 현대중공업을 포함해 삼성엔지니어링(-241명), 삼성중공업(-141명), 현대미포조선(-126명), 현대삼호중공업(-113명), 기아차(-95명) 등이 모두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1분기 재계가 고용을 늘림에 따라 단순 지표로는 한해 고용 전망이 밝은 것처럼 보인다. 지난해 1분기는 삼성과 SK, LG, 포스코, GS, 현대중공업 등 6곳이 고용보다 감원을 택했으나 올해는 현대중공업 등 4곳뿐이다. 10대그룹에서는 지난해 1분기에만 1424명이 회사를 떠나는 등 지난해 총 1만3741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그러나 재계의 실태는 일자리 전망을 어둡게 만든다. 우선 10대그룹 가운데 상반기 중으로 올해 신규 고용계획을 내놓은 곳은 SK가 유일하다. SK는 지난달 21일 5200명에 달하는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의 자회사 정규직 전환을 비롯해 1000여명의 청년고용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삼성과 현대차, LG 등 나머지 9개 그룹은 고용 계획이 전무하다. 보통 재계가 연초에 고용계획을 발표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연내 추가적인 고용 창출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2014년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10분기 동안 10대그룹은 2만3342개(3.0%)의 고용을 줄이는 등 꾸준히 고용을 줄이고 있다. 올 1분기 고용이 반짝 늘었더라도 연간 총 일자리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대신 10대그룹은 1분기 삼성전자가 영업이익 9조9000억원의 실적을 써내는 등 반도체 호황에 수출까지 증가하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음에도 고용 확대보다 곳간 쌓는 데만 급급하다. 지난해 기준 10대그룹은 550조원의 사내유보금을 확보했고, 자산 중 452조원(34.5%)은 총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출자자산으로 돌릴 정도다. 이에 따라 2014년부터 올해까지 10대그룹의 계열사와 자산은 각각 4.3%(578개→603개)와 13.2%(1113조8840억원→1261조460억원)가 증가, 고용 없는 성장만 지속되고 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