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30년' 마침표 찍는 남승우 풀무원 대표…유종의 미 거둔다
올해 끝으로 퇴임 공식화…해외사업 수익성 개선 등 숙제
2017-06-28 06:00:00 2017-06-28 0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30년간 풀무원(017810)을 이끌던 남승우 대표(총괄CEO)가 올해를 끝으로 퇴임을 공식 선언한 가운데 그의 마무리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남승우 대표는 최근 자신의 퇴임을 염두에 두고 경영권을 이양하기 위한 인수인계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남 대표는 지난 3월 말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제가 올 연말에 은퇴를 한다"며 "얼마 전 총괄 CEO 자리를 (이효율 대표이사에) 인수인계할 준비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주주들과 임직원이 참여한 공식석상에서 자신의 퇴진과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공식 선언한 순간이었다. 풀무원은 지난 2월 말에도 이효율 풀무원식품 대표를 풀무원 대표로 선임하며 남승우·이효율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하며 체제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풀무원 안팎에선 내년부터 남 대표가 회사를 떠나고 이효율 대표 체제가 공식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30년만의 경영진 교체인 동시에, '오너 경영'의 종식이라는 과도기를 앞두고 있는 셈이다.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풀무원의 시초는 농부 출신이자 우리나라 최초로 유기농법을 개발한 원경선 선생으로 부터 시작됐다. 회사 설립자와 현재 오너인 남 대표간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다는 점도 가족간 승계가 주를 이루는 식품업계 내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남 대표가 첫 사회생활을 식품업계가 아닌 건설회사에서 시작했다는 점도 종종 회자된다. 1970년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던 그는 현대건설에 들어갔다. 그런 남 대표가 풀무원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고교 동창이자 원경선 선생의 아들인 원혜영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손을 잡게 되면서부터다.
 
원씨 부자가 오늘날 풀무원의 설립을 주도했다면 남 대표는 풀무원의 기업화를 이끌며 제 2의 창업을 이끌었다. 1987년 원 의원이 정치에 뜻을 품고 풀무원을 떠나며 남 대표의 독자경영 체제가 이어진지도 '30년'이 됐다.
 
'30년'이라는 시간을 뒤로하고 남 대표가 퇴진을 예고한 것은 그의 확고한 경영 철학 때문이다. 평소에도 '회장' 직함 대신 '총괄CEO'라는 직함을 강조했고 가족 승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러면서 자신이 65세가 되는 2017년말 은퇴하겠다는 뜻을 내비쳐왔다.
 
이제 남은 관심사는 남 대표가 박수를 받으며 '아름다운 퇴진'을 맞을 수 있느냐의 여부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숙제는 해외사업의 수익성 개선이다.
 
실제 풀무원 수익성 악화에는 만성 적자에 시달린 해외 사업이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최근 해외 식품 사업을 맡고 있는 종속기업 풀무원식품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올해는 턴어라운드를 기대해볼만 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풀무원이 지분율 92.1%를 보유한 풀무원식품은 미국, 중국, 일본 등 해외 식품 사업을 담당한다. 해외 부문 실적은 풀무원식품이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풀무원식품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17억460만원을 기록하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최근 영업이익도 증가세다. 지난해 풀무원식품 영업이익은 200억3425만원으로 전년(103억4914만원)보다 94% 신장했다.
 
올해 풀무원의 1분기 성적표도 청신호다. 풀무원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44억178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9억1325억원)보다 대비 4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풀무원은 매출 성장률 10%를 목표로 세웠으며 특히 해외부문의 수익성을 강화해 그룹 흑자전환 기반을 닦는다는 각오다. 장기간 이뤄진 투자가 대부분 마무리된 만큼 본격적인 수익개선을 기대할 만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해외 성장 동력으로는 두부 사업이 꼽힌다.
 
미국 사업의 경우 지난해 유통망 확보 차원에서 인수한 '비타소이(Vitasoy)' 두부사업부문에 적극 투자했다. 비타소이는 연매출 5000만달러(600억원) 규모로 미국 두부 시장점유율 65%를 차지하는 1위 업체로 리테일, 대형마트 등을 포함한 2만여개의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다. 풀무원은 올해 설비투자와 신제품 개발 등으로 비타소이 두부사업과의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기존 북경 공장에 두부 생산라인을 도입한다. 현지 생산과 현지 판매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동시에 현지화 전략을 펼친다는 전략이다. 중국에서는 건강기능식품도 방문판매하고 있는 만큼 유통망 확대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풀무원은 남승우 대표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가 유력시되는만큼 올해 본격적인 수익성 개선의 기틀을 만드는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며 "적자난을 겪고 있는 해외사업의 수익성 개선이 이뤄진다면 남 대표의 아름다운 퇴진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를 끝으로 퇴임을 앞둔 남승우 풀무원 대표(총괄CEO).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