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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한미일 연합’과 반도체 매각 계약
남은 변수는 웨스턴디지털
2017-06-27 16:10:22 2017-06-27 16:21:16
[뉴스토마토 왕해나기자] 일본 도시바가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과 반도체 메모리사업부 매각계약 체결에 착수했다. 대신, 양측은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의 소송으로 매각이 중단될 경우 재협의를 한다는 조항을 계약에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7일 도시바와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이 매각 금액과 조건 등을 두고 협상을 벌였고, 큰 틀에서 합의를 봤다고 전했다. 양측은 각 진영의 출자금액 및 특허권 이용 규정 등을 정하는 최종 계약서를 작성 중이다.
 
도시바가 한미일 연합과 반도체 매각 계약을 체결한다. 사진/뉴시스
 
앞서 도시바는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일본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INCJ)와 일본정책투자은행(DBJ),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베인캐피털, 한국의 SK하이닉스 등으로 구성된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미국의 브로드컴 컨소시엄을 제치고 막판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한미일 연합은 인수금액으로 2조1000억엔(21조5000억원)가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도시바 메모리사업 부문의 지분 51%를 인수하고, 나머지 지분은 현 경영진이나 도시바 본사가 갖는 ‘경영자매수(MBO)’ 방식을 제안했다. SK하이닉스는 전체 지분의 15% 수준인 3000억엔(3조원)을 투자하며, 독점금지법 심사 통과를 고려해 출자가 아닌 융자 형태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은 변수는 웨스턴디지털이다.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의 현지 반도체 생산 거점인 요카이치 공장 공동 운영권을 가지고 있다. 오랜 협력관계를 이유로 도시바가 자사의 동의를 구해 매각 절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4월에는 도시바에 독점사업권을 요구했다.
 
웨스턴디지털은 독자인수 방안을 제시하는 한편 지난 15일 미국 캘리포니아 상급법원에 매각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정심리는 다음달 14일 열릴 예정이다. 때문에 도시바와 한미일 연합이 체결한 계약서에는 소송 결과에 따라 매각이 금지될 경우 재협상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는 28일 주주총회에서 정식계약을 공식화한다. 각국의 반독점 심사를 거친 뒤, 내년 3월 말까지 매각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정회계와 미국 원전 자회사 웨스팅하우스(WH)의 대규모 손실 등으로 파산 위기에 몰린 도시바는 이때까지 매각 절차를 완료해 자금을 확보하지 않으면 2년 연속 채무초과(자본잠식)로 상장 폐지된다.
 
업계관계자는 “도시바가 자금 확보를 이유로 계약 체결을 서두르고 있다”면서 “주주총회에서 계약 체결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세부내용은 조정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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