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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그룹, 유보금 쌓아두면서도 인건비 지출에는 인색
4대그룹 12개 제조기업 부가가치 구성비 분석…"낙수효과의 실종"
2017-06-27 17:25:50 2017-06-29 19:52:36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4대그룹 제조기업의 낙수효과가 저조하다.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일시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진 부분을 인건비 절감으로 메우고 있다. 그 속에서도 유보금만은 지속해서 늘려가는 모습이다. 부가가치를 내부에만 축적하면서 가계소득의 원천인 인건비 지출엔 인색하다는 지적이다. '낙수효과의 실종'이다. 제조업 전반적으로도 지난해에 이어 경기 지표가 호전되고 있지만 고용 실적은 마이너스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7일 <뉴스토마토>가 4대그룹 12개 제조기업의 지난해 부가가치 구성비를 조사한 결과, 전년 대비 총자산(이하 개별기준)이 18조3278억원(4.2%) 늘어난 반면, 매출은 14조1491억원(-4.1%), 영업이익은 5조4025억원(-18.3%) 줄어 수익성이 나빠졌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 평균은 -4.2%를 기록했다. 그 속에서도 이익잉여금은 6조5555억원(2.5%) 늘었다. 인건비도 6171억원(1.9%) 늘었으나 이익잉여금 증가 폭에는 못 미친다.
 
특히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고 배당을 늘리면서 이익잉여금이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부가가치의 분배 실적은 저조하기만 하다. 삼성전자는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전략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분배 수치는 나빠진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11개 제조기업만 보면, 자산이 늘고(4.6%) 수익성이 나빠진 것(매출 -6.1%, 영업이익 -35.1%)은 마찬가지지만 이익잉여금이 7.9%나 늘어난 데 비해 인건비는 오히려 1517억원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배당 등 주주에게 유리한 유보금은 늘리면서도 인건비 지출엔 소극적인 모습이다.
 
인건비 감소폭이 가장 컸던 곳은 SK이노베이션이다. 영업이익률이 17.4%포인트 급감하자 인건비도 11.1%나 줄였다. 인건비를 가장 많이 늘린 곳은 삼성SDI였다. 전년에 이어 영업적자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인건비를 13.8% 늘렸다. 실상은 구조조정에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희망퇴직을 실시해 고용인원을 1969명이나 줄였다. 퇴직금 외 희망퇴직에 따른 보상금 등이 늘어난 탓으로 추정된다. 정규직 수가 2220명 줄고 기간제 근로자가 251명 늘어나 고용의 질도 나빠졌다.
 
이익잉여금은 늘리면서도 인건비를 줄인 곳도 5곳이나 됐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기아차, SK하이닉스가 해당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익잉여금을 19.1%나 늘렸는데 인건비는 7% 줄였다. LG디스플레이(이익잉여금 12.4%, 인건비 -4%)와 기아차(10.2%, -2.7%), SK하이닉스(17.7%, -8.7%)도 이익잉여금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보인 반면 인건비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2개 조사 기업의 지난해 전체 이익잉여금은 269조3318억원이다. 이에 비해 인건비는 33조9521억원으로, 이익잉여금의 12.6%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조사 대상 기업 중 인건비를 가장 많이 지출(10조1613억원)했지만 이익잉여금(140조7475억원)을 쌓아두고 있는 것에 비해서는 지출이 적은 편이다. 인건비 비율이 이익잉여금의 7.2%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익잉여금에 비해 인건비 규모가 훨씬 적었다. 이익잉여금보다 인건비 규모가 큰 곳은 삼성전기와 LG이노텍 2곳뿐이었다.
 
제조업의 자동화 추세로 생산성을 높이면서 일자리 창출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부가가치 창출 규모는 크지만 분배의 측면에서는 역할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유보금을 축적하면서도 투자나 일자리 창출에 적극성이 떨어지는 부분은 사회적 비판 대상이 된다.
 
국내 제조업 전반적으로는 수익성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의 매출액 감소폭이 전년(-4.2%)에 비해 -1.4%로 줄어들었고, 총자산 증가율은 2.8%에서 4.5%로 올랐다. 같은 기간 제조업의 영업이익률도 5.5%에서 6.3%로 상승했다. 부채비율도 74.3%에서 69.9%로 줄어 안정적이다. 이 같은 흐름은 올 1분기까지 이어졌다. 1분기 제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9.3%, 총자산 증가율은 1.2%였다. 영업이익률은 8.5%나 됐고, 부채비율도 68.5%까지 줄었다.
 
하지만 고용지표는 부진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제조업의 고용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올 1월 전년 동월 대비 -3.5%(16만명) 감소한 데 이어 2월 -2%(9만2000명), 3월 -1.8%(8만3000명), 4월 -1.4%(6만2000명), 5월 -0.6%(2만5000명)의 추이를 보였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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