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구태우기자] 노동계가 파업 등 쟁의행위로 인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요구했다. 사용자가 노조의 단체행동을 막기 위해 무분별하게 손해배상소송을 남발하고 있어 노동3권이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용자는 노조의 정치적 파업을 막고,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손해배상제도가 불가피하다며 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로 대립각을 벌였던 노동계와 경영계가 또 다시 전선을 마주하고 섰다.
양대 노총과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잡고(손잡고)'는 2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손배가압류는 노동권을 침해하는 만큼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2002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기업이 노조에 청구한 손해배상 건수와 액수를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쌍용차 등 23개 기업과 경찰청이 노조에 청구한 손해배상 청구액은 1867억6414만원에 달했다. 손해배상을 청구한 건수는 65건으로 집계됐다.
코레일이 646억5796만원으로 최다 배상액을 청구한 가운데, 민간기업 중에서는 현대차가 선두에 섰다. 현대차는 울산·아산·전주공장의 노조를 상대로 총 27건의 손해배상을 청구, 청구금액은 325억8000만원이었다. 기아차는 노조에 11억2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2009년 2646명을 정리해고해 논란이 된 쌍용차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에 121억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금속노조 소속 노조를 없애기 위해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유성기업과 갑을오토텍은 각각 39억원, 97억원을 청구했다.
65건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중 52건이 금속노조 사업장인 점도 눈에 띈다. 제조업의 특성상 노조 활동이 활발하고, 파업으로 생산라인이 멈출 경우 회사의 금전적 손실이 크다. 때문에 기업이 노조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데, 배상액이 지나치게 높아 노조의 단체행동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게 노동계의 중론이다. 조합원들은 회사가 책정한 손해배상 액수가 커 노조를 탈퇴하거나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등 와해되는 모습도 보였다.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은 "과도한 손해배상으로 조합원들은 하루에 62만원의 이자를 내야 했다"며 "회사가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손해배상 대상에서 제외해주겠다고 해 어쩔 수 없이 희망퇴직했다"고 말했다.
양대 노총과 손잡고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개정해 쟁의행위로 인해 기업의 손실이 발생한 경우에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손해배상을 제기하는 목적이 배상보다 노조 탄압에 있다"며 "법 개정을 통해 노동3권을 온전히 보장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이 같은 내용의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반면 경영계는 손해배상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직장폐쇄'라는 극약 처방도 있지만, 무분별할 파업을 예방하고 그로 인한 손실을 보상받기 위해서는 현행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노조의 불법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보상받는 게 당연하다"며 "노조는 불법파업을 지양하고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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