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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탐정의 자산관리)중국 MSCI 편입…"인덱스펀드 조정 속 매물출회는 가치주 펀드에 기회"
한국 증시 MSCI 선진지수 편입 "지금은 때 아니다"
2017-06-30 08:00:00 2017-06-30 08:00:00
[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내 일은 남들이 모르는 걸 아는 거야."(셜록 홈즈) 미스터리한 사건을 푸는데 천부적 재능을 가진 탐정 셜록이 있다면 여의도에는 재무 회계를 읽어주는 ‘맨발의 셜록’이 있습니다. ‘28년 증권맨’ 원강희 KTB투자증권 리스크관리실장(사진)입니다. 비판적이고 분석적인 탐정 사고방식은 금융투자업계를 이해하는데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름했다고 합니다. 맨발은 처음부터 다시 배운다는 의밉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재무탐정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그는 금융 관련 지식을 통찰력 담긴 ‘글발’로 풀어냅니다. 돈의 흐름을 쥐고 다루는 자본시장에 구구절절한 조언은 달지 않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격주로 여의도 맨발의 셜록을 만나 탐정의 시각으로 자본시장을 들여다 봅니다.
 
-중국 A주의 MSCI EM 편입이 확정됐습니다. 중국 A주의 시가총액 5%의 부분편입으로 실제 편입시기는 내년 5월과 8월 분기 리뷰를 통해 진행됩니다. MSCI EM에서 중국 A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0.73%(대형주 222종목)로 MSCI의 기존 로드맵에서 제시한 0.5%와 비교해 소폭 상향됐습니다. 예상된 결과긴 하지만 중국의 비중 증가는 곧 한국의 비중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0.27%p 내외의 한국물 비중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분명한 수급 악재로 과거 2013년 뱅가드 펀드의 벤치마크 변경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자금이탈이 상당기간 진행되면서 지수가 하락했던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당시 약 4000억원의 매도압력이 25주간 발생하며 6개월간 9조3000억원의 매물이 쏟아져 나왔는데요. 당시 증시 상황과 현재 상황을 비교해 이번 이슈가 우리 증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주신다면요.
 
▲MSCI EM이란 모건스탠리 인터내셔널 신흥국 지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 지수가 중요한 이유는 세계의 많은 인덱스펀드나 ETF들이 세계 신흥국에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이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덱스 펀드나 ETF 모두 개별 종목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투자하는 펀드가 아니라 단순히 추종하는 지수를 그대로 모방하는 펀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추종하는 지수에 들어있는 종목들에 대해서 시가 총액의 비율대로 매수하거나 매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치 대통령 선거 여론조사를 정확히 하려면 여론조사 샘플을 지역이나 계층 등을 골고루 고려하여 샘플을 추출해야 하는 것과 비슷한 일입니다.
 
따라서 중국 A주의 비중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주식의 비중이 작아지면 이를 추종하는 펀드들도 중국 A주의 비중을 늘리고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주식의 비중을 줄이게 돼 있습니다. 이 과정은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2013년에 인덱스펀드로 유명한 뱅가드 펀드가 벤치마크를 MSCI지수에서 FTSE지수로 변경할 때도 이러한 과정이 진행되어 말씀하신 대로 총 9조3000억 가량의 매물이 6개월간 쏟아진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 코스피 지수를 보면 2013년 1월 4일 2011.94포인트에서 매도가 마무리 된 2013년 6월 21일 1822.83포인트까지 약 9.3%의 지수 하락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와 지금을 비교한다면 첫째 당시는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에 갇혀 있는 상황이었고, 지금은 박스권을 탈출하여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로는 2013년의 뱅가드 펀드 벤치마크 변경 시에는 6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총 9조3000억원이라는 많은 매물이 출회된 반면 지금의 MSCI 신흥국 지수의 변경은 2018년 6월부터 예정되어 있고 몇 년간 순차적으로 이뤄짐에 따라 매물 출회가 분산될 가능성이 높으며, 그 금액 또한 최대 4조3000억원 수준으로 적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 결정으로 MSCI 신흥국지수에서 한국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0.23%p 축소(15.5%→15.27%)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소 6000억원에서 많게는 4조3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우리 증시에서 유출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그럼에도 시장은 이번 중국 A주의 MSCI EM 지수 편입이슈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어떤 이유인지 궁금합니다.
 
▲최대 예상 매물 4조3000억이라는 금액은 최근 2017년 1월부터 5월까지 외국인 자금 순유입 수준이 9조원에 이르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보면 크다고 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한 설혹 외국인 자금의 순유입이 없다고 하더라도 단순한 인덱스펀드 등의 지수 조정 등에 따른 매물출회는 가치주 펀드나 기본적 분석에 의해 투자하는 투자자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매물출회를 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투자자들도 많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실제로 2013년 상반기 뱅가드 펀드의 매물출회가 마무리되자 지수는 금세 회복이 되어 다시 박스권으로 돌아간 경험이 있습니다.
 
-한국의 MSCI 선진국지수 관찰대상국 편입 문제와 관련해 정부도 시장 매력도를 증진하는 정책적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상장공모 제도 개편과 공모펀드 활성화, 파생상품시장 경쟁력 제고는 물론 스튜어드십 코드 확산 등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 거래소 구조개편에 속도를 내겠다는 설명입니다. 이에 대한 시장의 평가도 듣고 싶습니다.
 
▲ MSCI 선진국 지수에 들어가면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가 증가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주가가 오르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인지 한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주가가 오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금융과 투자에 대한 인식과 능력이 먼저 제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인들이 투자하기 좋게 돼 우리나라의 우량한 기업들의 지분이 모두 외국인들에게 돌아가 성장의 과실을 외국인들만 누리게 된다면 과연 이러한 투명성이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나라를 위해 일하는 분들은 당장 주가가 오르기만을 바라기 보다는 나라 전체의 이익이 어떻게 하면 최대화 될 수 있는지 하는 관점에서 일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한국도 지난 2008년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에 올랐지만 외국인 요구 조건을 충분히 충족하지 못해 2014년 빠졌는데요. 요구 수준이 무리하고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계속되는 상황입니다. MSCI 측은 원화의 역외거래 허용을 요구하는 반면 소규모 개방 경제로 수출입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 특성상 외환시장 안정성이 중요해 단기적으로 추진하기 곤란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한국 증시의 선진국시장 편입은 시기상조일까요.
 
▲한 국가에서 환율이라는 것은 한 식당에서 음식의 가격표를 정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상품을 A가격에 수출하고, 수입은 B가격에 하겠다고 정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가격이 시장원리에 따라 이뤄져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수입은 적게 하고 수출은 많이 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누구에게나 유리하기 때문에 세계 각국은 그렇게 환율을 정하고자 하는 유인이 강합니다. 모든 나라가 그렇게 환율을 통제하게 되면 이른 바 환율전쟁이 일어나서 모두가 환율을 통제하게 되기 때문에 무역이 활발히 이뤄질 수 없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조그만 식당이 음식의 가격표를 손님들이 마음대로 정하게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대규모 개방경제 하에서 기축통화를 가지고 있는 미국 같은 나라는 환율이 올라도 유리한 점이 있고, 환율이 떨어져도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마저 때로는 다른 나라와 환율을 협상하기도 합니다. 1985년에 있었던 플라자 합의가 대표적인 예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화의 역외거래를 허용한다면 투기세력들의 장난에 나라의 정상적인 무역거래가 크게 흔들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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