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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형제갈등' 재점화…박근혜 탄핵 계기로 역공
2017-07-04 17:47:51 2017-07-04 19:19:00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효성을 출렁였던 '형제의 난'이 재개됐다. 조현준 회장이 동생 조현문 변호사에 역공을 취하면서다. 조 회장은 그간 조 변호사가 제기한 횡령·배임 혐의에 대응을 자제해오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대응 기조를 급선회했다. 반격을 통해 동생이 씌운 혐의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이번 기회에 형제의 연을 완전히 단절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4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 3월말 조 변호사(전 효성중공업PG장)를 공갈미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으며 현재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에서 수사 중이다. 조 변호사가 횡령·배임 혐의를 제기하면서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와 공모해, 자신을 협박하고 이익을 취하려고 했다는 주장이다. 이면은 정권교체와 맞물려 '회심의 반격'이라는 평가다. 그간 조 회장은 동생의 공격에 속수무책이었으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상황이 역전됐다.
 
2014년 6월 조 변호사가 형을 고소·고발할 때만 해도 그에게는 '우병우'와 '박수환'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다.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 검찰을 떠났던 우 전 민정수석은 2014년 5월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화려하게 컴백하기 전까지 조 변호사를 도왔다. 박 대표는 정·재계와의 화려한 인맥을 자랑하며 조 변호사의 대언론 담당 역할을 맡아 공중전을 주도했다. 김준규 전 검찰총장, 김수창 변호사 등도 조 변호사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전세는 조 변호사 의도대로 흘러갔다. 효성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 등에 따르면, 조 변호사는 우 전 수석의 힘을 빌어 형과 부친, 이상운 부회장 등을 압박했다. 공교롭게도 우 전 수석 청와대 입성 이후 조 변호사가 제기한 효성 건은 서울지검 조사부에서 특수4부로 배당됐고, 언론 등을 통한 공세도 활발했다. 당시 효성은 극도의 긴장감으로 몸을 움츠렸다. 부친인 조석래 명예회장까지 직접 나섰으나 조 변호사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우 전 수석의 힘은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밑그림을 그린 박수환은 눈엣가시"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 국정농단 사태로 조 변호사 진영이 내분에 휩싸이며서 전세가 흔들린다. 조선일보가 우 전 수석 장모와 넥슨과의 부동산 거래를 문제 삼자, 청와대가 송모 주필에 대한 역공으로 반격에 나서면서 조 변호사 그림이 크게 뒤틀리기 시작했다는 게 복수의 관계자들 전언이다. 송 주필은 박 대표가 자랑하던 언론계 대표 인맥으로, 조 변호사와도 연이 닿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최순실 사태가 정국을 뒤덮으면서 대통령 탄핵으로까지 비화됐고, 이 과정에서 우 전 수석은 물론 박 대표 등이 모두 힘을 잃었다. 조 변호사도 국내외를 오가며 형에 대한 추가 공세를 삼갔다.
 
조 회장은 헌법재판소에서 박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 3월10일을 기점으로 조 변호사에 대한 직접대응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탄핵이 기각됐으면 동생에 대한 고소는 없었을 것"이라는 게 내부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의 공통된 해석이다. 한 관계자는 "조 회장 성격을 감안하면 응징이라고 봐야 정확하다"고까지 말했다. 조 회장은 이번 고소를 통해 동생이 제기한 횡령·배임 의혹을 완전히 떨쳐내겠다는 의도다. 특히 공갈미수 혐의로 고소했다는 점에서 동생의 비리 폭로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할 전망이다. 다만, 아트펀드 등 조 회장에 대한 일부 횡령·배임 의혹이 말끔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맞고소가 역풍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관계자는 "조 변호사가 형의 횡령·배임을 주장하고자 수집한 일부 증거들은 신빙성이 높아 조 회장이 의혹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라며 "그러나 조 회장이 이런 점을 알고도 고소한 것은 조 변호사가 과거만큼 도움을 얻을 데가 없다는 점, 우병우와의 관련성이 치명적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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