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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하늘만 쳐다보는 농사, 이제 그만
2017-07-17 08:00:00 2017-07-17 08:00:00
인류가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이 대략 1만년 전부터였다고 한다. 수렵 채취를 하던 구석기시대에서 신석기시대로 넘어온 시점이다. 이때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래 21세기에 들어선 지금까지 영농기술은 엄청난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되지 않는 안타까운 면이 있다. 1만년 전이나 지금이나 농사의 기본을 하늘에 기대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봄 가뭄과 여름 장마에서 다시 한번 실감했다.
근래 몇 년을 되짚어 보면 한반도의 기후가 체감할 정도로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여름 폭염은 아직도 몸이 기억하고 땀을 흘리듯 생생하다. 뉴스를 보면 칠십이 넘은 어르신이 “내 평생 이런 무더위는 처음”이라는 말이나 “내 평생 이런 장대비는 처음”이라는 경험담을 쉽게 접할 수 있다. 100년만의 무더위, 100년만의 가뭄… ‘기록적’이라는 말이 무서울 정도다.
 
십년 전쯤만 해도 황사는 으레 봄에 오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근래 들어 겨울에도 황사가 닥치고 이젠 계절과 관계없이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봄 가뭄도 연례행사가 되었다. 올해는 겨울가뭄이 봄 가뭄까지 이어져 충청도를 중심으로 한 중부 지방과 전남 등 남부 지방에선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물고기가 마른 땅에서 말라죽는 극한 가뭄의 고통을 겪었다. 불과 보름 전까지만 해도 가뭄의 극치에서 농사를 망친 농부들의 한탄이 뉴스마다 이어졌다. “마늘 농사를 다 망쳤다” “양파 출하를 포기했다” 등등 전국 곳곳에서 한탄과 시름이 넘쳤다. 7월 중순에 들어서서야 늦은 장마였지만 며칠 비 같은 비가 내려 겨우 해갈은 되었다. 한달도 안 되어 이번엔 폭우로 인한 침수로 농작물 피해를 입은 농가의 한탄이 넘쳐난다. ‘빗물 역류돼 비닐하우스 침수, 수박농사 망쳐’ ‘며칠만 있으면 수확인데... 썩어가는 멜론 앞에서 한숨 쉬는 농심’. 비는 안 와도 걱정이고 너무 많이 와도 걱정이다.
 
우리는 왜 과학적 대책이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안타까운 일을 반복할까? 비가 오고 안 오고는 하늘의 일이라고 치더라도 물관리는 인간의 몫 아닌가? 뉴스를 찾아보니 2015년 기사엔 ‘캘리포니아 가뭄대책 벤치마킹 물관리 프로젝트 마련’ 이런 지자체도 있었지만 올해 그 지자체 역시 봄가뭄 고통을 톡톡히 겪었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몇 년전부터 극심한 가뭄을 겪어왔다. 캘리포니아 가뭄의 원인 중 하나로 인근 시에라 네바다산맥에 눈이 내리지 않은 것을 꼽는다. 예전엔 시에라 네바다산맥엔 눈이 150~160cm 정도 쌓이고 이 눈이 녹아내리면서 산 중턱의 타호호수에 물이 차고 이 물이 1년 내내 흘러내려 수자원으로서 역할을 했다. 그런데 2010년부터 4~5년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아 마침내 제한급수까지 할 정도로 가뭄을 겪게 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가뭄대책은 우리에게 두 가지 교훈을 준다. 하나는 인위적 대책은 또 다른 부작용을 부른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결국 친환경을 토대로 한 과학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는 2015년 초 제한급수를 할 정도로 가뭄이 심해지자 여기저기서 농업용수 개발을 위한 지하관정을 파기 시작했다. 그것이 최근 지반 침하를 초래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인위적 개발이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한 것이다.
 
한편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저수지의 물을 아끼기 위해 저수지에 플라스틱공을 띄워 수면으로 증발하는 것을 막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것이 친환경적 대안의 하나로 꼽힌다. 물이 증발하는 양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한국수자원공사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년치 빗물 1,300억톤 중 540억톤은 증발로 사라진다고 하니 그 양은 실로 엄청난 규모다.
 
우리나라 경우 국토가 산지형으로 모을 수 있는 빗물의 30% 정도를 그대로 바다로 흘려보내 실제 이용 가능한 빗물은 26% 정도에 불과하다. 이 흘려보내는 빗물만 제대로 관리하면 갈라진 논바닥을 바라보며 속이 타는 농심을 ‘옛날 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문재인 정부 들어서 그동안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나눠 맡았던 물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했다. 환경부에 가칭 통합 물관리 태스크포스가 출범했다. 바람직한 조치라고 판단된다. 환경부의 물관리정책에 농민들이 하늘을 쳐다보며 애를 태우는 일이 없게 ‘친환경적인’ 농업용수 관리대책도 빠트리지 않길 바란다. 하늘만 쳐다볼 게 아니라 물관리에도 ‘알파고’의 지혜를 빌릴 수 없을까.
 
이동형 (사)푸른아시아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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