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리뷰] “우리를 왜 그곳에 보냈습니까”…5.18의 또 다른 피해자를 다룬 영화 ‘포크레인’
2017-07-24 17:36:08 2017-07-24 17:36:08
[뉴스토마토 신건기자] 영화 ‘포크레인’(감독: 이주형)이 지난 20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언론·배급 시사회를 가졌다.
 
‘포크레인’은 영화계의 거장으로 알려진 김기덕 감독이 일곱 번째로 각본한 작품이자, 배우 엄태웅의 성폭행 논란 이후 첫 복귀작이다.
 
영화는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 이후 20년 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진압군으로 투입되었다가 퇴역 후 포크레인 운전사가 된 강일(엄태웅)은 굴삭 작업 중 묻혀있던 백골을 발견한다. 당시의 악몽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강일은 불현 듯 20여 년 전 함께한 동료 군인과 상사를 만나면서, 자신이 그곳에 가야만 했던 이유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사진/'카라멜' 제공
 
▲5.18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판단은 관객의 몫
 
영화 ‘포크레인’이 다른 5.18 영화와 차이점이 있다면 이야기의 주체가 ‘시민군’이 아닌 ‘계엄군’이라는 점이다. 영화 ‘화려한 휴가’, ’26년’, ‘꽃잎’을 비롯해 최근 개봉한 ’택시운전사’까지 ‘시민군’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
 
작품에서 당시 광주에 투입됐던 계엄군들은 20년이 지난 후 다양한 직업들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충격으로 정신이 온전치 못하고, 누군가는 당시의 일을 감춘 채 사회에 녹아들었다. 그러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상처를 가지고 있다.
 
이주형 감독은 “영화를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누는 양 벽을 없애고 싶었다”고 말했다. 계엄군도 광주 민주화 운동의 피해자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감독은 “저는 이면을 표현한 것”이라며 “이런 이야기가 나와도 공감할 수 있는 시대라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다만 당시 피해자들이 가질 수 있는 반발심에 대해 이 감독은 “피해자들이 ‘어떻게 공수부대에 아픔이 있겠느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 자체가 이 영화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라며 “어떻게 받아들일 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를 깊숙히 본다면 피해자의 이야기도 같은 이야기”라고 답했다.
 
사진/'카라멜' 제공
 
▲엄태웅의 묵직한 연기
이주형 감독은 시사회 이후 가진 언론간담회에서 “엄태웅을 캐스팅하는데에 꽤나 애를 먹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포크레인의 빈 운전석에 수많은 배우들을 앉혀봤지만, 엄태웅만한 배우가 없었다”며 “당시 엄태웅 배우가 굉장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지만, 엄태웅에게 꽂혔기에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고 전했다.
 
작품을 보면 감독이 엄태웅 배우를 캐스팅한 것에 대해 나름 수긍이 된다. 엄태웅은 지난 2005년 방영된 KBS2TV 드라마 ‘쾌걸춘향’에서 자신의 내면을 보여주지 않는 연기를 펼친 바 있다. 극 중 엄태웅 배우가 펼치는 묵직한 연기는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어우러져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엄태웅은 이날 언론시사회에는 불참했다. 이 감독은 “아직은 민감한 시기라서 불참하게 됐다”고 말하며 “엄태웅 배우가 영화 시사회 직후 반응에 대해서 궁금해 했다”고 전했다.
 
사진/'카라멜' 제공
 
이주형 감독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영화가 연이어 나오는 것에 대해 전두환 전 대통령의 회고록을 이유로 꼽았다. 지난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은 광주 민주화 운동을 ‘폭동’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이 감독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내는 이 시점에서 더 각성해야 하지 않나 싶다”면서 “모두가 이런 소재를 관심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는 불편해 할 이야기들을 표면 위에 꺼내서 우리도 한 번 느껴보고 성숙할 시기가 왔다”면서 “그렇게 모두가 치유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영화 '포크레인'은 7월 말 개봉 예정이다.
 
신건 기자 hellogeo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