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회장(왼쪽)과 허창수 GS 회장(가운데).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3세는 팔고 4세는 사들이며 재계의 지분상속이 본격화 되고 있다. GS그룹의 경우 이런 흐름이 뚜렷해 광범위한 친인척 경영에서 차기 경영권을 물려받을 승계구도가 나타날지 자연스럽게 관심이 모이고 있다. GS와 뿌리가 같은 LG그룹에서도 최근 이런 양상이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다만 LG의 경우 방계그룹에서 먼저 지분승계가 활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총수일가 4세인 허서홍 GS에너지 상무는 지난해 6월부터 지속적으로 GS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 지난 19일에도 허 상무는 GS 주식 2000주를 추가 매수했다. 이로써 GS 지분은 1.23%(보통주)가 됐다. 지난해 6월 이전 지분은 0.93%였다. 허 상무는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이다. 허광수 회장은 지난 5월23일 주식 3만9351주를 팔아 지분이 2.22%로 줄었다. 부친은 주식을 팔고 아들은 사들인다. 지분승계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같은 흐름이 최근 GS가에 두루 나타나고 있다. 이달 12일엔 GS가 3세인 허연수 GS리테일 사장이 주식을 팔았다. 지난 5월말부터 6월초에도 일부를 팔았었다. 그 이전 4월 허연수 사장의 장남인 원홍씨와 차녀 성윤씨가 주식을 사들였다. 2015년 6월에도 허연수 사장이 팔고 원홍, 성윤씨는 매수한 바 있다. 역시 3세인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이 지난달 12일 일부 주식을 팔았다. 장녀인 정윤씨는 지난해와 재작년 주식을 조금씩 매수했다.
GS가 2세 허완구 전 승산 회장이 2월3일 별세하기 전에도 여러차례 주식 팔았었다. 2016년 5월부터 지속적으로 매도해 그해 12월말 전량 소진했다. 장남인 허용수 GS EPS 부사장이 그 사이 주식을 지속 매입했다. 지난해 12월21일 마지막 매입 후 지분은 5.26%가 됐다. 비슷한 시기에 차녀 허인영씨도 주식을 샀다. 허용수 부사장의 장남인 4세 허석홍씨도 지난해 5월 주식을 샀다.
지난해 10월에는 고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의 직계 3세들인 허동수(GS칼텍스), 허광수, 허남각 회장이 사회복지법인 동행복지재단에 주식 총 145만주를 증여했다. 이를 통해 재단의 GS 지분은 0.06%에서 1.62%까지 올라갔다. 당시 공익재단을 이용한 지분 상속이 아니냐는 분석이 있었다.
GS가는 장자 승계가 전통이다. 위계질서가 확고해 지분 경쟁의 가능성은 낮다는 게 그룹 안팎의 평가다. 실제 친인척들의 지분변동이 활발함에도 허창수 GS 회장의 지분은 4.75%에 고정돼 있다. 장남인 허윤홍 GS건설 전무의 지분도 아직 0.49%로 낮지만 추가 매입에 나서지 않고 있다. 3세 경영과 마찬가지로 4세들도 친인척들이 계열사를 나누어 경영권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높다.
2005년 분리 전까지 GS가와 동업했던 LG가도 최근 총수일가의 지분변동이 활발하다. 하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LG가는 매입하는 경우가 드물고 매각 일변도다.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3세)의 자녀들인 구연승, 구연진, 구웅모씨가 지난 7일부터 24일까지 수차례에 걸쳐 LG 주식 총 43만5000주를 매도했다. 세 자녀가 보유한 지분은 0.51%로 감소했다. 앞서 5월부터 6월 사이엔 구본무 LG 회장의 고종사촌인 이욱진씨가 주식을 팔았다. 또 2월에는 구본무 회장의 여동생인 구훤미씨가 주식 일부를 매도했다. 그사이 4세들의 지분 매입은 거의 진도가 없다. 지난해 12월 구본무 회장의 차녀 구연수씨가 주식을 조금 사들인 정도만 눈에 띈다.
LG가는 경영권 행사에 영향을 줄 정도로 매도 규모가 크지 않고 올들어 LG 주가가 높은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에 차익실현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연장선에서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이후 범 LG가 방계회사의 지분 승계과정에서 비용으로 쓸 것이란 전망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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