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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D의 '진화'…장애인·노인 뛰어 넘어 생할경제 패턴 바꾼다
숟가락·수도꼭지·문 고리 등도 UD 산물
2017-08-01 06:00:00 2017-08-01 06:00:00
[뉴스토마토 박민호기자] 유니버셜 디자인(UD=Universal Design)이 주목받고 있다. 
당초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 제작 목적으로시작됐지만, 현재는 고령화 사회의 핵심산업, 앞으로는 일상 경제생활 전반이 UD산업의 영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UD란 성별·연령·국적·문화적 배경·장애 유무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편리한 디자인을 의미하는 것으로, 지난1980년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이자 장애인 건축가인 로널드 메이스(Ronal L. Mace)가 처음 주장했다. 
 
유니버셜 디자인은 사용하기 쉬운(usable), 차별화가 아닌 정상화를 추구하는(normalizing), 다양성을 포용하는(inclusive), 다용도의(versatile), 가능성을 진작시키는(enabling), 존중감을 느끼게 하는(respectable), 활동을 지원하는(supportive), 접근에 용이한(accessible), 이해하기 명료한(legible)이라는 9가지 원리의 첫 영어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다.
 
이를 고령자에게 적용해 보면 고령자가 처한 환경이나 특성을 고려해, 안전하고 사용하기 불편하지 않도록 제품을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문턱을 없애고, 노인의 키에 맞도록 싱크대 높이를 낮추고, 집안 곳곳에 안전손잡이를 만들고 욕실에 낙상방지를 위한 시설을 설치하는 식이다.
 
우리나라 유니버설 디자인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약자에 대한 배려 의식이 강하고, 고령화 사회에 일찍 진입한 선진국은 이미 유니버설 디자인이 일상화돼 있다. 일본에서는 국민 10명 중 8명이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일찌감치 공공분야는 물론 문화와 고용, 제품, 정보 등 사회 전 분야로 확대돼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통계를 가늠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인식이 부족한 현실이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 제품의 90% 이상이 일본산인 것만 봐도 국내 산업 수준을 알 수 있다.
 
우리 생활 속에 친숙해진 UD는 이미 우리 생활 속에 이미 많이 들어와 있다. 미처 인식하지 못할 뿐이지 우리 생활 곳곳에는 인간을 배려한 UD가 적용된 제품들이 숨겨져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일반적으로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간단한 배려에서 출발한다. 인간에 대한 배려에 경제학이 덧입혀지면서 생활경제 곳곳에 이미 UD가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아무생각 없이 쓰고 있던 화장실 수도꼭지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사례다. 현재 우리가 대부분 사용하고 있는 수도꼭지는 손잡이를 위로 올렸다 내리면서 물을 틀고 잠글 수 있다.
 
좌우로 살짝 돌리면 온수와 냉수도 조절할 수 있다. 손잡이 하나로 물을 틀고 온도를 조절할 수 있어서 매우 편리하다. 하지만 과거의 수도꼭지는 돌리는 형태였다. 온수와 냉수 나오는 손잡이도 따로 나눠져 있었다. 돌리는 것이 너무 미끄럽고 힘이 들어가자 지금과 같이 손잡이 하나로 온수 냉수를 조절할 수 있고, 누르는 것만으로 물을 틀 수 있는 수도꼭지를 만들어 냈다.
 
한 쪽 팔이 없는 사람들도, 손에 힘이 없는 사람들도 쉽게 쓸 수 있는 수도꼭지가 된 것이다. 문고리에서도 UD를 발견할 수 있다. 요즘 나오는 문고리들은 위 아래로 누르면 문이 열린다. 손에 힘이 없어도, 손가락이 펴지지 않아도 쉽게 문을 열 수 있다. 수도꼭지처럼 동그랗게 생겨 힘을 줘 돌려야만 열리던 과거의 문고리와는 다르다. 전문가들은 UD에 대해 너무 어렵게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람들이 좀 더 편리하게 일상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개인의 신체적인 문제로 하기 힘든 것들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유니버설 디자인의 핵심이다.
 
장애인 차별없는 세상에 기여 고령화가 진전된 선진국들은 일찍부터 시니어들의 편의를 위해 UD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1990년 장애인법(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 ADA)을 제정해 장애인들의 인권보장과 편의제고를 위한 틀을 마련했다.
 
이는 고용, 정부 활동, 대중교통, 공공시설, 상업시설, 통신 등에 있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별이 없음을 보장한다. 특히 건축물의 경우 장애인의 이용이 편리하도록 하는 건·개축 기준을 규정했으며, 통신 사업자는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간의 통신을 위한 중계서비스(TRS)를 24시간 제공토록 했다.
 
우리가 매일 식사 때마다 접하는 UD 제품이 있다. 바로 '한국의 숟가락'이다. 누구도 쉽게 이것이 UD라고 인식하지 못하지만, '한국의 숟가락'이야말로 UD의 원리를 충실히 따른 제품이다.
 
한국의 숟가락은 서양이나 일본과는 그 모양이 다르다. 주로 수프를 떠먹을 때 사용되는 서양식 숟가락은 두께가 약간 두껍고 손잡이 부분이 짧다. 일본 숟가락은 주둥이 부분이 더 넓고 손잡이 부분과 이어졌다. 두께도 상당하다. 하지만 한국 숟가락은 두께가 매우 얇고 숟가락 끝이 살짝 들려진 곡선모양이다. 숟가락 손잡이도 매우 길다.
 
또 하나는 바로 화장실 수도꼭지다. 현재 우리가 대부분 사용하고 있는 수도꼭지는 손잡이를 위로 올렸다 내리면서 물을 틀고 잠글 수 있다. 좌우로 살짝 돌리면 온수와 냉수도 조절할 수 있다. 손잡이 하나로 물을 틀고, 켜고 온도를 조절할 수 있어서 매우 편리하다.
 
문고리에서도 UD를 발견할 수 있다. 요즘 나오는 문고리들은 위 아래로 누르면 문이 얼린다. 손에 힘이 없어도, 손가락이 펴지지 않아도 쉽게 문을 열 수 있다. 동그랗게 생겨 힘을 줘 돌려야만 열리던 과거의 문고리와는 다르다.
 
정재훈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공공수요 부문에서 UD 모델과 사례를 선도해 간다면 UD를 향한 기업들의 발걸음도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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