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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지원 정책에 힘든 시기 버텼다"
(사회적기업가를말하다)김선호 비젼코리아 대표
기아 타이거즈 라이센싱 상품화… "5년간 정부 도움으로 성장"
‘해남 땅끝마을 야구단 창단에 사회적 보답하고 싶어"
2017-09-08 06:00:00 2017-09-11 08:33:37
[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5명으로 시작한 비젼코리아는 프로야구단 KIA 타이거즈의 라이센싱 사업권을 획득하고, 유니폼과 모자 등을 만드는 30여명이 일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제조업 기반인 비젼코리아에는 장애인, 다문화 구성원 등 사회경제적 취약층이 당당한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김 대표는 “사회적 기업을 위한 지원 제도가 없었다면 지금의 비젼코리아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 덕분에 두 발로 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 올해는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도약의 해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KIA 타이거즈 라이센싱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까지 열정으로 돌파구를 만들었다. 7년 전쯤 야구 관련 사업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자 현실이 보였다. 국내 프로야구가 출범한 지 30년 이상 됐고 실력도 세계 수준이었지만 야구팬들이 입는 유니폼부터 사인볼 등은 모두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 등 해외에서 수입됐다. 김 대표는 “국민스포츠로 불리는 야구였지만 관련 수익은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국내 일자리도 없어지는 현실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우연한 계기로 광주 북구에 있는 한 거래처에서 일하는 다문화 여성들을 만났고, 사회적 기업·협동조합 등의 개념을 알게 됐다. 그는 곧장 구청 기업지원과를 찾아가 문을 두드렸고 사회적 기업·사회적 경제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 라이센싱 사업과 딱 들어맞는다고 생각했다. 일자리 창출, 지역사회 발전 등 사회적 가치를 지닌 기업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다짐했다. 2011년 KIA 타이거즈 공식 라인센스 상품화 업체로 선정된 데 이어 2013년에는 고용노동부에서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됐다. ‘프로야구단 관련 일을 하면서 무슨 사회적기업이냐, 영세한 거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그에게는 사회적 가치 실현이라는 큰 목표가 있었다.
 
김 대표는 봉제의 ‘봉’자도 몰랐다고 했지만 지난 6~7년 동안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자체 생산하는 제조시스템을 갖췄다. 그는 “비젼코리아는 제조만큼은 독보적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서울에 있는 다른 업체보다도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광주 북구에 있는 비젼코리아에서 직원들이 자신들이 만든 유니폼을 들어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비젼코리아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김 대표는 더 자신을 채근했다. 사회적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프로야구단과 관계를 맺고 하는 사업 자체의 중요성도 잊으면 안 됐다. 장애인·다문화 구성원을 직원으로 채용하며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시에 사업에서 프로 수준의 긴장감, 성과를 내야하는 문제였다.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의 정신이 필요했다. 김 대표는 “직원들에게 우리는 프로야구단 상품화 사업을 하는 라이센싱 업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우리의 능력과 수준도 프로가 돼야한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하지만 직원들한테 잔소리로 받아들여질 때도 있다. 그런 마음을 몰라줬을 때 아쉬움이 컸는데, 지금은 직원들도 공감해주고 있다”고 돌아봤다.
 
회사 안에서 장애인, 다문화 구성원 등을 채용해 사회적 가치를 실천한다면 회사 밖에서는 기부 등 나눔 활동을 몸으로 실천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2월에는 지역아동센터에 있는 아동을 위해 써달라며 유니폼 500벌(2700만원상당)을 광주동구에 기부했다.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유니폼을 기부하고, 세월호 참사로 큰 슬픔에 잠겨있는 가족과 자원봉자들에게 담요 코트를 구호 물품으로 지원하는 등 남몰래 선행도 했다.
 
김 대표는 지난 7월20일에는 전남 해남군 땅끝마을에 있는 땅끝지역아동센터를 찾아 KIA 타이거즈 유니폼과 모자를 후원했다. 아이들은 이틀 뒤 김 대표가 후원한 유니폼을 입고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직접 야구를 관람하며 평소 간직했던 소원 하나를 이뤘다. 김 대표가 아니었다면 아이들은 야구장에서 입을 하얀색 티셔츠를 준비해 입어야 하는 형편이었다. 우연한 기회로 땅끝지역아동센터와 인연을 맺게 된 김 대표는 올해 프로야구 시즌이 끝나면 이른바 ‘해남 (땅끝마을) 야구단’을 창단하는 후원 계획도 세우고 있다.
 
김 대표는 “어려운 아이들에게 비젼코리아의 사회적 가치를 서비스하는 게 중요한 일이다. 힘든 가운데서도 아이들이 자신을 통해 우연한 계기로 야구를 알게 되고, 또 우연한 기회로 훌륭한 야구선수로 성장하면 정말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땅끝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김선호 대표가 후원한 유니폼을 입고 지난 7월2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맨 왼쪽이 김선호 대표. 사진=비젼코리아
 
비젼코리아에 올해는 기회이자 위기다. KIA 타이거즈는 KBO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는데, 2009년 이후 8년 만에 우승을 노릴 만큼 잘 나간다. 팀 성적이 좋고 팬들이 야구장을 많이 찾으면서 KIA 타이거즈 관련 상품화 사업을 하는 비젼코리아로서도 올해는 운수 좋은 해다. 반면 올 시즌 KIA 타이거즈와 라이센싱 계약이 끝나는 건 위기다. 시즌이 끝나고 또다시 공개입찰을 거쳐 KIA 타이거즈 라이센싱 사업을 따내야하는 건 당면한 목표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비젼코리아는 신인 선수와 같았다. 필드에서 실책을 해도 미래와 가능성을 보고 자꾸 출전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며 “내년부터는 다르다. 부족한 부분이었던 기획력, 디자인 능력을 갖춰서 비전코리아만의 청사진을 실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비젼코리아는 사회적 기업으로 5년째인 올해가 지나면 관련 지원은 끝나고 자립해야 한다. 기반은 조성됐고, 도약할 일만 남았다.
 
김 대표에게는 또 다른 꿈도 있다. 지역사회가 스포츠·문화·관광이 어우러진 융복합 산업의 중심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100만명이 프로야구 시즌에 광주 야구장에 오는데, 야구만 보고 가는 건 너무 아쉽다”며 “야구팬들이 야구뿐만 아니라 여수, 순천 등 다른 지역도 둘러보면서 광주만의 문화와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 산업으로 발전하면 좋겠다”고 했다. 
 
김선호 비젼코리아 대표. 사진=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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