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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의 분석과 전망)"아! 우리도 트럼프가 있었으면"하는 사람들
2017-11-13 06:00:00 2017-11-13 06:00:00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첫 방한은 1박2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큰 인상을 남겼다.
 
특유의 카리스마는 듣던대로였고, 언행은 진중한 것이 듣던 것과 달랐다. 그는 캠프 험프리스, 청와대, 국회, 현충원 등 발길 닿은 곳 모두에서 한국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역, 세일즈 등 미국 국익을 강조하고 톡톡히 실리를 챙겨갔지만 그건 익히 예측하던 모습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생각만큼 심하진 않네”라는 반응까지 낳았다.
 
요컨대, 미국 대통령에 대한 한국 지지율이라는 개념이 있다면 그걸 꽤 올려놓고 갔다는 이야기다.
 
이런 사후적 평가와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이 입국하기도 전부터 설레어하고 환영 행사를 준비하는 흐름도 분명히 있었다. 방한 첫째 날 시청에서 광화문 앞길을 가득 메우고 태극기를 흔들던 사람들, 둘째 날 국회 앞에서 반대시위대와 격렬하게 충돌한 사람들. 언론은 ‘환영-반대 양측 격돌’이라고 썼지만 분명히 전자의 숫자와 기세가 압도적이었다.
 
현장에서 직접 본 그들은 이른바 태극기 부대와 일부는 겹치는 듯 하기도 했다. 조직이나 돈으로 동원된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진심으로 환영하면서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았다. 성조기와 태극기를 들고 대체로 한미동맹 강화, 북핵과 북한 김정은 정권 비판 등을 말하고 있었다.
 
이물감과 기시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들은 트럼프에게서 리더쉽을 찾고 있었다. 거친 어조로 북한을 비난하고, 무력 시위를 서슴치 않고, 진보파들을 직설적으로 조롱하고, 나라의 이익과 위대함을 항상 강조하고 무엇보다도 실제로 힘을 갖고 있고...그야말로 보수파가 꿈에서 그리던 이상적 지도자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 바로 트럼프다. 게다가 ‘좌파’들은 욕해마지 않지만 막상 문재인정부는 트럼프 앞에서 쩔쩔매는 듯한 느낌을 주니 그건 그것대로 깨소금이다.
 
정도는 덜하지만 이명박정부 때 당시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한 한국 진보파의 정서도 상당히 유사한 면이 있었다. 따지고 보면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부시 미 대통령에 대한 보수파의 우호적 정서가 시발점인 듯 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트뤼도 캐나다 대통령이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같은 유수의 세계 지도자들 상당수가 매력 포인트를 갖춰서 팬들도 있지만 미국, 미국 대통령은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사람들은 강한 것에 끌리기 마련이라서 그럴까? 본질에 대한 평가야 어떻든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는 미국이다. 그 미국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대통령이니까.
 
오바마와 트럼프, 마치 노무현과 이명박처럼 대척점에 있는 두 사람이지만 매력과 힘이라는 두 요인으로 한국민들에게 소구력을 발휘했다.
 
문제는, 이명박 시절 진보파들이 오바마를 보면서 토로한 “우리는 왜 저런 지도자가 없단 말이냐”는 탄식이 지금 보수파들에게 똑같이, 아니 훨씬 강하게 재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긴 한국 보수야당의 직전 대통령 후보이자 현 당대표인 리더가 “나도 트럼프, 푸틴 같은 스트롱맨이다”고 주장하긴 했다.
 
트럼프가 동네북처럼 욕먹을 때부터 그가 갖고 있는 한국 보수파에 대한 소구력을 알아차린 것을 보면 보수야당 당대표도 어느 정도의 통찰력은 갖춘 듯 하다. 하지만 그는 ‘스트롱’을 입에 달고 살지만 트럼프의 ‘스트롱’한 면이 아니라 괴이하고 코믹한 면모만 공유하는 느낌을 주고 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아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한국 보수파의 환호는 더 높아질 것 같다. 그리고 상당히 오래갈 것 같다. 감옥에 있는 보수파의 전직 대통령을 떠올려도 그렇고 현재 보수 정당 상황을 봐도 “아 우리도 트럼프를 갖고 싶다”는 목소리가 퍼질 수밖에. 불행한 일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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