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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니아 여성 법률가와 나이지리아 난민 남성 부부의 상봉을 허하라"
국내에서 혼인했는데 난민인정신청 기각됐다고 남편 방문비자 안 내줘
알바니안 유학생 아내, 위급한 상황에서 쌍둥이 홀로 출산해야 할 처지
2017-11-15 14:03:44 2017-11-15 14:33:24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한국에서 유학 중인 알바니아 여성 법률가와 나이지리아 난민 남성 부부의 가슴 아픈 사연이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국내 인권분야 권위자인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찬운 교수의 페이스북 15일자 게시판에는 제자의 안타까운 처지를 담은 ‘호소합니다! 아담과 이브를 만나게 해 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사연은 이렇다.
 
30대 초반의 알바니아 여성인 이브(가명)는 3년 전 한양대 일반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해 인권법을 전공하고 있다. 모국에서 법대를 나오고 법률가 자격을 취득한 이브는 인권법을 전공해 인류애적 사랑을 실천하는 게 꿈이다. 유럽의 작고 가난한 알바니아에서 상법이나 중재법 등이 아닌 인권법을 전공하기 위해 타국에서 유학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한다.
 
박 교수에 따르면, 이브는 실력도 발군일 뿐만 아니라 상당한 노력가이다. 한, 두쪽 페이지 분량이면 충분한 레포트를 잔뜩 공을 들여 십여 쪽이나 작성해 제출해 박 교수 뿐만 아니라 동료들도 놀라는 일아 잦다고 한다.
 
이브는 어학 쪽에서도 상당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 모국어인 알바니어와 그리스어는 물론, 영어와 이태리어, 불어, 독어, 한국어까지 가능하다. 이런 그녀는 강의가 없는 때에는 정기적으로 국내 한 법률사무소에 나가 파트타임으로 외국 난민들의 난민신청을 도와 왔다.
 
이 과정에서 이브는 국내에서 난민인정신청을 준비 중인 나이지리아인 아담(가명)을 만났다. 나이지리아는 종교박해 등의 문제로 난민신청이 많은 나라다. 전과 등 범법 사실이 없는 아담도 비슷한 이유로 국내에 난민인정 신청을 냈다. 같은 외국인 출신이고 나이도 비슷한 또래라 두 사람은 금방 사랑에 빠져 국내에서 결혼해 쌍둥이까지 임신했다. 하지만 아담의 난민신청이 최종적으로 기각되면서 비극이 시작됐다.
 
아담은 난민신청이 기각되면서 나이지리아로 돌아갔다. 사랑하는 아내가 한국에 있지만 계속 국내에 남아 있으면 자칫 강제추방 당할 위험이 있고 강제 추방되면 추후 한국 방문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아담은 대신 본국으로 돌아가 한국에 있는 아내를 만날 목적으로 나이지리아 한국대사관 라고스 분관에 방문비자를 신청했다.
 
그러나 이마저 거부됐다. 아담이 한국에서 기각당한 난민인정신청이 문제였다. 아담과 이브 주위 사람들에 따르면, 난민도 아닌 사람이 난민신청을 한 것으로 보아 비자발급을 허가하기는 부적절하다는 것이 기각 이유였다. 보통의 유학생들은 유학하는 국가에서 가족을 동반할 수 있고, 이때 가족에게 동반비자나 방문비자를 내주는 것이 국가간 통상적인 예로 알려져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브의 건강상태다. 은사인 박 교수 등 그녀의 지인들에 따르면, 이브는 선천적으로 지중해빈혈(thalassemia)이 있는데다가 최근에 당수치가 높아져 출산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것으로 진단됐다. 더구나 쌍둥이가 2주간의 차이가 있고, 쌍둥이간 수혈증후군(Twin to twin transfusion syndrome, TTTS)으로 아이들의 생존 자체를 보장할 수 없는 위급한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이브는 자신의 목숨은 물론 아기들의 생명까지 위험한 출산을 국내에서 혼자 감내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2년간 이브의 국내 체류기간이 끝나기 전에는 아담은 국내에서 아내와 아이들을 만날 수 없게 된다.
 
이브의 지인들에 따르면, 아담은 전날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에 있는 대한민국 대사관에 다시 한 번 비자신청서를 제출하고 우리나라 정부의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다. 결과는 금명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박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지금 이 두 남녀가 원하는 것은 배우자인 이브의 적법한 체류기간(향후 2년) 중에 함께 한국에 있겠다는 것”이라며 “난민인정 신청을 했다가 기각되었다는 사정이 이것을 막아야 할 사정이 되느냐”고 물었다.
 
또 “아담은 범법자가 아닙니다. 관련법에 의해서도 그에게 비자를 발급해선 안 된다는 규정이 없습니다. 비자발급은 전적으로 우리 정부의 재량”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알바니아에서 온 제 제자 이브의 남편 아담이 한국으로 돌아와 둘이 재회하도록 해주십시오. 저보고 신원보증을 서라면 기쁜 마음으로 서겠습니다. 이브의 출산일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아담 없이 사고무친한 한국 땅에서 애를 낳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라고 정부(외교부)에 호소했다.
 
박 교수의 이 사연이 올려진 게시판에는 7시간 만에 350여명이 공감을 표시했으며, 지금도 함께 안타까워 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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