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일본 기업의 한국 인재 모시기 경쟁이 뜨겁다. 언어 실력이 뛰어나고, 성실한 데다, 기술력도 갖췄다. 조직문화와 생활환경이 비슷해 근속연수가 길다는 점도 한국 인력의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본에 취업한 한국인은 약 4만8000명이다. 2008년 약 2만명과 비교해 두 배 넘게 증가했다. 한국의 취업난과 일본의 인력난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국의 올해 10월 청년실업률은 8.6%로, 최근 18년간 가장 높았던 1999년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일본은 자국에서 필요한 인재를 다 소화하지 못할 만큼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다. 대졸 취업률은 97%에 이른다.
한국에서 일본 취업을 준비하는 인력을 돕는 키자와 히토미씨(오른쪽). 사진/네오캐리어
한국과 일본 간 인재 교류가 활발해지자, 일본 취업지원 업체 네오캐리어는 국내의 토스와 손을 잡고 한국 인재 발굴에 나서고 있다. 올해는 100여명을 일본 기업에 소개했지만 내년에는 800명 이상 맺어줄 계획이다. 나카무라 고 네오캐리어 영업부장은 “일본은 장기적 인구 감소 시대이며, 한국은 취업 빙하기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국경을 넘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큼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네오캐리어는 한국·대만·중국·베트남 등 아시아 10개국 22개 지점에서 일본 기업 채용을 진행 중이다. 이중 한국 인력의 선호도가 가장 높다. 키자와 히토미 네오캐리어 해외사업부 사원은 “한국 사람들은 일본인들보다 이직률이 낮고 회사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면서 “인내심이 강하고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점도 높게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사람들은 자신의 역량 성장에 대한 관심이 커서 중국·동남아보다 경쟁력이 월등히 높다”고 덧붙였다.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을 정도의 언어 실력은 한국 인력의 선호도를 높이는 요소다. 일본 취업을 고려하는 한국 취업준비생들은 대부분 일본어능력시험 JLPT의 N1~5급중 2급 이상의 성적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에서 조기 영어 교육과 토익·토플 등의 영어 점수를 중요시하는 만큼 일본 인력과 비교해 평균 영어 실력도 뛰어나다. 키자와 사원은 “(일본 취업자들이)일본어로 소통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며 영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일본과 한국의 조직문화가 비슷하다는 점도 일본 기업이 한국인을 마음 놓고 채용할 수 있는 이유다. 일본 기업은 상하 관계가 뚜렷하고 보고체계가 명확하다. 나카무라 영업부장은 “한국 인력들도 선후배 간 상하의식을 가지고 있어 일본 조직에 알맞다는 평가를 받는다”면서 “한국 사람들은 일본 사람들과 동일하게 공부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어 일에 대한 욕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취업 문턱이 높아 신입사원의 연령이 높은 점은 일본 취업에 큰 걸림돌이 아니라고 말했다. 키자와 사원은 “대부분의 일본 기업이 한국의 취업연령, 군대복무 등의 문화를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상사의 업무 지시를 무조건 따르려는 태도와 실패를 두려워하는 마음가짐 등은 단점으로 들었다. 키자와 사원은 “한국은 어느 정도 목표가 달성되면 리스크를 줄인다”면서 “일본의 경우에는 일단 도전하는 의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 오는 한국 인력들이 도전 정신을 더욱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