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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인재 일본 진출 봇물)"취업난 한숨 청년인재, 일본 진출은 또 다른 기회"
"일본, 불황 딛고 호황 전개…인력은 가뭄 상황"
2017-12-07 06:00:00 2017-12-07 09:09:49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한국 정보통신기술(ICT) 인재들이 일본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의 한국과 달리 일본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ICT 인력 수급이 빠듯해 한국의 ICT 분야 구직자들에게 또 하나의 기회로 꼽힌다.
 
 
 
'아이폰 천하' 일본…"한국 iOS 개발자 적어 아쉽다"
 
해외 인력을 찾는 일본 기업들의 분야는 ICT와 호텔, 각종 경영 컨설턴트 등 다양하다. 하지만 수요가 가장 많은 분야는 단연 ICT다. 일본 기업들도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력을 갖춘 인재 모시기에 적극적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해외 취업 프로그램 'K무브' 사업을 하고 있는 '토스'의 김주성 전무는 "일본 기업들의 분야별 해외 인력 수요는 ICT가 70%, 나머지가 30%"라며 "ICT에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ICT 중에서도 가장 수요가 많은 분야는 ▲웹디자인 ▲모바일 게임 개발 ▲iOS(애플의 모바일 운영체제)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등이다. 특히 모바일 게임과 iOS 앱 개발자 수요 비중이 높다. 일본의 스마트폰 시장은 아이폰 천하다. 애플은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40~50%의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 삼성전자도 일본에서는 아이폰의 기세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한다.
 
이와는 반대로 국내에는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절대적이다. 소비자들이 삼성전자를 비롯해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을 아이폰보다 더 많이 찾는 환경 때문이다. 비율로는 전체 시장의 80%가량이 안드로이드 폰으로 추산된다. 김 전무는 "iOS 개발자들을 찾는 일본 기업들이 많은데 국내에서는 찾기 힘들다"며 "iOS 기반의 개발과 일상생활 수준의 일어 회화가 가능하다면 일본 취업의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토스' 사무실에서 구직자들이 일본 기업의 설명회에 참여한 모습. 사진/토스
 
회화 교육부터 면접까지…인력 유출이냐, 기회 창출이냐 
 
일본 취업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언어다. 일본에 취업을 하고 싶지만 회화 실력이 부족하거나 구체적인 취업 경로를 모르는 구직자들에게 토스와 같은 곳들은 충실한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다만, 기본적인 의사소통 능력은 필수다. 김 전무는 "ICT 직군과 같은 기술직은 일본어에 능통한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상적인 회화가 가능하고 기본적인 업무 관련 용어는 알아야 된다"고 말했다.
 
토스에 인력을 요구하는 일본 기업들은 일본어 능력 시험 JLPT의 N2 등급 이상을 요구한다. JLPT 등급은 N1부터 N5까지 다섯 등급으로 나뉜다. N1이 가장 높고 N5가 가장 낮다. N2 등급은 일반적인 회화가 가능하고,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수준이다. 토스는 일본인 교사를 채용해 교육생의 수준에 따라 1~3개월간 일본어 교육을 진행한다. 업무 능력 이전에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전제되므로, 기업들은 언어 능력을 중시한다. 토스는 언어와 일본 기업에 대한 수업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일본 기업의 면접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일본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이 한국으로 건너와 면접을 보고 최종 합격 여부까지 결정한다. 구직자들이 면접을 위해 일본을 오가는 번거로움을 없앴다. 
 
토스는 일본 현지의 외국인 취업 알선 전문기업 네오캐리어와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양사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기업과 구직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검증된 인재와 기업을 양쪽에 소개해 준다는 점이다. 이들은 일본의 상장사나 중견기업 위주로 한국 구직자들과 가교 역할을 맡는다. 일본 현지 기업에게도 기본적인 일본어 실력과 해당 분야에서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추천한다.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토스는 보다 많은 구직자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조만간 국내 몇몇 대학들과 제휴를 추진할 계획이다. 대학교의 취업 프로그램과 토스의 교육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김 전무는 "구직자들의 신청에만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먼저 대학을 찾아가려고 한다"며 "몇몇 대학에 제안을 했으며 관심을 보이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신입에 대한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경력직들에게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 전무는 "일본 기업들은 9대 1 정도의 비율로 신입을 원하고 있으며, 연령대는 20대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국내 우수 인력을 해외로 빼앗긴다는 우려 섞인 지적도 나온다. 특히 ICT 인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을 맞아 모든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1차적 자원이다. 우수 인력의 유출로 국내 전반적인 ICT 산업의 경쟁력 저하도 우려된다. 동시에 낯선 땅에서의 적응 등 개인이 헤쳐 나가야 할 부담도 만만치 않다. 때문에 자신의 미래 경력까지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다만 국내에서 지독한 취업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우수 인력들을 좁은 국내 시장에만 묶는 것은 오히려 미래 경쟁력의 손실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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