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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의 인권이야기)‘사회적참사법’에 반대한 정유섭 의원께
2017-12-06 06:00:00 2017-12-06 06:00:00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님께
 
저는 지난 11월 24일 이전에는 의원님을 알지 못했습니다. 보여주기 쇼로 끝났던 ‘세비반납’ 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것도 이제야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전날 세월호참사 유가족들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국회 본관 앞에서 밤을 지새웠습니다.
 
혹시나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기구의 설립을 주 내용으로 하는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사회적참사법)이 국회 본회의 벽을 넘지 못할까 하는 초조함 때문이었습니다.
 
마침 바람도 세게 불었고,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 물기를 잔뜩 품은 눈이 내렸습니다.
 
저는 국회 본회의 방청석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의원님의 반대 토론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법안의 통과는 “국회의 수치”라고 외치는 의원님을 보고 있었습니다.
 
저의 귀를 위심케 하는 말들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간신히 누르고 있는 유가족들의 모습이 안쓰러웠습니다.
 
3년7개월이나 그들이 당해온 모욕을 국회에서도 당하게 될 줄을 그들은 몰랐을 겁니다. 의원님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국회를 나온 이후에도 두고두고 잊히지 않아서 인사 한 번 안 한 처지임에도 이 편지를 씁니다.
 
“이미 세월호 조사와 관련해서는 해경 수사, 해난심판원 조사, 감사원 감사, 검찰 조사, 국정조사, 법원 1·2심 판결까지 다했습니다. 이것으로 부족합니까? 새로운 사실이 나왔습니까?”
 
의원님 말씀대로 이런 조사와 수사가 그동안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거꾸로 묻고 싶습니다.
 
무엇이 규명되었는지요? 새로운 사실이 안 나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각종 조사와 검찰의 수사에도 압력을 행사해서 조사와 수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도록 막은 세력은 박근혜정부와 지금의 자유한국당이 아니었나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설치되었던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가 사사건건 가로막혔고, 방해를 받았으며, 정부에 의해서 강제 종료가 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나요?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은 ‘7시간 반’으로 늘어났고, 각종 의혹은 해명되기는커녕 의혹만 커져왔습니다.
 
“세월호 사고 원인을 아직도 모르십니까? 저한테 물어보십시오. 제가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너무도 오만한 발언입니다.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은 지금까지 아이들이 배 안에서 왜 구조를 받지 못했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그 배 안에서 아이들이 죽어갈 때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한 미안함 때문에 지금도 울고 지냅니다.
 
그런 유가족들 앞에서 의원님이 알고 있다는 진실을 말할 수 있습니까? 어느 언론은 이런 발언을 두고 ‘소신 발언’이라고 추켜세웠지만, 유가족들만이 아니라 이 나라의 국민들은 왜 배가 침몰하는 순간에 구조하지 않았는지, 침몰의 원인은 무엇인지, 왜 그토록 극악스럽게 진상규명을 방해했는지를 알고 싶어 합니다.
 
의원님이 알고 있다는 사건의 진실을 공개하시기 바랍니다. 해수부 관료의 이력과 공직 퇴직 이후에도 ‘한국해운조합 이사장’과 ‘여객안전재단 이사장’의 경력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의원님은 이른바 전형적인 ‘해피아’입니다.
 
해피아의 관점에서 보면 새롭게 특별조사기구를 만들어 다시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법안이 불안했을 겁니다. 이 법에 의해 만들어지는 특별조사기구가 ‘해피아’들의 짜고 치는 고스톱 판처럼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위험천만한 안전업무에 걸림돌이 생기고, 부정부패의 고리들이 드러날 것이 두려울 수 있습니다.
 
그걸 위해서 사회적참사법이 필요했던 것이고,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은 더욱 절실합니다. 그래서 사회적참사법에 의해 만들어지는 특별조사기구는 ‘예산낭비’가 아니라 우리 사회를 안전사회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해낼 것입니다.
 
참사의 진실을 깊은 바다에 묻어버리고, 몇 푼 보상으로 끝냈던 과거의 오랜 ‘공식’은 이제 깨져야 합니다.
 
정유섭 의원님, 더 이상 혹세무민하지 마시고, 유가족 앞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진실의 편에 서시기를 바랍니다.
 
박래군 뉴스토마토 편집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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