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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쑥날쑥 신의칙 판결…산업현장은 대혼란
신의칙 세부기준 없어 노사간 희비
2017-12-05 18:05:43 2017-12-05 18:05:43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신의성실의 원칙을 둘러싼 혼란이 산업현장에서 가중되고 있다. 기업에 중대한 경영난을 초래할 경우 적용되는 신의칙과 관련된 세부적인 기준의 부재로 노사 모두 큰 혼란을 겪고 있다. 
 
5일 노동계와 경영계와 따르면 현대차·현대중공업 등 최소 5개 기업의 노사가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중 현대중공업과 시영운수 소송의 핵심은 신의칙 적용 여부다. 통상임금을 재산정해 노조에 지급할 경우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 위기가 발생하는 지가 쟁점이다. 
 
신의칙은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도입됐지만, 기준이 없어 논란이 이어졌다. 재판부마다 신의칙을 판단하는 기준이 달라 엇갈린 판결이 나오고 있다는 게 노동계와 경영계의 설명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회사가 부담할 소송금액이 당기순이익을 초과하거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경우 재판부는 신의칙을 적용했다. 
 
재판부마다 기업의 경영상황을 판단한 시점이 다른 사례도 있다. 현대중공업 소송의 경우 1심 재판부는 2012년 경영상항을 기준으로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2심에서는 2014년 회사가 적자를 낸 이유로 신의칙을 적용했다. 1심(원고 승소)과 2심 판결(패소)도 달랐다. 
 
현대중공업 노사 모두 법원의 고무줄 기준에 당혹감을 나타내고 있다. 2015년까지 적자를 내다 지난해부터 흑자로 전환한 점도 노사간 긴장을 고조시키는 대목이다. 신의칙이 인정되면 노조는 체불임금을 일체 받지 못한다. 반대의 경우 회사는 6300억원을 노조에 지급해야 한다.
 
지난 8월 있었던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의 경우 서울지방법원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경영상황을 판단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4249억원 줄었지만 매년 흑자 경영을 지속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영계는 신의칙 세부기준을 마련해 산업 현장의 혼란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신의칙으로 인해 노동권이 침해받고 있다며 신의칙 폐지를 요구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경영상황이 시시각각 변하는데, 법원이 과거와 현재를 기준으로 미래의 경영상황을 예측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8월 기아차 노조가 통상임금 소송 승소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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