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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상륙 30년)'한국형 레몬법' 도입됐지만…'피해방지' 보강 시급
'주행안전성' 객관적 기준 필요…정부가 당사자간 논의 주도해야
2017-12-11 06:00:00 2017-12-11 06:00:00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지난 30년 동안 수입차 판매는 크게 늘어났지만 소비자의 권익 보호 측면에서는 뒷걸음질 치고 있는 모습이다. 사기판매 등에 저항할 제도적 장치 마련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차량 인증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는데다 폭스바겐을 필두로 한 배출가스 조작 사태, 중고차 신차 둔갑 판매, 침수차 판매 등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이를 막을 법적, 제도적 장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른바 '한국형 레몬법'인 자동차관리법 개정안 도입이 확정되면서 수입차 피해사례를 포함한 소비자의 교환·환불 권리가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한국형 레몬법 제정과 함께 자동차관리법이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자동차관리법 개정안(한국형 레몬법)이 지난 9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오는 2019년 1월1일부터 신차 구입 후 일정기간 내에 동일한 하자가 반복될 경우 교환·환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꾸준히 발의됐던 내용이지만 번번이 무산됐던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은 지난 1월 정용기 자유한국당 의원(당시 새누리당)의 대표발의로 2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신차 구입 후 1년 이내(주행거리 2km 미만)에 중대한 하자 3회, 일반 하자의 경우 4회 발생했거나 총 수리기간이 30일을 초과하는 경우 교환·환불이 가능하다. 동시에 하자발생시 신차로 교환·환불한다는 내용이 서면계약에 포함돼있어야 하며, 하자로 인해 안전 우려와 경제적 가치훼손, 또는 사용이 곤란한 상황이라는 것이 충족돼야 한다. 중대한 하자는 원동기·동력전달장치·조향장치 등 주행 및 안전과 관련된 구조·장치에서 발생한 동일 증상의 하자를 가리킨다.
 
소비자는 자동차를 인도 받은 날로부터 2년 내에 차량 하자에 대해 국토교통부 자동차안전 하자심의위원회에 교환·환불에 대한 중재를 신청해야 한다. 자동차 관련 각 분야 전문가 50인으로 구성된 하자심의위는 중재 신청별로 3인으로 구성된 중재부에서 중재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나온 중재부의 판정은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기 때문에 자동차 제작·수입사는 차량 교환·환불을 시행해야 한다.
 
레몬법은 오렌지인줄 알고 샀는데 알고 보니 오렌지를 닮은 신 레몬이었다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하자가 있는 차량을 신 레몬에 빗댄 법안이다. 한국형 레몬법 도입에 따라 신차의 하자 입증에 대한 소비자의 부담은 덜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신차에서 발생한 결함이 차량의 주행 및 안전성과 관련이 있어야 교환·환불 요건이 성립되는 데 이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법안에 명시된 주행 및 안전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특정 결함이 차량의 주행 안전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입증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 예시가 없어 소비자와 제작사, 전문가 간 해석상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차량의 교환·환불에 대한 내용이 서면계약에 포함돼 있어야 하는 만큼 제작사의 동의 부분도 중요한 문제다.
 
수입차의 경우 중고차 혹은 침수차라는 의심이 들어도 소비자가 이를 입증할 방법이 없어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웠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하자심의위를 통해 수입차의 중고·침수차라는 점을 밝혀낼 수 있는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이 또한 주행안전성과 관련된 중대결함이라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주행안전성에 대한 객관적 예시가 필요한 이유다.
 
이에 따라 한국형 레몬법을 도입하는 데 그치지 말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주행안전성 기준을 객관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비자와 제조사,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모여 충분한 논의를 거쳐 기준을 세우는 데 정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종석 한국소비자원 자동차팀 차장은 "레몬법 도입의 취지와 이에 따른 하자심의위의 설치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를 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주행 및 안전성의 범위"라며 "주행안전성이 어디까지인지 명확하게 열거돼야 하고 소비자와 제작사 모두가 이 기준에 동의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문가들로 구성된 하자심의위가 설치되더라도 주행안전성 기준이 불분명하다면 소비자가 요구하는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며 레몬법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차량 인증 취소로 판매가 중지된 폭스바겐 차량들이 경기도 평택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출고장(PDI)에 주차돼 있다. 사진/뉴시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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