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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망 중립성 원칙 폐기…“국내는 유지 방침”
이통사와 인터넷 사업자 희비 갈려…법정공방 예상
2017-12-15 10:10:38 2017-12-15 10:10:38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미국 FCC(연방통신위원회)가 14일(현지시간) 망 중립성 정책을 폐지했다. 망 제공자가 모든 콘텐츠를 차별 없이 다뤄야 한다는 원칙이 사라지면서 미국 이동통신사들은 막강한 권력을 쥐게 됐다. 시민단체와 야당 등의 반대도 거세 법적공방까지 예상된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FCC는 이날 표결을 통해 망 중립성 원칙 폐지를 결정했다. FCC 위원 5명 가운데 아짓 파이 FCC 위원장과 공화당 소속 위원 2명이 폐지에 찬성했다.
 
이날 표결에 부쳐진 망중립성 폐기안은 광대역 인터넷 액세스를 통신법상의 타이틀2 대신 타이틀1로 변경하는 것이 골자다. 이는 인터넷 망을 공공재가 아닌 정보서비스로 변경해 시장의 원칙에 따라 작동되도록 한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망 중립성 폐지론자인 파이 위원장은 “망 중립성 폐지는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며 “망 공급자들이 사람들에게 더 다양한 서비스 옵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아짓 파이 FCC 위원장. 사진/AP뉴시스
 
2015년 오바마정부 때 도입된 망 중립성은 내용·유형·사업자·기기 등에 따라 망 제공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망이 정보서비스로 변경된 지금 버라이즌, AT&T 같은 망 제공자가 트래픽을 많이 유발하는 기업에는 망 사용 비용을 더 요구할 수 있고, 망 대가에 따라 우선순위를 부여해 서비스를 할 수도 있다.
 
망 중립성 폐지로 미국 인터넷 업계에는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넷플릭스나 페이스북처럼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 사업자들은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반면 이통사 등 망 제공자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 측면에서 칼자루를 쥐게 됐다. 이통사 관계자는 “망 제공업자들이 망 구축·운영에 대해 합리적인 대가를 받을 수 있는 통로가 열린 것”이라며 “5G 등 차세대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 활성화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망 중립성 폐지 결정에는 많은 비판도 나와 법적 다툼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폐지 반대표를 던진 클라이번 민주당 의원은 “FCC는 국가가 광대역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즈는 “이번 조치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콘텐츠를 찾는 데 더 많은 어려움을 겪게 만들고, 스타트업들은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데 더 큰 비용을 내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레딧 스티브 허프만 최고경영자는 “망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싸움은 길어질 예정”이라면서 “FCC의 결정은 곧 법정에서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고 법적공방을 시사했다.
 
미국의 결정에 우리나라 정부는 당분간 “망 중립성 원칙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망 중립성을 가이드라인 형태로 시행 중이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망 중립성 원칙을 법제화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송재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장은 “당장 우리나라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망 중립성 원칙이 글로벌 트렌드가 될 수 있을 것인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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