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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수술대 오른 금융사 지배구조)①"외부면 낙하산, 내부면 셀프연임"…당국 잇단 경고에 업계 '혼란'
당국, 특정사 겨냥 CEO 연임 경고…업계 "당국 지침따라 만든 규정" 반발
"전직 경영진 음해·노조 주장 편승" 비판도
2017-12-18 08:00:00 2017-12-18 08: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당국이 지난 2014년 KB금융 내분 사태 이후 3년여만에 다시 금융회사 지배구조 문제에 칼을 빼들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권 최고경영자(CEO)의 이른바 '셀프연임'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잇따라 내놓은 데 이어, 금융감독원이 금융사 CEO 승계 프로그램 점검에 직접 나섰다. 금융권에서는 금리상승기가 본격화 되면서 한계기업 부실 등 금융시스템 위기가 임박한 상황인데 이 같은 지배구조 경고가 뜬금없다는 반응이다. 금융권 관리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지적할 수 있는 입장이지만, 특정 회사나 특정 CEO를 탓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새로운 관치의 모습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간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에 대한 금융당국의 손질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이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외부 출신보다 내부 출신이 우대받을 수 있도록 경영 승계 규정을 손봤는데, 내부 출신의 장기집권은 안된다는 식이어서 또 다시 수정이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금융권은 최종구 위원장이 금융지주사 지배구조를 처음 언급했을 때부터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를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셀프 연임'과 '스스로 연임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 조성' 등 표현이 윤종규 회장이 연임한 KB와 김정태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이 언급되는 하나를 타깃으로 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특정 금융사를 겨냥한 것은 아니라며 관치 논란에 선을 그었다. 취지와 다르게 제도가 운영되는 부분이 있는지 찾아보고, 능력 있는 사람이 선임돼 제대로 평가받는 시스템을 갖추게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설명을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속도전으로 하나금융과 KB금융의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개선을 권고하고 나서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금융감독원은 이들 회사에 회추위 구성과 관련해 회추위를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할 것을 주문했고, 회장 후보군을 선정하고 관리하는 절차에서 현직 회장이 참여하지 말라는 입장을 전달하기 까기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지주 연임 제동에 나팔수로 나섰고, 최흥식 금감원장이 저격수로 나선 모양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전직 경영진의 음해설과 금융권 노조의 주장에 끌려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KB금융 계열사 노조들로 구성된 KB금융 노조협의회는 윤종규 회장에 대해 셀프연임이라고 비난해왔고 하나금융 노조는 김 회장에 대해 셀프연임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해왔다. 특히 하나금융의 경우 전직 경영진으로 추정되는 세력이 김정태 회장의 연임 관련 이슈에 대한 문제제기를 공공연하게 흘리고 있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대상으로 지목받은 KB금융이나 하나금융지주에서는 이미 금융사 지배구조법에 준해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후보군 관리와 선임절차를 갖췄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들 금융지주사는 지배구조연차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매년 공시해온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 금융지주사 외에 다른 금융사들도 금융당국의 향후 행보에 긴장하고 있다. 현재 은행권 금융지주사들은 현재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통해 회장 승계계획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으며, 승계 계획에는 회장 자격요건, 승계 과정, 후보자 추천절차는 물론 관리하는 후보군까지 포함돼 있다.
 
금융지주사 한 관계자는 "현재의 지주사 경영 승계 규정이 금융당국이 몇년의 수정을 거쳐 지난해 내놓은 금융사 지배구조법에 따른 것"이라며 "지침이 만들어진지 1년이 되지 않았는데 규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지배구조법에 문제가 있다고 자초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내부 출신을 우선해야 한다는 분위기에 외부 공모 방식을 없앴는데, 다시 '셀프 연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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