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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연내 불발에도 재계 불안감 여전
여당 전열 정비된 내년이 고비…"긴장 늦출 수 없는 처지"
2017-12-18 18:10:00 2017-12-18 18:26:44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경제민주화 법안 다수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해를 넘길 전망이다. 재계는 한시름을 놓게 됐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과 근로시간 단축 등은 여야가 이견을 상당히 좁혀 차기 국회 통과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스튜어드십 코드, 금융그룹 통합감독 등 재계가 내년 당면할 과제의 종착지도 여전히 경제민주화다.
 
18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상법 개정안을 제외한 경제민주화 법안은 이번 임시국회 통과가 어렵게 됐다.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은 국회법에 따라 5일 후 법사위 안건에 상정할 수 있다. 대다수 경제민주화 법안이 해당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한 현 시점에서 이번 회기 내 국회 통과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여야의 공통된 의견이다. 상임위원장 직권상정으로 절차를 단축할 수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 임시국회는 22일 본회의를 끝으로 23일 문을 닫는다. 
 
 
법인세 인상, 상속·증여세 강화 등에 이어 추가 규제를 우려했던 재계로서는 일단 연말까지는 시간을 벌게 됐다. 하지만 국회 문턱에 가까워진 법안들도 포착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가 도입을 요구했던 징벌적 손해배상제 관련 법안은 일부 수정을 요구하는 소수 의견만 있을 뿐 여야가 합의 마무리 단계다. 개정안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까지 확대하는 내용이다. 재계에서도 도입을 어느 정도 각오하는 분위기다.
 
다중대표소송제, 전자·서면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상법 개정안은 여야 입장차가 이번 임시회에서도 확인됐다. 야당은 상법 개정안 동의 선결 조건으로 경영권 보호를 요구하고 있다. 주주총회시 의사정족수 기준(발행주식총수의 25%)을 완화하고, 포이즌필 도입 등을 주장한다. 포이즌필은 적대적 인수자가 지분을 일정 비율 이상 취득시, 이사회가 기존 주주들에게 주식을 시가보다 싼 가격에 매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다. 주주총회 의결권을 대리행사하는 섀도보팅 제도가 이달 말 폐지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재계가 대안으로 요청하고 있다.
 
재계는 전반적으로 상법 개정안이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우리 기업의 현실에 맞지 않고, 도입한 일본에서도 부작용이 상당했다며 반대 논리를 펼치고 있다. 전자투표제는 굳이 입법을 통해 의무화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과 미국도 도입 과정에서 상당한 격론을 겪었고, 부작용도 많아 지금은 제한하는 추세"라며 "전자투표제 또한 기업이 (섀도보팅 폐지로)주총을 무산시키지 않기 위해 자발적으로 도입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주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내년에 재논의된다. 단계적 적용의 대안 입법이 유력했지만 막바지 일부 여당 의원들 반발로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재계 관계자는 "어차피 근로시간 단축은 현 정부에서 기정사실화된 문제로, 해를 넘긴다고 달라질 게 없어 보인다"며 "다만, 1000인 이상부터 단계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정치권이 빠르게 의견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집단 공익법인 운영실태 및 지주회사 수익구조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확보된 데이터는 정책 근거를 보충해 정부여당이 내년 경제민주화 입법 과정에서 요긴하게 활용할 수도 있다. 내년에는 거수기 주총을 견제하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금산결합 기업을 압박하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 도입 등도 예정돼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 개정 입법 없이 정부나 공정위 권한만으로도 가능한 경제민주화 규정들이 곳곳에 있다”며 “기업들로서는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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