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군의 인권이야기)파국에 대한 경고
입력 : 2017-12-20 06:00:00 수정 : 2017-12-20 06:00:00
토마 피케티 교수는 <21세기의 자본>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경제학자다. 그를 비롯한 세계적인 경제 분야 석학들이 ‘세계의 불평등 보고서’를 발표해서 화제다. 이 보고서의 요지는 “세계의 빈부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일부 국가에선 ‘극단적 수준’에” 이르렀고, “불평등을 이대로 방치하면 정치·경제·사회적 파국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의 상위 0.1% 약 760만 명의 소득 증가는 하위 50% 약 38억 명의 소득증가와 맞먹는다고 한다. 또 “이대로 가면 현재 세계 평균 20%인 상위 1%부자의 소득 비중이 2050년엔 24%로 늘어나는 반면, 하위 50%의 몫은 10%에서 9%로 더 낮아진다.” 우리나라도 이 보고서에서 지적하는 극단적인 소득격차의 나라에 속한다. 그것도 상위권이다. 한국은 2012년 기준으로 보면 상위 10%가 44.2%를 차지하고 있다. 인구의 90%가 55.8%를 나눠 갖는다는 얘기다. 중동 국가들(61%), 인도와 브라질(55%),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54%), 미국·(47%), 러시아(46%) 다음 순위다.
 
토마 피케티가 말하는 파국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상상해 볼 수는 있다. 경제 시스템이 붕괴된다면 대공황의 극단적인 상황을 맞게 되고, 이에 따라서 파시즘이 대두되고, 사회적으로는 극단적인 혐오와 차별이 성행하는 그런 상황이 연상된다. 곳곳에서 학살과 약탈이 횡행하게 될 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보다도 더 극심한 극단적인 인간파괴의 상황을 보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 극단적인 파국이 훗날 미래의 이야기일까? 가난한 나라들에서는 이미 그런 파국이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곳곳에서 독재자들이 판을 치고, 학살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가난한 나라들일수록 소수의 부자들이 부의 독점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이런 나라들에서 인권은 설 자리를 찾지 못한다. 인권은 공상한 나라의 천상의 공허한 약속일뿐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그런 극단적인 파국의 나라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까? 그렇지 않다. 사회 곳곳에서 파국의 조짐들이 보인다. 13년째 OECD 1위를 달리는 자살률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OECD 평균에 거의 3배나 높게 나타나는 이런 자살률, 1년이면 1만 5천 명이고, 40분에 한 명씩 죽어간다는데도 이 나라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살의 원인은 생계문제다.
 
먹고 사는 게 힘들어서 죽음을 선택한다. 항시 내전 상태와도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고 무언인가. 세계 최고의 저 출산 상황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고, 사회복지 시스템은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OECD 국가들의 사회복지 지출에 최소한 10% 이상 뒤떨어지고 있으면서도 사회복지 시스템 확충을 하자는 데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이래 놓고 아이를 낳으라고 독려만 하고, 캠페인을 벌인들 예산만 낭비할 뿐이다.
 
지난해 겨울부터 6개월간 벌인 촛불시위로 우리 국민들은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을 벌인 독재자를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그리고 새 대통령이 선임되었고 새 정부는 적폐청산과 개혁을 서두르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극단적인 부,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한 과감한 분배정책은 시행되지 않고 있다. 고소득자들과 재벌들에 대한 증세도 흐지부지되고 있다. 지금의 불평등은 인권이 악화되는 모든 원인을 제공한다.
 
인류는 “언론의 자유, 신념의 자유, 공포와 궁핍으로부터의 자유를 향유하는 세계의 도래”를 약속하며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했다. 그게 벌써 69년 전의 일이다. 국가는 시민·정치적 권리(자유권)만이 아니라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사회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극단적인 불평등이 초래할 파국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에 한 걸을 다가가기 위해서도 너무도 당연한 것처럼 인식되는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 결단을 해야 할 때다. 지금 결단하지 않으면 파국을 향해 가는 열차를 세울 기회는 점점 사라질지 모른다.
 
박래군 뉴스토마토 편집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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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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