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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자폐증과 감각처리장애(4) - 자폐아동의 청각적 처리 이상상태
(의학전문기자단)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2018-01-02 09:06:24 2018-01-02 09:06:24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을 규정하는 청각적인 특징 중에 하나는 호명반응이 안되는 것이다. 이름을 불러도 주시를 하지 않은 채 허공만 바라보고 있으니 부모는 아이의 청각상에 문제가 있는지 의심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자폐증 아동을 둔 부모들은 아이의 증상 확인을 위해 종종 이비인후과에 들러 청력 검사를 받고는 한다. 당연하게도 아이의 청력상에 이상은 없다.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 자주 관찰되는 또 다른 현상은 혼자서 괴상한 발음과 톤으로 중얼거림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부모들은 아이가 외계어를 자주 하는 이상행동을 보인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도대체 이런 이상 현상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어느 책에선가 어릴 적 일을 생생히 기억하는 자폐증 환자가 자신의 청력 이상을 이렇게 설명했었다. “난 언제부턴가 소리가 이상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이 자폐인의 고백은 어느 정도 이상 현상을 추정하게 해준다. 청각의 이상이 원인이 아니라 청각정보를 처리하는 감각처리 과정에 이상상태가 존재하는 것이다.
 
촉각에서 과민성 반응을 보인다. 가장 흔하게는 옷을 입은 후 라벨이 목 부위를 자극하는 것을 참지 못하여 옷을 벗어버리거나 라벨을 제거한다. 또 어떤 아이들은 양말이나 옷에 있는 솔기의 미세한 자극을 견디지 못해 양말 착용 자체를 고통으로 느끼는 경우도 있다. 과둔형과 과민형이 단일한 형태로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혼재된 아이들도 흔하다. 어떤 아이는 병원에서 주사를 맞아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통증이나 공포가 없는데, 얼굴을 감싸 안거나 볼에 스킨십을 하는 행위는 견디기 힘들어했다. 체간부의 감각은 과둔하지만 안면 부위의 감각은 과민형으로 혼재된 복합형인 것이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들의 이상행동으로 분류되는 대표적인 행위가 신체 자해행동이다. 대표적으로는 흥분 시 자신의 머리를 때리거나 자신의 손등을 물어뜯는 아이들이 많다. 이런 경우는 해당 부위에 감각이 매우 과둔한 상태이기에 자기자극으로 활성화를 시도하는 경우였다. 이런 행동은 단순하게 말린다고 해결되는 행동들이 아니다. 아동의 감각상의 이상상태를 해결해주면 자연스레 교정되는 행동들이다.
 
자폐스펙트럼장애에 존재하는 촉각·통각의 이상은 심각하게 아동의 사회성발달을 저해하게 된다. 촉각은 자신의 경계를 인식하는 출발점이다. 그런 이유로 자아를 형성시키는 가장 원시적인 감각이다. 그러므로 촉각이 과둔한 경우는 자아 인식과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지 못하게 된다. 심각하게는 거울 속 자기 자신을 보고도 누군지 모르기도 한다.
 
과민형의 경우는 타인과의 신체 접촉 자체를 힘들어 하며 사람을 기피하는 현상이 생기게 된다. 또한 심각하게 과민한 촉각 자극이 입력되는 순간에는 타 감각에 주의집중을 돌리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촉각의 민감성과 싸우느라 다른 감각적 경험이 원천적으로 차단당하게 된다.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 나타나는 촉각의 이상상태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아동은 자기 인식과 자기 성찰이 불가능해지고 사회성발달도 불가능해진다. 몸이 가려워서 엄마와 대화를 기피하는 어린아이가 있다면 당연히 대화를 강요하기보다는 가려움을 진정시키는 것이 문제 해결의 방법이 될 것이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의 감각이상 역시 동일한 문제이며 이에 따라 동일한 해법이 필요하다.
 
 
◇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현)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 (현)토마토아동발달연구소 자문의
- (전)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전)자연인 한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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