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군의 인권이야기)세월호 앞에서 안전을 빌다
입력 : 2018-01-02 15:00:54 수정 : 2018-01-02 18:37:39
2018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마지막 날 지방에 일 있어서 다녀오다 보니 늦은 시간인데도 신도림역 앞에 관광버스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모두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떠나는 버스였다. 산 정상이나 바닷가에 가서 일출을 기어이 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사람들은 붉게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면서 각자 새해의 소망을 빈다. 산으로 바다로 떠난 이들은 모두 어떤 소망을 빌었을까?
새해 첫날 막 해가 바뀐 직후 안산에서 버스를 타고 목포로 향했다. 목포신항에 가로로 누워 있는 세월호, 그 앞에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전국에서 모인 2백여 시민들이 모였다. ‘진상규명 다짐 대회’에 앞서서 목포 시민들이 준비한 차례 상 앞에서 합동차례를 지냈다. 지난해 3월 31일에 목포신항에 도착한 세월호는 처참하게 찢기고 뚫려 있었다. 바다에 가라앉아 있을 때는 선체 인양 준비한다고, 인양 뒤에는 미수습자를 수색하고 조사를 한다고 훼손했다. 미수습자 4명의 유골이 수습되었고, 가로 누운 배의 위와 옆면을 뚫고 들어가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니 더욱 처참하게 찢기고 훼손되었다. 저 배를 세워서 조사를 마치고, 보전을 해야 하는데 갈 길이 참 멀게 느껴졌다.
세월호 주변에 세월호에서 꺼내고 잘라낸 잔해들이 어지럽다. 그 세월호 너머에서 붉은 해가 떠올랐다. 그 해는 희망차게 떠올랐다기보다는 서늘했다. 저 배 안에서 304명의 생명이 절규하다가 죽어갔다. 그러니 세월호는 거대한 무덤이다. 무덤 위에 떠오르는 붉은 해이므로 서늘하다. 그 해를 바라보면서 억울한 죽음들이 왜 죽어갔는지를 밝히는 새해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고 다짐을 했다.
지난해 정부가 바뀌었어도 안전사고는 계속 되었다. 크레인으로 사망한 노동자만 17명에 이르렀다. 이명박 정권에서 안전 관련 규제를 해제한 결과가 속속 이런 안전사고와 참사로 이어지고 있다. 연말에 제천화재 사건에서도 마찬가지다. 드라이비트를 건물 외장재로 사용하게 규제를 풀어주자 드라이비트 외장재를 사용한 건물들에서 불만 났다하면 곧장 대형화재로 번져서 참사를 키웠다. 불필요한 규제는 풀되 안전 관련한 규제는 더욱 강화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규제를 암적인 적으로 규정하고 풀어 버렸다. 세월호 참사 뒤에 박근혜 정부에서도 그랬다 그런 결과는 참담했다.
제천화재 참사 유가족들은 “세월호를 겪고도 달라진 게 뭐냐”고 울부짖었다. 화재가 난 건물 안에 내 가족이 살아 있는데도 그곳에 소방관들은 진입할 수 없었다. 핸드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상당 시간 주고받았던 딸이, 아내, 어머니가 불길과 연기 속에 갇혀 죽어갈 때 할 수 있는 일은 밖에서 발을 동동거리며 기도하는 일 뿐이었다. 제발 살아만 나오게 해달라는 간절한 소망이 속절없이 꺾이는 일이 반복되었다.
마침 대통령은, 안전이 더욱 두텁게 보장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올해의 국정방향을 설정했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도 ‘인재(人災)’라는 참사가 반복해서 일어나는 나라에서 안전한 나라,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는 쉽지 않을지 모른다. 1년을 안전하게 살기 위해 단 하루도 안전훈련을 하지 않으며, 매년 2천 4백 명 이상의 산재 사망사고를 겪으면서도 안전설비와 안전시설 만드는 데는 주저하는 나라다. 대형화재를 겪으면서도 소방관 인력 충원도 정치적으로 저울질하는 국회가 있다. 언제까지 안전불감증, 인재 타령만 하고 있을 것인가.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사실 안전이 허물어지는 건 한 순간이다. 한 순간의 방심으로 화재가 나고, 한 순간의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 3만 달러 시대를 찬양할 게 아니라 그에 걸맞는 생명과 안전이 담보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을 잃고 우는 사람들이 없는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소박한 소망 하나 세월호를 배경으로 떠오르는 해를 보면 빌었다. 올해는 아프지 말고 울지 말고 살 수 있기를.
박래군 뉴스토마토 편집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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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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