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무비게이션] ‘1급기밀’, 우리 모두의 부끄러운 민낯 고발
사회 곳곳에 만연한 '암묵적 집단 폭력'에 대한 질문을 던지다
2018-01-15 13:44:43 2018-01-15 13:44:43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군대’란 조직의 특수성은 여러 가지다. 먼저 폭력을 교육한다. 폭력은 타인에 대한 무례함이다. 타인의 감정을 배제한다. 배제함은 감정의 교류를 차단한다. 때문에 일방적인 부분만 남게 된다. 그것은 다시 풀어보면 자신들만의 법칙으로 작용된다. 옳고 그름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전제로 타인의 판단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이런 일련의 과정은 '상식'이란 개념 안에서 해석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암묵적 카르텔을 통해 이뤄진다면 그것은 가장 앞에서 해석된 폭력이 된다. 물리적 행사력만으로 그것을 해석할 수도 있지만, 포괄적인 의미에서 그것은 단지 한 부분일 뿐이다.
 
 
‘1급기밀’은 폐쇄적 집단의 대명사인 군대 내 비리 문제에 주목한다. 자신들만의 리그를 형성한 채 합법의 틀 안에서 벗어난 그들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한다. 상식과 비상식의 경계선도 없다. 그저 자신들이 절대선이고, 절대 개념일 뿐이다. 고인이 된 홍기선 감독은 이런 보이지 않는 사회적 폭력에 주목해 온 충무로 대표 사회파 감독이었다. 데뷔작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1992년)는 새우잡이 선원 80여 명이 태풍으로 목숨을 잃은 실제 사건을 그렸다. ‘선택’(2003년)은 최장기 비전향 장기수 김선명씨 실화, ‘이태원 살인사건’(2009년) 역시 최근 진범이 구속된 그 사건을 담았다. 고 홍 감독은 언제나 상업 영화 공식을 배제한 채 오롯이 진실을 추구한 묵직한 화법으로만 작품을 내놨다.
 
고 홍 감독은 이번 ‘1급기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에둘러 말하지 않았다. 불필효한 수사를 더하지도 않았다. 단지 그는 묻기만 했다. 보이지 않는 폭력의 카르텔이 우리 사회를 좀먹는 현실이 맞는 것인지. 바로 그들에게 말이다.
 
사진/영화사 제공
 
영화는 박대익 중령(김상경)의 내부고발이 서사를 이끈다. 군인, 특히 장교는 군대 내 상명하복의 법칙 속에서 ‘갑’이다. 영화 내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교나 된 사람이'란 대사를 통해 은유적으로 말한다. ‘당신도 그저 묻어가면 그만 아닌가’라고. 이 비유적 은유는 결국 ‘길들여지는 폭력’ 즉 ‘비리’가 왜 문제가 되냐고 묻는 군대 비리의 몸통 ‘천장군’의 대사와도 맞닿는다. 박 중령의 내부고발을 알아 챈 상관 천장군(최무성)의 비아냥 섞인 말이다. “(내부고발자가) 너 한명 뿐이었다고 생각하나”라고.
 
결과적으로 이들은 깰 수 없는 견고한 성안에 웅크리고 있는 배부른 기생충일 뿐이다. 초원의 육식 동물은 자신의 배가 부르면 사냥을 하지 않는다. 그저 배를 뒤집어 까고 낮잠을 잘 뿐이다. 박 중령은 상상을 초월하는 군납 비리를 통해 밑바닥을 젤 수 없는 그들의 비리 담합을 꿰뚫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들이 자신에게 선물한 ‘식구’, 다시 말해 카르텔의 일원이 될 것인지. 아니면 상식 범주에서 스스로를 돌아볼 것인지.
 
‘1급기밀’은 내부 고발에 대한 피해를 주목하지 않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미 사회 각계 각층에서 내부 고발자들의 피해 사례는 만연해있다. 그들은 옳은 선택을 했다는 자부심보단 ‘배신자’로 낙인 찍힌 채 또 다른 폭력에 희생양이 될 뿐이다. 영화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박 중령은 자신의 부서원들에게 조차 '배신자' 소리를 들으며 따돌림을 당한다. 승승장구가 눈앞에 있었지만 그는 그것을 거부한 채 스스로 ‘배신자’의 길을 걸었다.
 
사진/영화사 제공
 
그래서 영화는 묻는다. ‘박 중령은 과연 배신자일까. 아니면 내부고발자일까. 범법자일까. 그것도 아니면 정의일까’라고. 군인 신분으로서 군대 내 기밀 사항을 누설할 경우 최대 징역 20년에 처해진다. 그럼에도 그는 고발을 선택했다. 당신이라면?
 
따지고 보면 ‘1급기밀’은 제목처럼 ‘비밀’이면서도 누구나 알고 있는 그것을 건드렸다. 우리는 군대 뿐만이 아닌 사회 곳곳에서 이런 암묵적 집단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피해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가해자가 될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방관자가 될 것인가.
 
고인이 된 홍기선 감독은 이런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인간적 고민에 대한 심연에 ‘1급기밀’을 통해 돌멩이 하나를 집어 던진다. “당신은 왜 그렇게 하지 못했나”라고.
 
사진/영화사 제공
 
군대 비리 고발 영화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부끄러운 민낯을 지적한 뜨거운 손가락질 같은 영화다. 개봉은 오는 24일.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