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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묶어버린 ‘공동정범’…그들의 '엇갈린' 기억을 맞춰본다
용산참사 담은 다큐 ‘두 개의 문’ 스핀 오프
2018-01-15 18:17:07 2018-01-15 18:17:07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지난 2009년 1월20일 용산의 한 폐건물 옥상. 경찰의 강제 진압과 함께 철거민들이 극렬히 저항했다. 그리고 끔찍한 참사가 벌어졌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용산 참사’다. 2012년 개봉해 전국 7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다큐멘터리 영화 신드롬을 일으킨 ‘두 개의 문’이 담은 이야기였다.
 
 
그리고 6년이 지났다. 15일 오후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공동정범’은 ‘두개의 문’ 이후 참사 당시 건물 옥상 망루에 있었던 철거민들이 서로에 대한 갈등을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날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공동정범’ 연출자 김일란·이혁상 감독은 ‘용산참사’ 당시 검찰에 시위 주동자로 중형을 선고 받았던 이충연 전 용산 4구역 철거민대책위원장과 연대 철거민 4인의 갈등에 초점을 맞춘 이유를 전했다.
 
먼저 이 감독은 “애초 기획했던 방향(5인의 갈등)은 아니었다”면서 “운동 진영 내에서 갈등을 보여줘 반성과 성찰의 계기를 가져올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었다. 그것이 기획이 변경됐던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참사 당시 살아 남아 수감 생활을 했던 5인의 기억은 영화 속에서 서로 달랐다. 그것에 대해 김 감독도 전했다. 그는 “용산 참사로 수감됐던 당사자들이 수감 생활 이후 각자의 기억이 변했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각자의 시간에 따라 기억이 축소, 확대, 과장의 과정을 거쳤더라. 결국 서로에 대한 갈등의 요인이 됐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이들은 ‘공동정범’이란 범법자로 묶여버렸다. 하지만 동질감이 아닌 반목이 그들을 옥죄 버린 것이다.
 
김 감독은 “공동정범이란 이유로 묶여 버린 이들의 억울함과 분노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서로를 향해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가 폭력은 (물리적인 것도 있지만) 이분들의 삶까지도 파괴해 버렸다”면서 “용산 참사를 다시 한 번 다뤄야 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이분들의 갈등을 주목하면서 시작됐다”고 전했다.
 
‘두 개의 문’ 이후 다시 한 번 주목한 ‘용산참사’에 대한 부연 설명도 이어졌다. 김 감독은 “‘두 개의 문’은 완성도면에서도 사실 미완성이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기록”이라며 “당시 망루에서 벌어진 일에 답을 해줄 수 있는 분들이 모두 수감됐거나 돌아가셨다. 이제 그분들이 모두 사회에 나오셨다. 그것에 대한 답을 들어야 했다”고 소개했다.
 
영화 내내 5인은 서로에 대한 불신과 반목을 보였다. 현재 그들을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김 감독은 “영화를 만들고 다 보신 뒤 많이 변하셨다”면서 “자신의 상처만 보셨지 서로에 대한 상처를 보지 못한 것에 많이 미안해 하신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15일) 있었던 용산참사 9주기 기자회견에도 모두 함께 참석하신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공동정범’은 용산참사 당시 불타버린 망루에서 살아 남았지만 모두가 국가에 의해 ‘공동정범’으로 묶인 채 범죄자로 낙인 찍힌 5인의 엇갈린 기억을 맞춰 나가는 다큐멘터리다. 2012년 개봉해 사회적인 큰 반향을 일으킨 ‘두 개의 문’의 스핀 오프다.
 
‘공동정범’은 오는 25일 개봉한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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