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군의 인권이야기)삶과 죽음의 ‘1분’
입력 : 2018-01-17 06:00:00 수정 : 2018-01-17 06:00:00
오는 20일은 용산참사 9주기다. 그날 마석 모란공원에 묻힌 철거민들의 묘역을 찾아서 헌화할 것이고, 저녁에는 오후 5시부터는 인디스페이스에서 간단한 추모식을 갖고 다큐 <공동정범> 시사회를 하게 될 것이다. 그 자리에 9년 전 망루에서 죽어간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유가족들과 그들과 함께 망루에 올랐던 망루 농성 생존자들도 올 것이다.
 
그리고 다시 그날의 고통을 되새기게 될 것이다. 세상은 그날의 참상을 잊었다고 해도 그들만큼은 그날을 잊을 수 없다. 아니 평생을 불타는 망루에 갇힌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날 ‘대한’ 추위가 몰아쳤다. 망루에 남아 있던 철거민들에게 동트기 전부터 경찰은 사방에서 물대포를 쏘아댔다. 잔인한 경찰특공대의 진압이 시작되었을 때 상부는 신속한 진압을 무전기를 통해서 다그쳤다. 특공대가 크레인이 올려준 컨테이너 박스를 통해 옥상에 내려왔고, 계단을 통해서도 옥상 망루로 올라왔다. 물대포가 계속 함석판으로 허술하게 지은 망루를 세차게 두드렸고, 특공대는 육중한 컨테이너 박스를 부딪혀가면서 망루를 공격을 해왔다.
 
오전 7시 6분경, 1차 화재가 났고, 진압 중이던 특공대원들은 망루 4층을 앞에 두고 갑자기 철수했다. 다행히 불은 꺼졌고, 10여분 뒤 상부의 지시에 의해서 화재가 났을 때를 대비한 아무런 준비도 없이 다시 2차 진압에 나섰다. 철거민들은 망루의 제일 높은 층인 4층으로 몰렸다.
 
오전 7시 20분경, 망루 아래서 불기가 확 올라왔다. 그리고 불길이 망루를 휘감아 버렸다. 그 순간 딱 ‘1분’, 그 사이에 망루의 창을 통해서 뛰어내린 사람들은 살았고, 뛰어내리지 못한 이들은 거기서 새까맣게 숯덩이가 되어 죽었다. 철거민 5명과 특공대원 1명이 죽었다. 삶과 죽음이 갈리는 1분이었다.
 
그 뒤 망루 생존자들은 감옥에 갇혀 4년을 살았다. 그중 지석준은 망루에서 뛰어내리다가 허리를 다친 몸으로 죽어서라도 가족에게 시신이라도 남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옥상에 매달렸다가 떨어졌고, 그로 인해 발목뼈를 심하게 다쳐서 평생을 장애인으로 살아야 한다.
 
4년 감옥살이를 가석방으로 나온 이들과 지석준 씨가 만났다. 그들은 잠도 제대로 못 잔다. 만성적인 두통과 우울증, 그리고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어두운 망루에서 가장 먼저 뛰어내린 사람은 누굴까? 누구 같은데, 왜 혼자만 뛰어내렸을까? 부상당해서 옥상 위에 엎드려 있을 때 나를 구해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그럼 그때 들었던 목소리는 환청이었나?
 
이런 의심들의 끝은 “나 때문에 모두가 죽었을까?”로 모아진다. 같은 처지의 철거민, 감옥 갈 줄도 몰랐고, 죽을 줄은 더더욱 생각도 못했다. 잔인하게 진압한 경찰특공대도 미웠지만, 검찰도 법원도 철저하게 외면했다. 증거도 없이 막연한 추정으로 화염병에 의해 화재가 났을 것으로 추정한 검찰의 기소를 법원이 인정하면서 이들은 경찰을 죽인 공동정범이 되었다.
 
국가는 5명 철거민들의 죽음에 대한 경찰의 책임은 묻지 않았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김석기 경찰청장은 이후 국회의원까지 되었고, 이명박 대통령이 조기 강경진압을 지시했는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망루에서 죽은 철거민들, 그리고 가까스로 살아난 철거민들-이들 국가에 의해서 버림받은 국민이었다.
 
지난해 연말, 망루 농성 철거민들은 사면장을 받았다. 그런다고 ‘1분’의 악몽이 사라지지 않는다. 죽어간 사람이 살아오지도 않는다. 잔인한 진압과 그로 인한 참사를 낳았던 강제퇴거는 사라지지 않았다. 망루 농성 생존자들은 여전히 바닥의 삶을 이어간다.
 
9년이 지났지만, 이들은 여전히 불타는 망루에 갇혀 있다고 말하고는 한다. 이들 생존자들을 잔인한 기억에서 사면될 방법은 있을까? 우리는 생존 피해자들이 어떤 끔찍한 트라우마를 견디며 사는지 모른다. 이런 문제를 다룬 영화가 <공동정범>이다. <공동정범>은 25일에 극장 개봉된다.
 
박래군 뉴스토마토 편집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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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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