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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토 스타人] ‘1987’ 속 김태리의 뜨거운 공감
2018-01-17 10:53:16 2018-01-17 10:53:16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누적 관객 수 600만을 눈앞에 둔 영화 ‘1987’의 중심은 단연코 김태리다. ‘모두가 뜨거웠던’ 그 시절 속에서 김태리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연희’ 역을 맡아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실존 인물인 고 박종철·이한열 열사를 잇는 가상의 인물이지만 관객들은 느끼고 열광하고 또 눈물을 흘린다. ‘진짜 연희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라고.
 
영화 '1987' 속 한 장면.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1987’에서 김태리가 연기한 ‘연희’는 유일한 허구의 인물이다. 모두가 실제하던 이야기이고 존재했던 인물이지만 유일하게 연희가 극 속에 녹아들어야 했던 이유는 분명했다.
 
연출을 맡은 장준환 감독은 인터뷰에서 ‘보편적 매개체’를 담당할 캐릭터를 필요로 했단다. 박종철 열사의 이야기는 이한열 열사 스토리에 비해 극적인 긴장감이 강하다. 결과적으로 이한열 열사의 비중을 맞춰야 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상업 영화 필모그래피 한 작품에 불과한 김태리가 맡았다는 것은 사실 도박에 가까웠다. 더욱이 전작이 동성애를 전면에 내세웠던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를 소화했던 신인 중에 신인 김태리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장 감독은 “‘아가씨’ 속의 모습이 너무 인상 깊었다”면서 “‘연희’는 보통 사람을 대변한다. 아주 민감하고 예민한 부분까지 감정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또한 배우 본인의 삶 자체도 중요했다”고 말했다. 워낙 솔직하고 밝은 성격이지만 민감한 지점까지 소화해 냈던 ‘아가씨’의 모습이 ‘연희’의 또 다른 모습과 맞닿아 있을지도 모른단 판단이 섰던 것이다.
 
전작의 노출이 강한 캐릭터에서 차기작으로 사회성 혹은 정치색이 짙은 이 영화를 선택한 김태리의 도전도 강력한 한 방이었다. 워낙 강한 캐릭터를 전작에서 선보였기에 그에 대한 차기작 행보는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강력한 이미지가 덧칠해진 작품 속 캐릭터를 예상하는 대중들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김태리를 발굴한 박찬욱 감독의 설명이라면 그의 ‘1987’ 선택은 옳았다.
 
‘아가씨’ 개봉 당시 박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1만 5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김태리를 선택한 이유를 공개했다. 당시 박 감독은 “사람 생김새나 성격은 당연히 모두 다르다. 하지만 굉장히 자기 생김이 그 캐릭터럼 주체적이거나, ‘남에게 예쁘게 보여야 되겠다’ 이런 마음이 없고 그저 생김새 대로 맞이하는 신인들이 있다”면서 “그런 면에서 김태리는 태도가 딱 맞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김태리는 ‘1987’ 속 유일한 여성 캐릭터로서 주체성을 살린 당당한 인물로 ‘연희’를 완성해 냈다. ‘그런 다고 세상이 바뀌냐’며 고 이한열 열사(강동원)에게 원망 섞인 외침을 쏟아내기도 한다. 그러나 삼촌 한병용(유해진)의 고문 탄압, 이한열 열사의 죽음 등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귀를 열게 된다.
 
영화 '1987' 속 한 장면.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슬퍼런 군부 독재시절, 모두가 잘못된 것을 알고 부당함을 알고 또 저항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이 다치고 아파해야 하는 것 또한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외면하고 참고 또 참았다. 이 모습은 바로 그 시절을 살아온 우리 모두의 모습이었다. ‘1987’ 속 김태리가 연기한 ‘연희’가 바로 우리의 모습이었다.
 
영화 마지막 6월 항쟁이 벌어지면서 연희가 올라서 바라본 광장의 뜨거운 외침에 모두가 공감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김태리는 어쩌면 자신의 가슴 속에 있는 공감을 그저 드러냈을 뿐인지도 모른다. ‘1987’ 속 김태리의 존재감이 어느때보다 뜨겁게 느껴진다. 600만 관객이 공감했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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