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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 ‘조선명탐정3’, 드라마적 욕심 탓 맛·방향 잃었다
김명민-오달수 콤비 생동감 떨어지고, 흡혈 소재 소화력도 '글쎄'
2018-01-30 17:00:00 2018-01-30 17: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시리즈’는 사실 어려운 개념이다. 하나의 세계관과 같은 캐릭터를 통해 매번 다른 사건을 선보여야 한다. 그 사건을 통해 관객에겐 다른 재미와 쾌감을 전달해야 한다. 그래서 회를 거듭할수록 ‘자가당착’에 빠질 위험이 크다. ‘전편보다 나아야 한다’는 강박은 그래서 생긴다. ‘형만한 아우 없다’는 말도 괜히 생긴 것은 아니다. 따지고 보면 그런 강박증이 시리즈의 발전 가능성을 무너뜨린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상업 영화의 형태에서 시리즈물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 참신함은 거듭될수록 퇴색한다. 전편의 흥행으로 만드는 사람이 ‘그릇의 크기’를 잘못 파악하게 되면 내용물은 차고 넘칠 뿐이다.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은 뚝배기에 어울리지 않은 음식이 넘치듯 담겨 있는 모양새다.
 
인물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의 얼개는 ‘조선명탐정’에선 중요하지 않다. 사실 이건 구조적 문제일 뿐이다. 구성의 문제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1편과 2편이 이 개념에서 벗어나 있었다면 3편은 이 지점에서 발목이 잡힌다.
 
 
 
사건을 파헤치는 명탐정 김민(김명민)과 조력자 서필(오달수)의 활약은 1편과 2편에 이어 또 이어진다. 전편의 재미는 두 사람이 만들어 내는 상황 속 코미디와 기상천외한 활약 그리고 현대와 조선시대를 아우르는 패러디가 그것이었다. ‘퓨전 사극’이란 장르가 가장 적절히 구사된 풀이법이었다. ‘공납비리’를 파헤치는 1편, ‘아동 인신매매와 위조지폐’ 사건을 다룬 2편의 재미는 구성의 차원에서 흠을 잡기 힘들었다. 중심축인 김민-서필을 중심으로 꽤 흥미로운 '킬링타임'을 제공했다. 상황이 만들어 내는 코미디, 곳곳에 배치된 해학적 코드, 현대의 물품을 패러디한 김민의 발명품 등.
 
3편은 1편과 2편을 연이어 연출한 김석윤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지만 웬일인지 방향성을 잃은 듯 하다. 의문의 여인 월령(김지원)의 스토리와 괴인 흑도포(이민기)의 비밀이 중심축으로 변환됐다. 김민-서필의 활약은 여전하지만 상황적 활약은 전무하다. 흡사 1980년대 유행한 슬랩스틱 형태의 코미디로 외피를 갈아 입었다. 영화 초반 서커스 무대 시퀀스가 대표적이다. ‘톤의 차이’로 볼 수 있지만 약간 다르다. ‘조선명탐정’이라면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코미디, 즉 캐릭터적 코미디가 아닌 상황 속에서 이뤄지는 코미디였기를 바랐다.
 
영화 '조선명탐정3' 스틸. 사진/쇼박스 제공
 
가장 달라진 점은 스토리 전체의 ‘톤 앤 매너’다. 시리즈 출발점인 1편 ‘각시투구꽃의 비밀’부터 2편 ‘놉의 딸’ 두 편은 사회성 문제와 결부돼 공감을 이끌어 냈다. ‘조선명탐정’류의 영화에서 사회 문제를 건드린다고 공감대를 끌어 올렸단 점을 논하기도 억지스럽다. 하지만 전체의 적절한 톤 앤 매너 차원에서 ‘그럴 만한 사건’이란 점의 끄덕임은 분명 가능했다.
 
3편 ‘흡협괴마의 비밀’은 부제에서부터 흡혈귀를 소재로 한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여러 창작물에서 흡혈귀는 꽤 익숙한 소재다. 이번 3편은 흡혈귀를 끌어오면서 무리한 설정을 더했다. 단순한 소재로 활용해 끝낼 얘기를 각각 캐릭터의 알려지지 않은 전사(前史)와 후사(後史)까지 끌어들였다. ‘킬링타임용’으로 적절했던 ‘조선명탐정’ 시리즈가 결과적으로 드라마적 서사로 변환되는 지점이 여기서 발생한다. 시작부터 사건과 과정 그리고 결말까지 가는 구성이 상당히 지루하게 다가온다. 빠르게 치고 빠지는 상황적 코미디의 향연이 강점이던 ‘조선명탐정’이 색깔을 잃어버린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영화 '조선명탐정3' 스틸. 사진/쇼박스 제공
 
더불어 ‘흡혈’ 소재의 활용도 역시 미흡했다. 사실 이 소재는 제작사인 청년필름이 몇 년 전부터 영화화를 기획했던 내용이었다. 소재적인 측면에서 흡혈과 사극이란 지점은 같지만 ‘조선명탐정’과 결합된 것임에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쉬운 지점은 어떤 비밀이나 특별한(?) 풀이법을 보고 싶던 갈증이 결국 끝내 해소되지 못한 점이다. 흡혈 소재의 소화가 결코 ‘조선명탐정’ 스럽지 못했단 점이다.
 
‘조선명탐정’ 시리즈의 최고 미덕은 김명민-오달수의 콤비 플레이다. 어떤 사건 속에 어떤 방식으로 끼워 넣어도 무방할 정도로 어울림이 극대화된 지점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 지점은 캐릭터 자체가 갖는 생동감과 장르의 경계선이 모호한 ‘조선명탐정’ 정체성에서 찾아보면 된다. ‘조선명탐정’은 코미디가 바탕이다. 하지만 그 속에는 액션과 드라마 그리고 미스터리 어드벤처가 교묘하게 뒤섞인 퓨전 조합이다.
 
영화 '조선명탐정3' 스틸. 사진/쇼박스 제공
 
결과적으로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은 시리즈 정체성이나 다름 없는 김민-서필 캐릭터의 생동감을 죽이면서까지 얻어낸 드라마적 욕심이 과유불급된 결과물이 됐다는 평가다. 시리즈를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실망감은 온도의 차이일 뿐 분명히 존재할 듯 하다. 개봉은 내달 8일.
 
한 마디 덧붙이자면, 3편 마지막엔 4편에 대한 예고가 이어진다. 제작사와 연출자가 제발 1편과 2편을 다시 한 번 복습해 주길 바란다. 관객이 열광한 ‘조선명탐정’은 드라마가 아니었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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