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뉴토 스타人]배우 김홍파, ‘악역' 캐릭터 패러다임 바꿨다
대사 아닌 눈빛, 말투만으로도 섬뜩함 전달
완성도 높은 연기, 20년 내공의 결과물
2018-01-30 18:20:09 2018-01-30 18:25:28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배우 김홍파의 악인 연기가 빛을 발하고 있다. 아니 그의 악인 연기는 ‘연기’란 단어로 설명하기에는 다른 색깔을 지니고 있다. 기존 악역 캐릭터의 패러다임을 단 숨에 바꿔버린 모습에 시청자들도 소름끼쳐 하고 있다.
 
최근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OCN드라마 ‘나쁜녀석들: 악의 도시’에서 김홍파는 절대악 ‘조영국 회장’으로 출연 중이다. 조 회장은 과거 동방파 보스였지만 지금은 합법적인 ‘현승그룹’ CEO다. 겉모습은 엄연한 기업가이지만 실사은 조직폭력배다. 흔히 말하는 ‘기업형 조폭’과는 색깔부터 다르다.
 
극 중 조 회장은 매회 자신의 불법을 파고드는 검찰들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무차별적인 방법으로 그들을 곤란에 빠뜨리고 궁지에 몰아 넣는다. 악랄함이란 코드로는 설명 불가능한 지점까지 파고드는 치밀하고 계산적인 인물이다. 매번 그는 우제문(박중훈)을 향해 “나 그런 방법으로 못잡아”라며 당당해 한다.
 
사진/OCN 드라마 '나쁜녀석들: 악의 도시' 캡처
 
김홍파가 연기하고 창조한 ‘조영국’ 캐릭터는 이런 당당함의 표현을 우선 눈빛으로 대신한다. 검찰에 잡혀가는 순간에도, 감옥에 갇힌 순간에도, 자신을 배신하려는 수하 하상모(최귀화)와의 대면 순간에도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늘 여유롭다. 여유로움 속에 비릿한 웃음까지 머금고 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그는 ‘불편하면서도 대면하기 싫은’ 인물로 김홍파는 ‘조영국’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도 김홍파의 감정이입은 빛을 발한다. 악랄함을 배가 시키는 낮은 톤의 목소리와 힘이 느껴지는 말투는 잔인한 대사가 아님에도 섬뜩함을 담아냈다. 지난 28일 방송된 14회 장면이 압권이었다.
 
이날 조영국은 자신의 출소에 힘을 실은 배상도 시장(송영창)의 누나 배여사(김지숙)와 대면한다.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조영국과 배여사. 출소를 도왔으니 실질적인 댓가를 바라는 배여사. 두루뭉술 넘겨버리는 조영국. 결국 조영국은 본인을 향해 계속해서 날카롭게 쏘아대는 배여사에게 당황하는 듯 하였으나 금방 자신의 페이스를 되찾았다. 이어 배여사에게 “이런 캐릭터신지 몰랐네. 제가 실수했습니다. 여사님이 원하는 패 까고 제가 그거 받고. 장사는 그렇게 하셔야죠”라며 뒤지지 않는 포스를 풍기며 맞대응했다. 일상적인 대화처럼 들렸지만 결코 기가 눌리지 않는 김홍파의 연기는 탄성과 함께 섬뜩함을 자아냈다.
 
이처럼 김홍파는 ‘나쁜녀석들: 악의 도시’ 속 진짜 주인공이라고 할 만한 조영국 회장을 사실감 있게 그려내면서 데뷔 이후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의 출연작들을 나열하면 깜짝 놀랄 만하다. 지금의 ‘조영국’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와 도저히 동일인물이라고 볼 수 없는 배역들 뿐이다.
 
‘테러를 생중계한다’는 콘셉트로 흥행 대박을 터트린 ‘더 테러 라이브’ 속 주진철 경찰청장, 1200만 관객을 모은 ‘암살’의 김구, 감독판 포함 900만 관객을 넘긴 ‘내부자들’ 속 미래자동차 오현수 회장, 산꾼이라 불린 호랑이 사냥을 그린 ‘대호’ 속 주인공 천만덕(최민식)의 절친 약재상 등. 그는 언제나 극 속에서 ‘히든 카드’를 담당한 배역을 고루 소화했다. 
 
‘대호’에서 주인공 ‘천만덕’을 연기한 최민식과는 둘도 없는 절친이란다. 최민식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대학로 무대에서 김홍파와 함께 무대에 오르는 꿈을 꿔본다”고 말한 바 있다.
 
대학로 무대 20년 경력의 김홍파가 뒤늦게 주목 받는 이유. 단순히 악역의 강렬함만은 아닌 것 같다. 그의 20년 내공이 드디어 완성형에 이른 것 같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