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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이경원 프레시고메이 대표 "반찬·도시락도 예뻐야 팔린다"
90년생 사장, '돈키호테'식 영업으로 시장 돌파
'엄마표' 장아찌 시작으로 주요 백화점 입점…"비결은 빠른 의사결정"
2018-02-01 06:00:00 2018-02-01 06:00:00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반찬이나 도시락도 예쁘게 담을 수는 없을까'. 프리미엄 반찬·도시락 브랜드 '프레시고메이'의 출발은 이 단순한 질문에서 비롯됐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굳건한 신념으로 머리를 굴리던 이경원 프레시고메이 대표의 눈에 띈 것은 다름 아닌 프랑스의 유명 마카롱 브랜드였다. 형형색색으로 예쁘게 담긴 마카롱처럼 반찬도 '색깔있게' 담아보기로 했다. 물론 반찬·도시락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프레시고메이만의 개성을 갖게 된 비결은 예쁜 것에 대한 이경원 대표의 집착과 집념이었다.
 
이제 불과 창업한지 1년 10개월 정도 됐음에도 불구하고 프레시고메이는 현재 현대시티몰 가든파이브점 식품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식품관, 신세계 강남점 등 유명 백화점들에 입점해 있다. 이경원 대표는 사실 브랜드를 론칭할 때부터 강남권 백화점 입점을 노렸다. 이유는 단순하다. 예쁘게 담긴 음식에 대한 수요가 크리라 예상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백화점이 너네 집도 아닌데 어떻게 들어가냐'는 주변 사람들의 핀잔을 귓등으로 흘리며 사업계획서를 들고 무작정 담당자를 찾아갔다. 
 
장아찌와 피클 제조로 출발한 프레시고메이는 이제 밑반찬, 요리, 국·스프·죽, 소스·식초, 세트·도시락 등까지 품목을 확대해 나가는 중이다. 실제 경험치를 바탕으로 "만나니 되더라", "아직까지 영업으로 실패해 본 적이 없다"는 믿음직한 말을 쏟아놓는 '90년생 돈키호테형 기업가' 이경원 대표를 만나 프레시고메이의 사업 현황과 영업노하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이경원 프레시고메이 대표. 사진/프레시고메이
 
창업을 하게 된 계기는.
 
재수까지 해서 대학교에 갔는데 캠퍼스가 좁게 느껴졌다. 대학에 가고, 그 다음엔 취업하고 하는 식으로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는 게 마뜩찮았다. 원래 어렸을 때부터 야망이 넘치는 스타일이었다. 인생이 평탄하게 흘러갈까봐 학교를 나왔다. 친구 집에 짐만 맡긴 채 찜질방을 전전했다. '헬스 끊으면 찜질방 무료'라는 글귀를 보고 무작정 그렇게 1년을 살았다. 당시 선릉역의 한 고시원에서 총무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는데 우연치 않게 유명 백화점에서 주차요원으로 일하는 아저씨가 입실했다. 아저씨 말로는 압구정동의 한 백화점에 입점한 반찬집 연매출이 20억이라고 하더라. '다섯개 하면 최소 백억인데', '백화점만 몇 개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혼자 두달 정도 고민하다 백화점 반찬 매장을 직접 돌았다. 
 
보다보니 장아찌, 피클이란 품목이 있더라. 어머니가 옛날에 맛있게 담갔던 기억이 났다. 그런데 그걸 예쁘게 담아 파는 곳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프랑스의 유명 마카롱 브랜드를 참고해 용기와 브랜드 로고디자인을 직접 했다. 참외 장아찌는 노란색 패키지, 곶감 장아찌는 빨간색 패키지에 담는다는 식이었다. 나름대로 디자인해 전단지 업체를 찾아 프린트를 맡겼고, 백화점 측에는 '반찬집이 스타벅스 같은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며 영업했다. 브랜드 로고 디자인부터 백화점 입점까지 한 달 만에 마쳤다. 그게 2016년 3월이다.
 
처음에 납품할 반찬은 누가 어떻게 만들었나.
 
사업을 구상하면서 2년만에 고향 집에 돌아갔다. 프레시고메이 제품을 만드는 셰프들 중 권현순 요리연구가가 우리 어머니다. 그 때는 공장도 없었기 때문에 대구 집에 내려가서 어머니와 어머니 친구분들, 이모를 다 불러서 수제로 장아찌와 피클을 만들어 2016년 3월4일 입점시기를 맞췄다. 이제 드디어 반찬 사업을 할 수 있는 발판이 생겼다 싶더라. 지금은 백화점 내 제조공장에서 만든다. 롯폰기 하얏트 호텔 출신 셰프 등도 영입했다.
 
어떤 품목이 가장 잘 팔리는지.
 
곶감장아찌는 신세계 강남점에서 없어서 못팔았다. 그 밖에 콩자반 같은 기본 메뉴가 제일 잘 팔린다. 
 
현재 제조시설 현황은.
 
제조시설로 현재 현대백화점 내에 있는 45평짜리 제조공장 한 개를 갖고 있다. 두번째 공장으로 서울에 100~200평짜리 아파트형 공장을 얻으려 한다. 세번째 공장은 부지를 직접 사서 도시락 공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의 알선으로 얼마 전 대기업의 도시락 공장 견학도 다녀왔다.
 
반찬과 도시락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되나.
 
반찬의 경우 2016년 기준 시장 규모가 2조3000억원이고 올해 4조원 시장을 예상하고 있다. 6~7조인 커피 시장과 비교해도 꽤 큰 시장이다. 그런데 오프라인에서 유명한 브랜드가 없다. 온라인에선 동원 더반찬 정도가 알려져 있지만 사실 반찬시장은 90% 이상이 오프라인 시장이다.
 
도시락은 현재 한솥도시락과 본도시락 말고는 치고 나가는 데가 없고, 온라인에도 없더라. 프레시고메이의 경우 사무실에 단체도시락을 정기배송하는 B2B 사업을 진행 중이다. '프레시카트'라고 브랜드를 새로 만들었다. 자기만의 시간을 중시하는 외국의 경우 사무실 단체도시락 정기배송 사업이 성공한 사례가 있다. 구내식당이 없는 회사를 대상으로 빌딩과 계약을 해 층층마다 카트로 배달한다. 이 때도 제일 중요한 건 도시락이 예뻐야한다는 거다. 지난해 12월엔 국내 한 대기업과 연 20억원 규모의 도시락 납품 계약을 맺기도 했다. 그냥 '오늘은 이 빌딩, 내일은 저 빌딩' 하면서 혼자 뚫는 거다. 
  
본인의 기업가정신에 대해 평가해본다면.
 
성향인 것 같다.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속전속결이다. 세 번 생각을 안 한다. 그럼 못 한다. 두 번만 생각한다. 초기 벤처기업에서 제일 중요한 게 일단 실행을 하고 문제점을 발견해야 하는 거다. 우리는 제조업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간다.
 
초기기업이다. 투자금은 어디서 주로 나오나.
 
15% 정도가 영업이익인데 그것 가지고 다시 투자한다. 그러다보니 적자였는데 지난해 11, 12월 극적으로 흑자전환했다. 초기에는 진짜 힘들었다. 매출이 없으면 정부기관에서 대출도 받지 못한다. 
   
향후 매출 관련 계획은 어떻게 되나. 직원수는 얼마나 되는지도 궁금하다.
 
매출 목표는 올해 70억~80억원 정도고, 2020년까지 500억원까지 늘리겠다는 게 포부다. 매출 성장세를 감안하면 불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직원의 경우 제조공장을 하면 20~30명 정도는 무조건 필요하다. 우리는 30명이 조금 안되는데 이 중 4대보험 가입자가 24명이다. 고용 창출 계획은 올해 70~80명 정도다.
  
본인의 사업 스타일에 가장 영향을 미친 사람이 있다면.
 
한달에 20만~30만원어치씩 책을 산다. 거기서 영향을 많이 받는다. 지난 명절 때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책을 봤다. 가만 보니 이 사람은 일단 계약을 하고 나서 제품을 만들더라. 이런 스타일로 모험을 계속해서 하면서 가면 망하지 않겠다 싶었다. 이나모리 가즈오 일본항공인터내셔널 회장의 이야기도 인상깊었다. 이 사람은 사업 처음부터 흑자만 냈다. 투자 유치를 하다가 마음이 힘들어질 땐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었다. 나치 포로 수용소 이야기를 보며 스스로 '지금 이 정도는 괜찮다'고 위안한다(웃음).
  
창업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팁을 준다면.
 
안 하는 게 맞다(웃음). 농담이고, 마음 가짐에 따라 다를 거 같다. 극도의 최악 상황까지 맛볼 수밖에 없는 게 사업이다. 그걸 견뎌낼 수 있으면 창업을 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벤처 창업과 장사는 다르다. 목숨을 걸만큼의 모험을 안하고, 흑자 낼 정도로만 효율적으로 하면 그건 장사라고 본다. 내 경우 최근에 어느 강연에서 '20년 안에 CJ를 제끼겠다'고 말한 일이 있다. 20대에 사업의 토대를 마련하고, 30대에 중견기업이 되고, 40대에 재계 순위 50위 올리고, 50대엔 마지막 승부수 던지라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말을 늘 새기고 있다. 
 
앞으로의 사업계획은.
 
일단 새로 시작하는 카트서비스 '프레시카트'에 심혈을 기울일 생각이다. 또 직영 오프라인 매장을 지역 단위별로 늘리고 밑반찬 외에 요리도 같이 파는 매장도 단계별로 늘리려고 한다. 도시락 형태로 파는 매장은 5~7평 규모로 올해 5개 만들 예정이고, 반찬 매장은 자본이 많이 들기 때문에 2개 정도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M&A나 상장의 기회도 올 텐데 그러려면 대기업 납품 거래 비율도 높여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B2B대 B2C 비율이 7대 3 정도 돼야한다고 생각한다.
 
사무실로 도시락을 정기배송하는 프레시고메이의 '프레시카트'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경원 대표. 사진/프레시고메이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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