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이용성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정부의 혁신창업생태계 조성 방안 중 벤처캐피탈업계에 가장 도움이 될 정책으로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을 꼽았다. 아울러 이같은 정책에 힘입어 올해 벤처캐피탈 회수시장이 2배 가량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용성 회장은 6일 서울 서초동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서 기자와 만나 "전체 시장을 볼 때 투자하고 회수하고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중요한 부분이 회수"라며 정부의 코스닥 독립성 강화 및 상장 요건 완화 등의 계획이 회수시장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이 회장은 "올해 기업공개(IPO)가 늘면서 회수시장이 2배 정도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보는데 고무적인 숫자"라며 "IPO회수율이 30~40%만 돼도 획기적인 변화"라고 강조했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캐피탈 전체 회수금액은 총 9251억원으로, 이 중 장외매각이 약 53%로 가장 비중이 컸고 IPO는 24.9%를 기록한 바 있다.
이용성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 사진/한국벤처캐피탈협회
벤처투자 환경이 최근 개선되면서 '벤처캐피탈은 좋은 사업이 아니'라고 자조하던 업계 분위기도 확 달라졌다. 이 회장은 "그간 4%도 맞추기 힘들던 배당수익률이 최근 몇년 새 대폭 늘었다"며 "회수시장이 커지면서 벤처캐피탈회사 사장들도 자신감이 붙었다. '하면 된다'는 기운이 느껴진다"고 전했다.
코스닥 IPO가 주요 회수채널로서 기능하려면 최근 발표된 코스닥 활성화 계획 외에 세부 가이드라인이 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다. 이 회장은 "중소벤처기업이 IPO 할 수 있는 코스닥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먼저 연기금 및 대형 IB 등이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큰 매수자인 기관투자자의 부진한 참여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상장 외에도 "대기업의 유망 벤처 M&A 증가, 세컨더리펀드 시장 활성화 등 회수시장 다양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이 회장은 최근 국내 벤처투자의 주요 흐름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벤처캐피탈업계가 벤처투자의 질을 올려야 하는데 먹거리에만 주로 관심을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최근 이스라엘 벤처캐피탈들을 만났는데 한국 산업 중 유망하다고 보는 게 무엇인지 물으니 게임 산업만 이야기하더라"며 안타까워 했다. 향후 벤처캐피탈이 주목해야 할 투자 분야로는 4차산업 분야를 지목했다. 이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센서, 사물인터넷(IoT) 등에 대한 투자가 약한데 벤처캐피탈들이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바이오도 새로운 먹거리 산업이다. 벤처캐피탈 입장에선 10개 투자해서 3개만 성공해도 된다. 이런 신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내수형 벤처기업보다 수출주도형 벤처기업 투자를 늘려야 창업생태계가 건강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우량기업을 키우는 게 벤처캐피탈의 역할인데 우리는 요새 초기 투자가 다 내수형 O2O, 온라인 비즈니스에 머물고 있다. 진입장벽이 없는 데에서 다 똑같은 투자를 하려고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이렇게 되면 길게 봐서는 스타트업이 취약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내수형 벤처기업의 경우 결국 해당 분야를 독점하는 방법으로 클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중소기업을 다 죽이게 될 수 있다"며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되려면 수출주도형 벤처기업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최근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블록체인에 대한 투자 규제 강화 분위기와 관련해선 사회문화적 악영향은 제재하되 기술 투자는 지속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비트코인의 경우 투기적 측면이 분명히 있다. 도태감과 상실감을 키운다는 게 바람직하지 않아 개인적으로는 정부에서 규제해도 된다고 본다"면서도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의 부산물에 불과하다. 블록체인은 앞으로 전세계적으로 인터넷 보안 등 다양한 산업을 파생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둘을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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