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군의 인권이야기)무엇이 ‘보편적 인권’인가?
입력 : 2018-02-07 06:00:00 수정 : 2018-02-07 06:00:00
“충남 인권조례는 보편적 인권이 아닌 편향된 인권으로 일부 사람들이 법이라는 보호막 아래 특권을 누리고자 하는 잘못된 의식이 만들어 낸 것”이라며 충남 도의회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조례폐지안을 지난 2월2일 통과시켰다. 앞으로 충남 인권조례는 도지사가 재의를 도의회에 요구하게 되면 다시 본회의를 열어서 의원 3분의 2가 찬성하게 되면 폐기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인권조례가 폐지되면 충남도는 인권조례를 폐지한 첫 번째 광역시도라는 오명을 얻게 된다.
 
2012년 이 조례를 통과시킬 때 찬성했던 도의원들은 일부 개신교계가 동성애를 허용하는 조례라는 이유를 들어서 폐지를 들고 나오자 입장을 하루아침에 바꿨다. “편향된 인권”이라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낙인찍은 충남인권조례가 두드러지게 동성애를 허용하는 조항을 담고 있지 않다. 다만 조례 제8조가 인권선언을 이행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이들이 문제 삼고 있는 충남도민인권선언에서는 차별금지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법처럼 20개의 차별금지 사유 중에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이 포함되어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인권조례가 인권선언을 이행하도록 되어 있으니 인권조례를 폐지해야 한다는 논리인 셈이다.
 
여기서 이들이 주장하는 ‘보편적 인권’ 대 ‘편향된 인권’의 대립구도 자체가 잘못 설정되어 있다. 인권은 보편성을 첫 번째 기본 속성으로 한다. 이 보편성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이유로든 인간이라면 동등하게 권리를 보장하자는 인권의 대원칙이며, 그러기 때문에 누구라도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 건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상식에 속하는 얘기다. 그런데도 유엔이 동성애자를 차별하자고 한 적이 없다는 억지논리까지 동원하고 있고, 유엔 기구들의 권고가 법적인 권한 없는 기구라고 주장하여 유엔조차도 거부하는 독단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은 인간이 아닌가? 엄연히 존재하는 인간에게 권리를 허용하지 말자는 얘기를 그들은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동성애’에 대한 찬반을 묻는 건 ‘장애’에 대해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고 묻는 것과 같다. 정체성이라는 것은 자신의 뜻대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일부 개신교 세력들에서는 동성애는 치료 가능한 질병이라고 하지만 이는 이미 수십 년 전에 폐기된 이론이고, 미국에서도 이른바 ‘전환치료’는 잘못되었다고 확인되고 있다. 그럼에도 마치 동성애가 에이즈를 확산하는 주범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 게 이들 일부 개신교 세력들이고, 이들의 논리를 그대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따라 가고 있다.
 
인권이 보편적이기 위해서는 다수자들의 도덕과 윤리만을 강조하는 건 또 다른 억압이다. 다수자 속에 있는 소수자들이 있고, 우리 이웃으로 존재하고 있음에도 그들이 자신을 드러내는 일을 두려워한다면 그게 차별이다. 그들이 공식적인 법과 제도에서만 아니라 문화와 관행, 인습 속에서 억압받고 차별당하고 있음을 의식해야 한다. 지금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미투’운동은 성적 괴롭힘을 당하고도 숨기며 살아왔던 여성들이 잘못된 인식과 관행과 문화에 저항하고 있는 행동을 벌이고 있다. 여성들도 그럴진대 성소수자들의 현실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학교에서조차 자신의 성정체성이 부정당함으로 청소년들이 죽음을 결심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는 잘못을 바꾸자고 하는 게 충남 도민인권선언이나 인권조례에 담긴 차별금지의 취지다.
 
이를 두고 ‘편향된 인권’이라고 한다면, 사실은 스스로 자신들은 인권을 부정하는 입장을 지니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유엔과 국제사회의 상식을 거부하고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만이 옳다는 독선은 반인권일 뿐이다.
 
그들은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롭고, 존엄과 권리에 있어 평등하다.”고 천명한 세계인권선언은 제1조로 돌아와야 한다. 사람인 이상 누구도 차별 받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박래군 뉴스토마토 편집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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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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