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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 장기화된 비상영경에 '피로감'
이호진 전 회장, 2012년 이후 7년째 경영공백
2018-02-07 17:04:26 2018-02-07 18:08:20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태광의 비상경영이 7년째를 맞고 있다. 그룹 총수인 이호진 전 회장은 2012년 이후 경영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총수일가의 각종 의혹과 관련, 당국과 정치권의 압박은 거세다. 지난해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놨으나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하다. 장기화되는 비상경영에 대한 직원들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 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2017년도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출석한 이호진 전 태광 회장 등 4명을 고발하기로 했다. 당시 농해수위는 이 전 회장이 2005~2007년 골프장을 개발하면서 강원도 춘천시 농지 27만㎡를 편법 매입했다는 의혹을 질의하려고 증인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간암 투병 중인 이 회장은 건강상 이유로 출석을 거부했다.
 
태광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사정권에도 들어 있다. 지난달 30일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서울 장충동 태광 본사를 현장 조사했다. 태광은 2016년 9월에도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의혹의 중심은 계열사 티시스다. 티시스는 이호진 전 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갖는 곳으로, 2016년 매출 2157억원 중 84.3%(1818억원)를 내부거래로 벌었다.
 
지난 2011년 1월21일 이호진 당시 태광그룹 회장이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했다. 사진/뉴시스
 
태광은 총수일가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개선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농해수위 국감에 대해서는 "이 전 회장이 농지를 매입할 당시는 실제로 농업을 하려고 땅을 취득했으나 그간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총수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한국도서보급과 티시스(투자부문), 쇼핑엔티 등 3곳을 합병, 사실상의 지주사로 만들고 총수 소유회사를 7개에서 1개로 줄이는 개선안을 내놨다. 
 
그럼에도 태광 직원들의 피로감과 무력감은 깊어지고 있다. 총수가 장기 부재한 탓이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14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연루 2012년 경영에서 물러나 현재까지 복귀하지 않았다. 태광은 "이 전 회장이 재임 때도 계열사별 독립경영을 중시, 지금도 경영은 차질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룹 전체적인 경영상 의사결정은 조율되지 못한 채 현안이 겹겹이 쌓였다. 지주사 전환과 티브로드·흥국생명 등의 노사갈등 등 현안에 적극적으로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태광은 2014년 무렵부터 지배구조 개선 이슈가 대두된 뒤 3년 만인 지난해 말에야 한국도서보급과 티시스 합병안을 내놨다. 사실상 지주사 전환 단계지만 구체적 계획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특히 지주사로 전환하면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핵심 회사인 흥국생명 등 금융사 지분 정리가 관건이다. 태광 관계자는 "지주사 문의가 많지만, 결정할 사람이 없다"며 "전문경영인이 지배구조에 관여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티브로드와 흥국생명 등의 노사갈등도 마찬가지다. 벌써 수년째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태광이 경영악화를 빌미로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을 추진했다고 주장한다. 포털사이트에서는 태광 실적이나 신사업보다 노사갈등 이슈가 더 많이 검색될 정도다. 태광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노사갈등에 대응 중"이라며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무슨 문제를 제기할지 알지만 해결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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