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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 ‘골든슬럼버’, 원작+도주+강동원 그리고…
2018-02-08 16:21:49 2018-02-08 16:21:49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장점과 단점이 너무도 정확하게 나눠진다. 그리고 호불호가 가장 명확하게 갈릴 듯한 느낌이다. 강동원 주연의 ‘골든슬럼버’는 오랜만에 충무로에서 모습을 드러낸 아날로그 추격 액션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최근 탄핵 전 일부 상업영화에서 히든카드로 제시했고, 지금도 종종 등장하는 국가 기관의 개인 사찰 문제도 담겨 있다. 권력 위의 권력으로 불리는 ‘보이지 않는 손’을 암시하는 모습도 흥미를 끈다. 이런 흥미꺼리 속에 추억 소환의 어퍼컷인 ‘우정’에 대한 담론도 등장한다. 담아야 할 그릇이 무조건 커야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을 버무리고 맛을 내야 할 쉐프가 ‘강동원’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결론적으로 강동원이기에 가능했던 지점도 명확하게 강동원도 어쩔 수 없는 납득키 힘든 부분도 명확하며, 강동원 조차 힘에 부쳐 보이는 지점도 명확해 보인다.
 
 
 
먼저 ‘골든슬럼버’의 최고 장점은 도심 추격신이다. 추격의 본질은 관람객들의 아드레날린 증폭제다. 심박수가 증가할수록 관객들의 몰입감은 높아져 간다. 스크린 속 캐릭터와 관객이 심박수가 일치하는 순간 몰입은 정점에 이른다. ‘골든슬럼버’의 추격신은 비슷한 경험을 전달하는 꽤 그럴싸한 포맷을 그리려 노력한다.
 
익숙한 공간과 낯선 공간의 연속 배치로 이른바 ‘쥐락펴락’의 능수능란함을 선보인다. 영화 전체의 도입부이자 낯익한 공간 광화문에서의 폭발 장면은 상당한 긴박감을 자랑한다. 통제되지 않은 열린 공간에서 벌어지는 폭발은 CG가 아닌 실제 촬영이다. 보조 출연자들과 강동원의 어수선한 상황은 극영화 혹은 다큐의 그것이 아닌 기록물처럼 사실감 넘친다.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듯한 관점 자체가 묘한 쾌감과 ‘진짜’란 착각을 선사한다. 익숙함을 이용한 영리함이다.
 
영화 '골든슬럼버' 공식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낯선 이미지를 통한 영화적 상상력의 폭을 넓히는 장면도 꽤 흥미롭다. ‘대한민국에 CCTV가 몇 대가 있을 것 같아?’라며 건우(강동원)를 지하 배수로로 이끄는 민씨(김의성)의 모습은 분명 영화적인 장치란 것을 확실히 인식할 수 있다. 실제에선 제 아무리 도망자라 하더라도 미로처럼 얽히고설킨 지하 배수로 진입은 꿈도 꾸지 못할 테니. 사실 앞과 뒤만 있는 지하배수로 안에서 벌어질 수도 있는 또 다른 추격의 박진감을 관객은 기대한다. 물론 영화 속에서 이런 요구는 충족되고 벌어진다. 폐쇄된 공간 직진과 후진 그리고 완벽한 영화적 설정 이 모든 요소를 충족하는 지점인 ‘지하 배수로’ 장면 역시 납득되고 설득력을 갖춘 연출자의 선택이란 점에 한 표를 던진다.
 
미디어가 만들어 낸 ‘진짜 같은 가짜’의 생성 과정도 익히 알고 있는 지점이지만 조금 더 독특하다. 이미 ‘내부자들’이란 걸출한 영화를 통해 대중들의 생각을 조종하는 미디어와 권력의 야합을 관객들은 경험한 바 있다. ‘골든슬럼버’에선 조금 더 방식이 독특하지만 큰 틀에서의 과정은 비슷하다. ‘보이지 않는 손’이 등장한다. 그들은 스스로가 생각하는 국가 시스템의 방식을 유지하기 위해 대중들을 조종한다. 기만이다. 그것이 그들이 생각하는 정의다. 그 정의는 나름의 체계를 잡고 움직인다. ‘왜 나인가’란 건우의 의문에 ‘너 뿐이었을 것 같냐’는 민씨의 대답은 단호하고 명확한 명제를 전달한다. 개인의 잘못된 피해 자체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영화 '골든슬럼버' 공식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무엇보다 소름끼치는 설정과 과정은 ‘일반인’ 김건우가 왜 대통령 후보 암살범이 됐는지에 대한 이유가 숨바꼭질 하듯 잡힐 듯 말 듯한 아슬아슬함에 있다.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한 개인이 어떤 과정으로 대통령 후보 암살범이 됐는지는 ‘그럴 듯한’ 여러 간접적 설정으로 설명을 대신한다. 이미 이전에 등장했던 여러 비슷한 장르와 콘셉트의 영화에서 관객들이 취합하고 받아들인 정보를 통해 짐작이 가능하다. 진짜 주목을 받는 것은 ‘왜’다. 영화는 그 ‘왜’를 관객들을 끌어가는 동력으로 사용한다. 끝을 향해 달려갈수록 관객도 영화 속 건우도 점차 무언가에 다가서는 모습을 느끼면서 빨라지는 심박수를 느낄 수 있다.
 
영화 기법에서 가장 터부시되는 ‘플래시백’ 사용의 적절한 포인트도 눈길을 끈다. 최근 상업영화 주류에서 플래시백은 흐름을 끊는 최악의 선택일 뿐이다. 하지만 ‘골든슬럼버’는 적제적소에서 쉼표 역할을 한다. 영화 속 건우와 관객의 호흡 속도가 일치되는 순간 과거의 플래시백은 등장한다. 단순한 쉼표라기 보단 건우가 처한 상황의 탈출구 역할까지 더한다. 하나하나의 플래식백이 막다른 골목에 몰린 건우에게 ‘비상구’ 역할을 한다.
 
물론 아쉬운 점도 납득키 힘든 점도 너무도 명확하다. 건우의 친구 무열(윤계상)은 대체 어떤 과거를 갖고 있었을까. 그가 건우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또한 건우를 희생양 삼아 얻게 되는 ‘보이지 않는 손’의 이익은 정확하게 무엇이었을까. 민씨와 국가 기관의 관계는? 건우의 친구들이 느끼는 감정의 진폭이 관객들을 설득하는 방식의 고민은? 등등.
 
영화 '골든슬럼버' 공식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결과적으로 가장 앞에서 설명한 장점과 단점의 명확함이 너무도 선명한 ‘골든슬럼버’다. 오랜만에 등장한 도주 활극의 쾌감은 꽤 흥분된다. 촬영 조차 불가능할 것 같았던 광화문 한 복판 폭파 장면만으로도 충격적이다. 도심 곳곳을 활보하는 강동원의 원맨쇼도 눈길을 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뺀 모든 것이 단점으로 선명하게 보인다.
 
그저 콘셉트와 강동원 이 두 가지를 원작의 설정에 끼워 맞춘 것처럼 느껴진다. 장점이 단점을 덮어야 하지만 단점이 장점을 덮어 버리진 않을까 우려가 된다. 물론 보는 재미에서 관람 효율은 충분히 넘친다. 개봉은 오는 14일.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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