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로 100만원 절세했더니 200만원이 금융사 주머니로 '쏙'
국민·SC은행·신한금투·신영증권 등 상장펀드 보수가 절세금액보다 많아
“금융회사·편입상품별 보수 꼭 비교하고 가입해야”
입력 : 2018-02-09 08:00:00 수정 : 2018-02-09 10:47:39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투자자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활용해 절세할 수 있는 금액보다, 금융회사의 신탁보수가 더 많은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이 신탁형 ISA에 한도액까지 납입해 상장펀드로 연 5% 배당을 얻을 경우 100만원 정도를 아낄 수 있지만, KB국민은행과 SC은행은 최고 210만원, 우리은행은 180만원, 신한금융투자와 신영증권은 150만원을 보수로 가져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한푼도 떼지 않는 곳도 있다. 투자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8일 금융투자협회의 ISA 신탁형 수수료 비교공시를 토대로 뉴스토마토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ISA에 편입 가능한 상품 중 상장펀드와 파생상품에 붙어있는 보수가 유독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펀드를 편입할 수 있는 14개 금융회사의 신탁형 ISA 중 ▲SC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금융투자 ▲신영증권 ▲미래에셋생명 등 6개사는 0.5% 이상의 보수를 받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생명의 보수율은 0.8%에 달한다. 투자자가 연간 2000만원씩 5년간 1억원을 불입할 경우 240만원을 보수로 낸다는 의미다.
 
고객이 ISA계좌의 편입상품으로 이자든 분배금이든 연 5% 수익률을 올릴 경우 실제 아낄 수 있는 세금은 100만~120만원에 그친다. 납입금액에 매겨지는 보수는 동일하기 때문에 만약 운용 성과가 이보다 못할 경우엔 절세액과 보수 차액은 더 커지게 된다.
 
그나마 상장펀드에 투자된 금액은 전체 신탁형 ISA의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ELS, DLS 등 파생결합증권은 다르다. 은행의 경우 ISA에서 예적금 비중이 절대적이나 파생상품도 약 13%를 차지하고 있다. 은행이 파생상품에 매긴 보수도 상장펀드와 비슷한 수준이다. 가입금액의 약 44%가 파생상품에 들어있는 증권사 ISA의 경우 상장펀드에 비해 낮은 보수를 받고 있지만 SK증권은 0.5%를 부과한다. 미래에셋생명도 0.5%다.
 
물론 금융회사들도 할 말은 있다. 은행의 경우 ISA가 없던 시절에도 특정금전신탁 등에 ETF나 파생상품을 담아 운용할 때 비슷한 수준의 보수와 수수료를 받는다는 것이다.
 
장문준 우리은행 과장은 “공시대로 보수를 떼는 것도 맞고 절세금액보다 보수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ISA가 아니라도 ETF나 ELS에 투자하려면 수수료를 내야 했다”면서 “은행 신탁상품을 통해 ETF에 투자하던 고객이라면 그래도 ISA에 편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백일순 신영증권 과장도 “당사의 기존 상품 보수, 수수료율과 비교했을 때 과도한 것이 아니다”라며 비슷한 시각을 나타냈다.
 
김문이 KB국민은행 팀장은 “국민은행의 ISA 보수는 투자상담 등 은행이 제공하는 여러 서비스 비용까지 포함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해당 금융회사의 체계가 그렇다는 것일 뿐, 고객이 ISA라는 절세상품을 통해 얻는 실질이익에 비해 비용이 과하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보수의 많고 적음이 상담 등 금융회사의 서비스 수준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고객 입장에서 절세 혜택은 국가가 주는 것인데 그 혜택의 일부 또는 상당부분을 금융회사가 챙긴다는 데 문제제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투자자는 본인이 ISA계좌로 상장펀드를 투자할 때 내야할 보수금액을 전해듣고 크게 놀랐다. 비율로 봤을 때는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병찬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감독실 팀장은 “ISA 보수는 각 금융회사 자율에 맡긴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보수가 비싸다면 소비자가 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재현 신한금융투자 차장은 “ISA 보수는 연평균 잔고액을 기준으로 부과되니까 연초에 투자금액을 한꺼번에 넣지 말고 조금씩 나눠서 불입하거나 연말 배당락 전에 입금하고 매수하면 보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수를 아끼는 팁도 좋지만, 처음부터 보수가 저렴한 ISA계좌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KB증권은 상장펀드 보수가 아예 없다. 미래에셋대우는 0.05%를 부과한다. 삼성증권, 대신증권, 유진투자증권의 보수는 공히 0.1%다. 이런 금융회사에서 계좌를 만드는 순간 보수가 비싼 금융회사에 계좌를 연 투자자에 비해 100만원 이상 이익을 안고 시작하는 셈이다.
 
이밖에 주식형펀드, 파생상품 등의 보수도 제각각이므로 ISA계좌를 어떤 상품 위주로 운용할 것인지 먼저 정한 다음 수수료 비교공시를 참고해 금융회사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상철 금융투자협회 WM지원부 부장은 ISA계좌 가입을 독려해야 하는 시기에 이런 소식이 전해지는 것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ISA는 몇 개 남지 않은 세제혜택 상품인데다 올해 말로 일몰이 예정돼 있어 ‘귀하신 몸’ 대접을 받는다. 다행히 2016년 출시 이후 오랜 기간 저조한 성과로 고전하다가 주가 상승을 등에 업고 부활해 다시 관심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박 부장은 “ISA로 ETF에 투자할 목적이라면 증권사로, 절세용이라면 보수 낮은 금융회사로 투자자 본인이 잘 골라서 가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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