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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채용비리 의혹 KEB하나은행의 이상한 해명
2018-02-09 08:00:00 2018-02-09 08:00:00
문지훈 금융부 기자
"이번에 하나은행 면접점수 조작사건으로 인해 느꼈습니다. 도저히 눈뜨고 학교에 하나은행이 자리잡고 있는 꼴을 볼 수가 없습니다. 정말 더럽고 추악한 은행이 우리 학교에 입점하고 있는 꼴 못 보겠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실수를 한 하나은행 학교에 놔둬도 상관없나요?"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해당 대학교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 중 일부다. 해당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나타난 시중은행들의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20~30대 청년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대형 은행으로 꼽히는 국민·KEB하나은행을 비롯해 대구·부산·광주은행 등은 총 22건의 채용비리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중 KEB하나은행에 대한 의혹은 총 13건으로 이번 검사 결과 나타난 은행 중 건수가 가장 많다.
 
채용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은행들은 특혜 채용 사실이 없다며 의혹에 대해 반박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만 받고 있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특정대학 출신 지원자의 면접 점수를 올리고 다른 대학 출신 지원자의 점수를 낮췄다는 의혹에 대해 KEB하나은행이 입점한 대학 출신 지원자를 우대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은행의 해명과 달리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면접 점수가 상향 조정된 특정대학에는 KEB하나은행이 입점해있지 않았다. 연세대의 경우 3~4년 전 KEB하나은행이 입점해 있었으나 주거래은행을 타행에 뺏긴 뒤 출장소 형태로 운영하다 작년께 최종 철수했다. 주거래은행도 아닌 데다 출장소 형태로 운영해왔던 대학 출신을 우대하기 위해 주거래은행이자 지점으로 운영 중인 대학 출신 지원자를 떨어뜨린 것이다.
 
글로벌 우대전형을 비롯한 'VIP 리스트'에 대한 해명 역시 마찬가지다. KEB하나은행은 외부 채용공고와 별도로 행내 게시판에 직원과 고객, 거래처 등 다양한 인재를 추천해달라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노조는 이 같은 공지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애, 결혼, 출산을 비롯해 취업, 경력, 취미, 인간관계 등을 포기한 'N포세대'는 오늘날 청년들을 가리키는 고유명사로 자리잡았다. '헬조선'으로 불리는 한국 사회에서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사실 여부를 떠나 대학생들과 취업준비생들의 가슴을 짓밟는 일이다. 정부가 채용비리에 대한 엄단 의지를 밝힌 만큼 또다시 청년들이 좌절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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