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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국가가 성매매 조장·정당화…기지촌 여성에 배상"
1심보다 배상 범위와 배상액 증가
2018-02-08 16:18:04 2018-02-08 16:18:04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미군 기지 주변에서 미군을 상대로 성매매를 했던 여성들에 대해 법원이 항소심에서 원고 전원에게 위자료 지급을 명하며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고법 민사22부(재판장 이범균)는 8일 이모씨 등 미군 기지촌 위안부 117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이씨 등에게 각각 300만~7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과 달리 기지촌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성매매의 '조장·정당화'에 해당하는 국가의 위법행위가 있었다고 일부 인정했다. 재판부는 "당시 공문에서 나타나는 '성매매 협조 당부', '접객업소 서비스 개선' 등은 성매매 행위 자체나 영업시설을 '개선'하고자 한 것"이라며 "원고들과 같은 기지촌 위안부의 성매매를 '조장'한 행위로 평가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애국교육을 통해 성매매 정당화나 조장을 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며 "성매매업소 포주가 지시할 만한 사항들을 직접 교육하고, 고위 공무원들이 나서 전용아파트 건립 등의 각종 혜택을 약속했다"며 "성매매를 방치·묵인하거나 최소한도의 개입·관리를 넘어 애국교육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씨 등이 '자발적'으로 기지촌 성매매를 시작했더라도 국가가 이를 기회로 원고들의 성(性)이나 인간적 존엄성을 군사동맹의 공고화나 외화획득의 수단으로 삼은 이상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2심은 강제수용에 관한 법이 제정된 1977년 8월 이후라도 의사 등의 진단 없이 낙검자수용소 등에 강제 격리수용한 행위는 법령에 어긋난 것으로 위법하다고 봤다. 다만, '진단'을 통해 성병 감염이 확진된 위안부를 격리수용해 치료한 행위는 위법하지 않다고 봤다. 1심은 법 제정 전 격리수용된 이씨 등 57명에 대해서만 국가가 손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행위 시점과 무관하게 끌려온 위안부들을 의료 진단 없이 강제 격리수용한 뒤 신체적 부작용 가능성이 큰 페니실린 무차별적으로 투약했다"며 "이 같은 행위는 헌법상 비례원칙 벗어나고 객관적 정당성을 결여한 행위라는 점에서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이씨 등은 1957년부터 1990년대까지 경기도 파주, 평택 등 미군 기지 근처에서 미군을 상대로 성매매를 한 여성이다. 이들은 2014년 6월 성매매가 쉽게 이뤄지도록 국가가 기지촌을 조성·관리해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위자료 10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1심은 "정부가 기지촌을 조성하고 관리한 것은 불법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시행규칙 제정 전에 격리수용된 여성 57명에 대해서만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미군 기지촌 위안부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 직후 소송 대리인인 하주희 변호사 등을 포함한 각 단체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홍연 기자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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