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경찰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조세포탈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해 8일 기소의견으로 검찰 송치했다. 조준웅 특별검사가 밝혀내지 못한 4000억원의 차명계좌를 밝혀낸 것이 이번 수사의 성과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이날 혼수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회장을 입건하기 까지의 수사과정을 소개했다. 이번 사건 수사는 한진그룹 사건 수사와 함께 진행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건을 처음부터 차명계좌로 보고 수사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경찰은 서울 한남동에 있는 삼성총수 일가 자택공사에서 단서를 잡기 시작했다. 당시 삼성 측은 공사비를 인테리어업자에게 줬는데 공사비가 수표로 처리됐고 이 수표의 출처가 처음 문제로 지적됐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에 제보자 진술을 토대로 1차로 계좌추적 영장을 발부받고, 동시에 인테리어 업체에 대한 대물영장 발부받아서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대물영장을 통해서 확보한 인테리어 업체 공사자료를 분석한 뒤 거기서부터 추가 단서를 확보해 2차, 3차 계좌추적을 해나가는 식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사비 수표를 쫒아가다 보니 이 수표가 최초 삼성 전현직 임원 8명의 증권계좌 총 9개를 기반으로 해서 발행된 수표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4000억원 차명계좌의 결정적 실마리가 잡히는 순간이다.
경찰은 이 수표가 어떻게 임원들 계좌로 전달됐는지를 역으로 추적해 나갔다. 경찰 관계자는 “역으로 추적해했더니 결국 이게 이 수표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소속 자금담당 임원이 준 것이었고 자금담당 임원을 불러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당시 자금담당 임원 A씨는 “이 수표는 옛날부터 차명자산으로 운영하던 차명계좌에서 나온 수표로, 차명계좌를 관리한 8명 임원의 자산도 그 자산에서 나온 거고 이걸 삼성특검 때는 누락된 260개 계좌 중 일부”라고 진술했다. 이 자금담당 임원은 2011년에 국세청이 주식변동조사를 하면서 자료를 요구하자 차명계좌를 임의 제출했다.
국세청은 이 자금담당 임원의 진술과 제출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당시 신고한 액수가 약 4000억원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했다. 경찰은 국세청으로부터 이 자료를 넘겨받아 조사한 뒤 조세포탈의 고의가 있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자택.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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