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책임)기업 지배구조개선 위해 감사위 전문성·독립성 확보해야
기업지배구조원, 감사위원회 역할 ‘가이드라인’ 발표
지난 7일 감사위원회 운영 모범규준 정책 토론회
입력 : 2018-02-12 08:00:10 수정 : 2018-02-12 08:00:10
“자산총액 1조원 이상 기업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지난 7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국회 정무위원장 김용태 의원과 함께 개최한 ‘감사위원회 운영 모범규준 정책 토론회’에서 이 같은 권고를 담은 ‘감사위원회 운영 모범규준’ 초안을 공개했다. ‘감사위원회 운영 모범규준’은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회계투명성 및 신뢰성 제고를 위한 종합대책’과 지난해 9월 개정된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지는 자율 규범이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의 한 축인 감사기구(감사위원회, 감사)의 역할과 기능을 내실화해 회계정보의 투명성과 내부통제의 효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이 모범규준의 목적이다.
 
한국기업의 지배구조 문제점과 감사위원회
2015년부터 불거진 대우조선해양의 회계분식과 임직원의 부정 비리 사건은 ‘대리인 문제’의 전형이다. 주주의 이익을 도외시하고 제 몫 챙기기에 급급한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 이른바 대리인 문제는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 이전에도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국내 기업에 만연한 대리인 문제는 기업의 회계 관행 및 감사에 대한 불신과 더불어 한국 자본시장과 기업의 신인도 하락을 불러일으켰다.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불신은 해외지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WEF(World Economic Forum)에서 조사한 한국의 회계투명성은 151개국 가운데 72위로 하위권에 속했고, 2017년 스위스 IMD(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ment)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회계감사 적절성 순위는 조사대상 국가 63개국 중 최하위인 63위로 평가 받았다.
 
한국 자본시장에 고착화된 경영 투명성 저하·회계감사 적절성에 관한 우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에 대한 저평가 기조)로 이어질 수 있다.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가져올 수 있 기업 내부 감시·견제 시스템을 뜻하는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내부 감사기구 가운데 감사위원회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존 감사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다. 당시 감사는 임시주주총회 소집청구권을 보유하는 등 법률상 지위가 강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주주로부터 독립성이 결여돼 경영감시기능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에 3인 이상으로 구성되는 감사위원회는 3분의2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것이 원칙이다. 기존 감사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내부감사기구의 독립성 강화를 위한 의지를 보인 셈이다. 그러나 제도가 도입된 지 20여년이 흐른 지금 감사위원회 또한 경영진의 ‘거수기’ 역할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독립성과 전문성 잃은 한국 기업의 감사위원회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한국 기업 감사위원회가 거수기 역할을 벗어나기 위해선 위원의 전문성과 위원회 구성의 독립성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감사위원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구조 하에선 재무정보 파악과 조사 범위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기업의 감사위원 대다수가 학계 및 공직 출신으로 회계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더해 한국에서 오너가 있는 사기업은 오너에 우호적인 인사가 감사위원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아 제대로 된 감사가 이뤄지지 않아왔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보면 문제점은 더욱 명확해진다. 미국은 모든 감사위원이 재무정보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가져야 한다는 ‘파이낸셜 리터러시(financial literacy)’ 확보를 명문화해 감사위원의 전문성을 담보한다. 반면 국내는 ‘감사위원회 위원 중 반드시 1인 이상은 회계 또는 재무 전문가이어야 한다’는 규정은 있으나 반드시 공인회계사일 필요는 없어 전문성에 대한 요구가 약한 편이다.
 
실제 매일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감사위원회가 설치된 국내 상장사 397곳의 감사위원회 구성원 출신 2721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전문성이 보장된 사람은 손에 꼽혔다. 회계사, 회계 전공 교수, 최고경영자(CEO)·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는 571명으로 전체의 19% 수준에 그쳤다.
 
감사위원의 전문성이 낮으면 회계불투명성 우려는 높아진다. 수조 원대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인 대우조선해양에는 감사위원회를 포함해 회계감독 책임이 있는 내부 조직에 회계 전문가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감사위원의 전문성 확보 요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감사위원회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구조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미국이나 EU는 감사위원회의 실무 보조 조직인 ‘내부감사부서’ 설치를 의무화했으며, 그에 대한 감독책임은 감사위원회에 부여해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꾀한다. 현장 일선에서 감사계획을 수립·수행하는 실무담당조직의 장(Chief Audit Executive, CAE) 임면, 조직 예산 편성 및 구성원에 대한 인사권한을 경영진이 아닌 감사위원회에 주는 것이다.
 
이 외에도 외부감사인과 감사위원회간의 커뮤니케이션 필요성도 제기된다. 외부감사와 내부 감사위원회 간 커뮤니케이션 부족은 회계의혹이나 내부통제의 허점 등 외부감사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점 공유를 막는다. 커뮤니케이션 부족이 감사위원회의 역할 저해로 이어지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련법 개정과 모범규준, 감사위 정상화 가능할까
금융당국은 지속적으로 불거지는 분식회계와 부실한 기업지배구조 문제에 내부 감사기구의 실효성 강화 방안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회계투명성 및 신뢰성 제고를 위한 종합대책(이하 종합대책)’, 지난해 9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외감법 개정안)’이 그 일환이다.
 
종합대책과 외감법 개정안은 내부감사기구 독립성 제고를 위해 외부감사인 선임 제도를 개선하고, 내부감사와 외부감사 간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외감법 개정안은 올해 11월부터 발효될 예정으로, 기업 내부감사기구의 역할과 책임이 대폭 강화될 수 있는 제도적 발판으로써 주목받고 있다.
 
7일 발표된 ‘감사위원회 운영 모범규준’ 초안은 감사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한 종합대책과 외감법 개정안에 발맞춰 감사위원회의 실효성 회복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감사위원회 설치 및 운영·평가에 관한 모범적 규준을 기업규모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제시한 것이다.
 
이날 모범규준의 주요내용을 발표한 정재규 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원은 “모범규준은 감사위원회가 회계 투명성과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할 수 있게 하는 자율규범”이라며 “금융업에 한정됐던 기존 모범규준과 달리 모든 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 규준을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모범규준 초안은 그간 문제시 됐던 국내 기업 감사위원회의 전문성과 독립성 결여, 외부감사와의 소통 부족을 해소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 초안은 자산총액이 1조원 이상인 상장기업에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감사위원회를 설치한 기업은 감사위원회를 보좌할 내부감사부서도 함께 설치하도록 권고했다.
 
감사위원회의 구성은 최소 3인 이상으로 하며 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명시했다. 이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기업에게 감사위원회(사외이사 3분의2 이상) 설치를 명시한 현행법보다 한층 강화된 내용이며, 대다수 기업이 내부감사부서를 미비하게 운영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아울러 감사위원은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도록 하고 최소 1명 이상의 감사위원은 주총에서 이사선임 안건과 분리해 별도로 의결하도록 하는 한편, 감사위원회 운영 및 평가 관련 세부 지침도 세웠다. 감사위원회는 분기별로 최소 1회 이상 회의를 개최하고 위원회의 독립성과 활동내용을 정기적으로 평가하도록 권고했다.
 
감사위원회와 외부감사의 소통 강화를 위한 내용도 마련됐다. 위원회와 외부감사는 분기마다 1차례 이상 경영진 참석 없이 만나 외부감사와 관련된 주요 사항을 논의하고 그 결과를 내부감사업무에 반영해야 한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기업지배구조원은 각 기업이 규준 준수 여부를 세부적으로 점검하고 개선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모범규준과 별도로 '감사위원회 매뉴얼·체크리스트'도 함께 만들어 공개했다.
 
모범규준안, 감사위원회 실효성 끌어내려면
모범규준안 내용 발표 뒤에 이어진 토론회에선 규준의 실효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졌다. 토론에 참여한 김준철 딜로이트안진 부대표는 “감사위원회가 규정이나 제도가 없어서 부진을 겪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모범규준이 제시하는 감사위원회의 역할, 책임도 중요하지만 이를 서포팅 할 수 있는 소통·전달 구조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원진 JKL파트너스 상무는 감사 선임 조건만 만족하면 감사기구의 독립성이 확보됐다고 보는 우리 상법의 허술함을 꼬집으며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감사위가 지배주주나 이사회에 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 상무는 “이사뿐만 아니라 지배주주에 대해서도 충실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도 했다. 지배주주가 이사회를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사의 충실 의무만으로는 독립성과 사익 추구 방지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지난 7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감사위원회 운영 모범규준 정책 토론회’에서 ‘감사위원회 운영 모범규준’ 초안을 공개했다. 사진/KSRN
박예람 KSRN기자
편집 KSRN집행위원회(www.ksr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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