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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중형조선사 구조조정은 모두 실패"
대우조선 구조조정에 밀려 뒷전 취급…"박근혜정부, 역량 한계 드러나"
"산업 포트폴리오 측면서 생존 따져야…산업 생태계, 선순환하는 구조조정 시급"
2018-02-11 17:33:15 2018-02-11 17:41:37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그간 추진해왔던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정책은 국가차원의 산업전략이 없었던 실패작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조선업계 한 전문가는 조선업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구조조정 역량이 한계를 드러냈다고 지적하며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했다. 중형 조선사들이 진짜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버틸 체력이 있는지, 산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필요한지 등을 놓고 종합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앞서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조선업 구조조정은 사실상 '대우조선해양 살리기'에만 초점이 맞춰지며 중형 조선사들은 일감이 바닥날 때까지 방치돼 있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일련의 흐름을 보면 중형조선사 구조조정 방안은 선종특화와 희망퇴직, 유휴자산 매각 등 개별 기업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원론 수준에 머물고 있다.
 
 
문제는 STX조선과 SPP조선, 성동조선이 지난 2010~2013년부터 자율협약에 들어가 스스로 독자생존을 모색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데 있다. 결국 국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나서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지난 수년간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은 채권단에서 4조5000억원과 2조6000억원을 각각 지원받았지만, 경영실적은 여전히 부진하다. 대규모 공적 자금을 쏟아붓고도 성과를 내지 못한 국책은행이 추가 지원을 결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조선업계 전문가는 "중·대형 조선사 구조조정 정책은 그간 선거 때 표심을 크게 의식해 고용 유지에만 방점이 찍혀 있었다"며 "정부와 관련 부처들이 조선업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다보니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점도 중형조선사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했던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조선업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중형조선사의 필요성을 면밀히 따져보고, 중장기적인 정책을 제시해야 국책은행 등 채권단도 지원 명분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업 생태계를 고려한 측면에서 정부가 중형조선사의 역할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생산능력을 최적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국 조선업계는 대형선박과 해양플랜트 건조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세계 시장의 70~80%는 여전히 중형급 조선사들이 건조하는 범용선박(유조선·컨테이너선·벌크선)이 차지하고 있다. 중형조선사가 퇴출되면 범용선박 시장을 잃을 뿐만 아니라 조선업의 뿌리가 되는 기자재업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대형조선사의 기자재 수급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홍성인 한국산업연구원 박사는 "대형조선사는 고부가선박과 해양플랜트에 집중하고 있어 기자재 국산화율이 떨어지지만, 중형조선사는 범용선박 건조에 따른 낙수효과가 크기 때문에 산업생태계 측면에서 중요하다"며 "과거 호황기 때 구축해 둔 중형조선사의 건조능력을 현 시장 상황에 맞게 인수·합병(M&A) 등으로  재정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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