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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 ‘게이트’, 섹시한 소재에 기댄 흥행 결과는? 글쎄..
아마추어리즘 못 벗어난 92분…예상의 '틀' 벗지 못해 아쉬움
2018-02-19 14:32:41 2018-02-20 17:29:1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철저히 저예산 영화로 각각의 작품마다 확실한 색깔을 입혀낸 ‘충무로 불사조’ 신재호 감독의 신작 ‘게이트’가 공개됐다. 매번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뚝심있게 작품을 제작, 감독해 온 신 감독의 힘은 그에게 ‘충무로 불사조’란 별명을 선사했다.
 
온 국민을 분노케 한 최순실 국정 농단이 대한민국을 충격을 빠트린 그 시기. 신 감독은 이를 모티브로 한 영화 제작을 알렸다. 완성도를 떠나 각각의 작품을 선보일 때마다 분명한 색깔과 함께 사회 문제를 짚고 넘어간 신 감독 연출 스타일은 이번에도 충분히 드러났다. 기존 상업 영화 규모 대비 저예산 악조건 속에서도 ‘게이트’는 분명히 자신만의 길라잡이와 메시지 그리고 적재적소에서의 유머 감각을 잃지 않았다. 또한 ‘그 사람’을 떠올릴 캐릭터와 설정도 눈길을 끌었다. 시대적 감각에서 ‘게이트’는 분명히 흥미롭고 꽤 씁쓸한 ‘썩소’를 날리기에 적정선을 유지한 듯하다. 기대치를 기준 이하로 놓고 보면 이 정도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만들어 진’ 설정과 장면의 유머 그리고 캐릭터의 떨어지는 생동감은 ‘유통기한’이 지난 통조림 속 음식 느낌이었다. 뚜껑을 따기 전에는 절대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고 또 기대를 한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따보니 쉰 냄새와 함께 풍겨오는 먹지 못하는 음식의 실망감 말이다. 무엇보다 문제는 보기에도 그럴 듯한 느낌 자체가 없단 점이다. 그저 기대치 이하의 적절함만 풍겨왔다.
 
먼저 주인공 규철(임창정)은 대한민국을 뒤집어 놓을 사건을 제보 받는 검사다. 하지만 의문의 사고로 인해 기억 상실증에 걸린다. 지능까지 떨어진 바보가 된다. 신분을 모른 채 혼자 사는 그는 알바 시간에 ‘헤벌죽’거리며 웃는다. 냉장고의 음식이 썩어가는 것도 구분 못하는 바보다. 어머니의 한심한 타박에도 그저 빙긋 웃음으로 대체한다. 충분히 본 듯한 캐릭터다. 아니 신 감독의 전작에서 활용해 온 임창정의 방식이다. 더 나아가면 임창정을 소비해 온 여러 작품 속 캐릭터의 모습이다.
 
영화 '게이트' 스틸. 사진/삼삼공구 브라더스 제공
 
소은(정려원)은 고달픈 인생의 연속이다. 돈 많은 여사장의 비서다. 뜬금없는 상황에서 따귀를 한 대 맞고 어이없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다. 취업에 걱정하는 고달픈 취준생으로 돌아왔다. 그에겐 대책 없는 여동생이 있다. 어수룩한 이 여동생은 다단계와 사채로 허덕인다. 더욱이 금고털이 전문 전과자 아버지(이경영)와 고모부(이문식) 때문에 한 숨은 더욱 늘어간다. 여동생을 압박하는 사채업자 민욱(정상훈)은 그에게 만남을 제안한다. 그렇고 그런 만남이다. 그는 탈출하고 싶어 한다. 이 상황을 한 번에 뒤바꿀.
 
그렇게 소은과 그의 아버지 고모부 그리고 규철 여기에 전문 해커 원호(김도훈)는 한 팀이 돼 민욱의 사채업소 사무실 금고를 턴다. 하지만 곧바로 발각이 된다. 피도 눈물도 없는 민욱은 이들에게 생명을 담보로 새로운 제안을 한다. 바로 자신의 뒷배경이자 애인이면서 큰 손인 여사장(정경순)의 비밀 금고가 보관된 별장을 털어 내란 것이다.
 
영화 '게이트' 스틸. 사진/삼삼공구 브라더스 제공
 
국정 농단의 주범 ‘최순실’이 모티브가 된 이야기는 특별히 그 사건을 떠올리게 하지는 않는다. 영화 도입부 청와대가 개입된 권력형 비리 보도가 내레이션 처리로 지나간다. 검사 규철이 사건을 제보 받는 과정과 의문의 사고를 당하는 지점도 ‘보이지 않는 손’의 힘을 느끼게 하는 몽타주 형식의 장면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영화는 급격하게 코미디(블랙 코미디를 표방했다지만) 형식으로 탈바꿈한다. 사회 문제를 곳곳에 짚어낸 설정이 눈에 띄지만 어울리지 않는 옷처럼 느껴진다. 가볍게 처리한 느낌이 강하다. 배우 자체의 연기력이나 위압감 혹은 아우라로 처리가 돼야 할 장면들 대부분이 뒤떨어진다. 워낙 한 장르에 색깔이 강한 배우들이 모여 있다 보니 전체 분위기가 자체가 희석되는 느낌이 강하다. 몰입감 자체를 배제하고 들어간 연출이 느껴질 정도다.
 
영화 '게이트' 스틸. 사진/삼삼공구 브라더스 제공
 
‘최순실 국정농단’을 모티브로 했지만 캐릭터 일부만 따온 지점도 무리를 느끼게 하는 지점이다. 신 감독의 전작 ‘치외법권’ 속 신흥 종교인의 비리와 잔혹성은 최소한 일말의 설득력은 존재했다. 그러나 이번 ‘게이트’ 속 여사장의 캐릭터가 ‘그 인물’을 위해 존재한 것인지, 아니면 ‘모티브’ 자체에 방점을 두고 어쩔 수 없이 영화 속에 끼워 넣은 것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다.
 
케이퍼 무비의 색깔을 드러내기 위해 마지막 소은의 아버지를 활용한 지점도 어설프다 못해 프로답지 않은 선택처럼 다가온다. 세련된 느낌은 없지만 투박스러운 감각이라도 살려주기를 원했는데 그것조차 배제된 활용법이 안타까웠다.
 
영화 '게이트' 스틸. 사진/삼삼공구 브라더스 제공
 
완성된 결과물이 ‘총체적 난국’을 표방하기에는 무언가를 뛰어 넘는 일말의 매끄러움은 있다. 하지만 프로의 입장에서 신 감독이 표방한 ‘변두리 어벤져스’ 느낌을 요구했다면 캐릭터도 스토리도 구성도 그리고 설정도 무엇 하나 관람료를 내기에는 부족함이 너무도 넘친다. 그저 색깔과 메시지 그리고 유머만 남은 92분일 뿐이다. 개봉은 오는 28일.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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