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설 연휴 흥행 대박을 노리던 이른바 ‘빅4’ 영화들이 모두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각 투자배급사가 여름 시장을 겨냥해 이번 설 연휴 극장가에 이른바 ‘2군’들을 포진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각각의 연휴 기간 동안 영화들을 보면 눈에 띄는 흥행을 거둔 작품이 없다.
가장 먼저 마블의 ‘블랙 팬서’는 개봉 전 압도적인 예매율로 개봉 2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하지만 개봉 4일째인 지난 17일 200만을 넘기며 힘이 조금 빠졌다. 19일 현재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 ‘블랙 팬서’의 관객 수는 309만이다.
국내 개봉 마블 영화는 개봉일 기준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좌석 점유율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간 추세를 보여 왔다. 충성도 높은 마블 관객들의 재관람 열풍도 이어져 왔다. 하지만 ‘블랙 팬서’는 지난 14일 개봉일 기준 46.5%의 좌석 점유율이 단 하루 만에 38.8%로 떨어졌다. 16일은 38%로 더 떨어졌다. 17일 토요일 기준 51.6%로 반짝 상승세를 보였지만 다시 18일 일요일은 44.1%로 추락했다. 설 연휴 기간 블록버스터 흥행작의 기존 모습과는 다르다.
가족 영화로 출발한 ‘조선명탐정3’가 20.8%(14일)에서 출발해 40%(15일) 54.7%(16일) 52.7%(17일) 37.8%(18일)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대조적이다. 특히 ‘조선명탐정3’는 한 주 늦게 개봉한 기개봉작이었다. 같은 기간(15일~18일) ‘블랙 팬서’는 245만, ‘조선명탐정3’는 85만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강동원 주연의 ‘골든 슬럼버’는 81만, ‘흥부’는 고작 22만을 동원했다.
2017년 설 연휴 극장가 흥행을 이끌던 ‘공조’는 당시 연휴보다 일주일 먼저 개봉했음에도 268만(1월 27~30일)이 넘는 관객을 극장가로 끌어 들였다. 2016년 설 연휴 흥행작 ‘검사외전’ 역시 설 연휴보다 한 주 먼저 개봉했음에도 연휴 기간 동안 무려 478만(2월 6일~10일)을 동원했다.
올해 이 같은 설 연휴 흥행 약세가 두드러진 이유로는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인한 유입 관람객 급감 그리고 연휴 기간 배급된 영화들의 완성도 문제가 거론됐다. ‘조선명탐정3’의 경우 이미 1편과 2편으로 흥행작이 검증됐지만, 파괴력 면에선 전작들과 마찬가지 수준이란 평이 지배적이었다. ‘골든 슬럼버’는 주연 배우 강동원 외에는 주목할 만한 킬러 포인트가 부족했단 평이다. ‘흥부’는 사실상 총체적인 난국이란 평이 가장 많았다. ‘블랙 팬서’도 '마블'이란 특수성이 있지만 10대부터 20대를 겨냥한 방학 시즌이 배급 시기로 적절하지 않았나란 분석이 많았다. 가족 단위 관객을 대상으로 한 설 연휴 배급 전략이 흥행 잠재력을 반감 시켰단 얘기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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