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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 친환경탈황설비에 1조 투자…전망은 '글쎄'
"저유황유·저감장치 장착으로 이산화탄소 규제대응 한계"
토탈·쉘, LNG 추진선 사업 강화…글로벌 해운사도 발주 '꿈틀'
2018-02-20 17:19:33 2018-02-20 19:12:21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글로벌 오일메이저들이 액화천연가스(LNG) 연료 추진선박과 연료공급선인 LNG 벙커링 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리면서 선박연료 시장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쉘과 토탈이 LNG추진선과 LNG벙커링선 사업을 강화할 뜻을 밝혀 선박연료 시장에서 석유제품의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국내 정유업계 중 처음으로 국제 환경기준 강화에 대응하는 친환경 탈황설비에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으나 글로벌 오일메이저와 해운·조선업계는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20일 조선·해운업계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 토탈은 일본 최대 해운사인 MOL과 LNG벙커링선 1척에 대한 장기 용선(선박임대)계약을 체결하고, 선박을 인도받는 오는 2020년부터 북유럽 지역에서 운항한다. 이 벙커링선은 세계 3위 컨테이너선사 프랑스 CMA CGM의 LNG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10년간 연료를 공급한다.
 
앞서 토탈은 지난해 싱가포르 파빌리온가스와 LNG 벙커링 부문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같은 해 프랑스 에너지업체 엔지에서 LNG 업스트림(개발·생산) 부문을 인수하는 등 벙커링사업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1월 열린 LNG벙커링 연차총회에서는 국제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LNG추진선을 꼽으며, 글로벌 해운사와 LNG벙커링선 발주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오일 메이저 쉘도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새로 건조한 LNG벙커링선을 투입한다. 쉘 역시 LNG추진선을 도입하는 해운사들이 늘어나는 등 LNG가 선박연료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시각에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LNG 추진선은 그간 국제 환경규제에 발맞춰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오는 2020년 세계 선박연료유의 황 함량 기준을 기존 3.5%에서 0.5%로 강화하기로 하면서 LNG선박 발주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조선·해운업계에 불어닥친 불황의 여파와 벙커링 인프라 부족으로 '만년 기대주'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이에 산업계에선 IMO 기준에 맞춘 저유황유 사용, 기존 선박에 황산화물 저감장치 탑재, 벙커C유추진 선박을 폐선하고 LNG추진선 건조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0년까지 울산공장에 1조원을 투자해 하루 4만배럴 생산규모의 탈황설비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글로벌 물량부족과 그에 따른 가격상승이 예상되는 저유황 선박 연료유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의 이런 움직임과 달리 글로벌 에너지, 해운업계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조선업계도 SK이노베이션과 시각차가 감지된다. 함부르크박람회회의(HMC)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조선해양기자재박람회(SMM)에 참가한 글로벌 선주사 10곳 가운데 4곳(44%)이 신규 발주시 LNG추진선을 고려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SMM은 세계 3대 조선·해양 박람회 중 하나로 이번 조사에는 선주사, 조선사, 기자재 기업 종사자 69개국 2500여명이 참여했다. 이중 응답자의 72%는 각 회사의 고위급 인사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연료유 황함량 기준도 강화되지만, IMO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오는 2025년까지 30% 감축한다고 예고해 기존 선박 엔진으로는 이 기준을 충족할 수 없다는 게 일선 엔지니어들의 중론"이라며 "벙커C유를 저유황유로 대체하거나 저감장치를 장착하는 것만으론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LNG가 선박연료유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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