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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개선 위한 호텔롯데 상장 제동 걸리나
신동빈, 광윤사 지분 1.4%…경영권 놓고 형제의 난 재점화 가능성
2018-02-21 18:55:25 2018-02-22 09:16:51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한국롯데의 경영권 향배도 '오리무중'에 빠졌다.
 
일본롯데홀딩스는 21일 이사회를 열고 신 회장의 사임을 승인했다. 당초 해임안 결의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사회 이전 "구속될 경우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신 회장의 뜻을 수용키로 한 것이다.
 
신 회장의 대표이사직 사임이 승인됨에 따라 일본 롯데홀딩스는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 단독 체체로 운영될 전망이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으로 다수의 한국롯데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향후 한국 롯데의 주요 경영 현안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 13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재판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일본의 기업정서상 회사 경영진이 유죄 판결로 실형을 받으면 이사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관행이라는 점도 신 회장의 용퇴를 이끈 배경이다. 한국 기업은 기업 오너가 실형을 받더라도 대법원의 최종판결에서 실형이 확정돼야 물러나지만 일본은 기업 오너의 도덕성에 민감한 만큼 실형이 선고되면 즉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같은 기업정서를 인지하고 있던 신 회장도 여러 차례 일본 출장길에서 1심에서 구속 등 실형을 받게될 경우 기업 관례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일본 롯데홀딩스는 신 회장과 쓰쿠다 사장 공동 대표 체제로 운영됐지만 이번 신 회장의 이사직 사임으로 일본 경영진이 한국롯데를 지배하는 구조로 전환됐다는 점도 향후 롯데 경영권 향배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이같은 지배구조 변화로 한국 롯데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주요 경영 현안도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신 회장이 지배구조 개선 작업의 일환 중 하나로 추진 중인 호텔롯데 상장 작업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신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한 것은 일본 롯데홀딩스가 다수의 한국 계열사를 지배하는 호텔롯데의 지분을 99%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큰 이유였다. 호텔롯데가 상장된다면 일본과의 연결고리를 끊고 독립할 수 있어 그간 한국롯데는 호텔롯데의 상장에 공을 들여왔다. 일본롯데홀딩스 대부분의 지분은 종업원 지주회 등 일본 경영진이 가지고 있어 대부분의 한국 롯데 수익이 일본 롯데로 넘어가는 구조라는 비판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한일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은 신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일본 광윤사다. 롯데는 광윤사를 시작으로 일본 롯데홀딩스, 호텔롯데, 롯데계열사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그동안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가 롯데의 경영을 총괄해온 가운데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직을 맡아오며 한일 양국에서 경영 실권을 쥘 수 있었다. 또, 지분이 거의 없는 신 회장이 대표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창업주의 아들이라는 상징성과 개인역량으로 지지세력을 오롯이 확보한 덕분이었다. 이로 인해 종업원지주회와 임원지주회 등의 지지를 얻어냈고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 자리에 앉으며 신 회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형제의 난’에서 승자가 됐다.
 
하지만 이제 양상이 달라졌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을 광윤사가 28.1%로 가장 많이 갖고 있고, 신 회장의 지분율은 1.4%에 불과하다는 점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신 회장에겐 경영권 사수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재계에서는 동생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패한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 탈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신 회장이 구속 수감된 직후 그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 해임을 요구했던 신 전 부회장이 오는 6월로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물밑작업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날 경우 한국롯데에 일본의 간섭이 심해질 수 있다는 전망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한일 롯데를 아우르는 원롯데를 표방했지만 한 축인 일본 롯데의 경영권이 소멸됨에 따라 소강상태였던 형제의 난이 재점화 될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항소심 등 변수가 남았고 비상경영체제인 한국 롯데를 중심으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경영권 사수의 여부도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했다. 
 
최순실 게이트 연루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과 추징금 70억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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