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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성장세 '뚝'…화웨이·샤오미는 '훨훨'
작년 4분기 스마트폰 판매량 5.6%↓…화웨이·샤오미는 상승세
2018-02-27 15:52:40 2018-02-27 15:52:40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으로 성장률이 1%에 머무는 등 시장이 현상 유지에 머무는 상황에서 분기 기준 역성장이 나온 것은 보급 증가에 따른 성장동력 하락과 시장포화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방증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런 와중에도 중국업체들은 판매량을 늘리며 세계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 '중국 굴기'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27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발표한 '2017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집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4억785만대를 기록하며 전년(4억3214만대) 대비 5.6% 줄었다. 가트너가 2004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첫 감소세다.
 
앞서 시장조사기관 IDC도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4억350만대로 전년 대비 6.3% 감소했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역시 지난해 4분기 출하량이 4억1500만대로 전년 대비 5% 감소한 것으로 집계했다.
 
통상 4분기는 크리스마스, 박싱데이 등 연말 쇼핑시즌의 영향과 신제품 출시 효과가 맞물려 판매 증가세가 나타나곤 했다. 하지만 글로벌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과 최대 프리미엄 시장인 북미시장이 역성장하면서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4분기 중국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가량 감소했고, 북미시장 역시 8.5% 줄어들었다.
 
이는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었고,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트너는 고사양 중저가폰의 부재와 고급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면서 기기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안술 굽타 가트너 책임연구원은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의 교체 수요가 줄고 가성비 좋은 스마트폰 공급이 부족한 탓"이라며 "소비자가 고품질 피처폰을 구매해 장기간 사용하며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고품질, LTE 연결성, 고성능 카메라 기능에 대한 수요가 있었지만 기대치 대비 기기의 이점이 크지 않아 스마트폰 매출 둔화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 중인 MWC 2018에서 관람객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업체별로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2016년 4분기와 마찬가지로 시장 점유율 1위와 2위를 각각 수성했다. 다만 판매량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7402만대로 전년(7678만대) 대비 3.5% 판매량이 줄었고, 애플은 7317만대로 전년(7703만대)보다 5% 감소했다. 애플의 아이폰X가 비싼 출고가와 배터리 게이트로 예전만큼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고,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8도 중국시장을 중심으로 선전하지 못한 까닭이다.
 
반면 중국 화웨이와 샤오미는 판매량을 대폭 늘리며 나란히 3위와 4위를 차지했다. 화웨이와 샤오미는 지난해 4분기 각각 4388만대, 2818만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5%, 78% 급증한 수치다. 중저가 상품을 앞세운 전략이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 시장에서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자국의 값싼 노동력 등을 앞세워 가성비가 높은 스마트폰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면서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대한 결과다. 특히 화웨이는 메이트10과 중저가 제품인 P10라이트와 P8라이트, P9라이트 등을 중심으로 중국에 이어 유럽 시장에서도 선전했다. 샤오미는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세를 넓혔다. 지난해 4분기에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인도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업체들의 미국시장 안착 여부가 향후 시장 향배를 가를 변수로 보고 있다. 중국 제조사들이 지금까지 중저가 제품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높여왔지만 점유율 1위를 위해서는 프리미엄 시장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프리미엄 시장 안착을 위해 거쳐야 할 관문으로 통한다. 이들은 미국 시장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와 평균판매단가(ASP)를 개선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화웨이는 지난달 초 미국 2위 이동통신사 AT&T 등과 손잡고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10을 미국에 판매하려 했지만 미국 정부의 입김에 계획이 백지화됐고, 샤오미도 미국 시장 진출을 고려 중이지만 현재 미국 내에서는 이동식 충전기 제품만 판매하는 등 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전자산업이 프리미엄으로 돌파구를 찾는 것처럼 스마트폰의 흐름도 결국은 프리미엄"이라며 "트럼프 정부의 중국 경계 심리와 베끼고 도용한 제품이라는 이미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중국업체들은 세계 시장을 잡기 위해 미국 진출을 다각도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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